🚀 2026 스타트업 컨퍼런스

팀장의 자리를 뺏으려다 3년 승진 누락하고 깨달은 처절한 생존 공식

팀장의 자리를 뺏으려다 3년 승진 누락하고 깨달은 처절한 생존 공식

김성철·2026년 1월 5일·3

승진을 원한다면 직함을 기다리지 말고 이미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행동해야 합니다. 삼성전자 시절 3년 승진 누락을 통해 깨달은 처절한 생존 공식을 공유합니다.

솔직히 말해봅시다. 우리 모두 술자리에서 한 번쯤은 이런 안주를 씹지 않습니까? "아니, 대우를 해줘야 일을 더 하지. 월급은 쥐꼬리인데 책임감은 임원급으로 요구하네?" 저도 그랬습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시절, 저는 불만이 가득 찬 시한폭탄이었습니다. 제 논리는 단순했습니다. "나를 시니어로 승진시켜 달라. 그러면 시니어처럼 일하겠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3년 내내 승진 누락이었습니다. 당시 팀장은 저를 불러다 놓고 답답하다는 듯 말했죠. "성철아, 넌 일은 잘하는데... 딱 네 일만 해." 그때는 그 말이 꼰대의 전형적인 가스라이팅처럼 들렸습니다. JIRA 티켓을 누구보다 빨리 처리하고, 할당된 개발 건은 밤을 새워서라도 끝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3년이라는 시간을 허송세월하고 나서야, 그리고 최근 읽은 앤드류 그레이엄 율의 글을 보고서야 제가 왜 철저히 외면받았는지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핵심은 간단합니다. "승진하고 싶다면, 이미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행동하라."

제 치명적인 실수는 '허락'을 기다린 것이었습니다. 직함이 생기면 그때부터 리더십을 발휘하겠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조직의 생리는 정반대였습니다. 타이틀은 나무에서 떨어지는 감이 아니었습니다. 여러분이 이미 그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을 때, 비로소 뒤따라오는 후행 지표일 뿐이었습니다.

최근 제 팀에도 눈길을 끄는 주니어 엔지니어가 한 명 있습니다. 연차는 고작 2년 차인데, 하는 짓은 영락없는 시니어입니다. 어느 날 저에게 슬랙을 보내더군요. "PM님, 이 서비스의 인시던트를 줄이기 위한 RFC를 작성했습니다. 현재 아키텍처의 병목을 해결하려면 Redis 캐싱 레이어를 도입해야 하는데, 리소스 비용은 월 20만 원 정도 늘지만 이탈률은 15%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친구가 무서운 건, 제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했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서버가 느려요"라고 불평(Issue Raising)만 하는 게 아니라, 제 관점에서 비즈니스 임팩트와 비용을 계산해 해결책(Solution)까지 들고 왔습니다. 이게 바로 글에서 말하는 "내 자리를 맡아보는(Take my position)" 행위입니다. 제 업무를 뺏으라는 게 아니라, 제가 앓고 있는 두통거리를 대신 고민하는 것입니다.

더 중요한 포인트는 '지속성(Consistency)'입니다. 한 번의 화려한 퍼포먼스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승진은 6개월 이상의 꾸준한 패턴에서 나옵니다. 매니저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그들은 묻습니다. "내가 보지 않을 때도, 화려한 신기술 도입 프로젝트가 아니라 지루한 레거시 코드를 리팩토링할 때도 이 친구가 팀 전체를 생각할까?" 6개월간의 일관된 행동만이 이 질문에 답을 줄 수 있습니다.

지금은 AI가 코드를 짜주는 시대입니다. Cursor나 Claude에게 프롬프트만 잘 던져도 단위 테스트 코드는 뚝딱 나옵니다. 이제 단순히 주어진 기능을 구현하는 '코더'는 설 자리가 없습니다. 역설적으로 AI 시대에 인간에게 남은 유일한 무기는 '문제를 정의하고 범위를 확장하는 능력'입니다. 제 자리를 위협하는 건 AI가 아니라, AI를 도구 삼아 제 관점으로 비즈니스를 바라보는 저 맹랑한 주니어 녀석일지도 모릅니다.

직함은 행동을 따릅니다. 절대 반대가 아닙니다.

혹시 지금도 "대리 달아주면 열심히 할게요"라고 생각하고 계십니까? 뼈아픈 경험자로서 조언합니다. 그 생각 버리십시오. 오늘 당장 매니저의 모니터를 훔쳐보듯 그들의 골칫거리를 내 문제로 가져오십시오. 3년 뒤에 땅을 치고 후회하지 않으려면 말입니다.

김성철
김성철테크니컬 PM

혁신보다는 '생존'이 목표인 15년 차 IT 노동자입니다. 화려한 기술 트렌드 뒤에 숨겨진 정치와 비용, 그리고 레거시의 무게를 이야기합니다.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매일 밤 코드를 읽고, 몰래 AI에게 질문을 던지는 이 시대의 불안한 팀장들을 대변합니다.

김성철님의 다른 글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