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가 '디지털 정크푸드' 제조를 멈추고 살아남는 법 (공명 컴퓨팅 선언)

개발자가 '디지털 정크푸드' 제조를 멈추고 살아남는 법 (공명 컴퓨팅 선언)

김성철·2026년 2월 3일·3

중독적인 알림과 체류 시간 경쟁을 넘어, AI 시대에 개발자와 PM이 살아남기 위한 '공명 컴퓨팅 선언'의 5가지 실무 원칙과 생존 전략을 제시합니다.

솔직히 말해봅시다. 우리 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자신이 만든 앱이나 서비스를 보며 "아, 이게 진짜 세상을 이롭게 하고 있구나"라고 100% 확신합니까?

대부분은 아닐 겁니다. 우리는 DAU(일간 활성 사용자)를 늘리기 위해 중독적인 푸시 알림을 설계하고,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 끊임없는 스크롤을 구현합니다. 경영진은 그래프가 우상향하면 샴페인을 터뜨리지만, 실무자인 우리는 퇴근길에 찝찝함을 느낍니다. "내가 만든 게 고작 사람들의 주의력을 훔치는 도둑질인가?"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발표된 '공명 컴퓨팅 선언(The Resonant Computing Manifesto)'은 바로 이 지점을 찌릅니다. 그리고 단순한 윤리적 호소가 아니라, AI 시대에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 아키텍처와 생존 전략을 제시합니다.

이 선언문이 제안하는 5가지 원칙을 우리 실무(Action Item)로 어떻게 가져올지, 20년 차 PM의 시각으로 씹고 뜯어봤습니다.


1. 사적(Private): 데이터 주권은 '옵션'이 아니라 '권력'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사용자의 데이터를 '채굴'하는 대상으로 봤습니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맥락(Context)을 쥐는 자가 이깁니다.

AS-IS: 사용자의 로그를 중앙 서버로 긁어모아 마케팅에 활용함.
TO-BE: 사용자가 자신의 데이터(Local Context)를 직접 통제하고, AI는 그 로컬 데이터를 참조만 함.

Action Item:

  • Local-First 아키텍처 검토: 같은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의 기기에서 데이터가 우선 처리되도록 설계하세요. 서버는 백업/동기화 용도로만 씁니다.
  • On-Device AI 활용: 민감한 개인 정보(건강, 금융 등)는 클라우드로 보내지 말고 나 소형 LLM(sLLM)을 이용해 단말기 내에서 추론하세요. 이게 진짜 '프라이버시'입니다.

2. 전용(Dedicated): 이중 스파이 짓 그만두기

사용자 편인 척하면서 뒤로는 광고주 눈치를 보는 서비스, 이제 안 통합니다. 사용자는 바보가 아닙니다. 소프트웨어는 오직 사용자의 에이전트(Agent)로만 동작해야 합니다.

AS-IS: 무료 서비스인 척하며 사용자 데이터를 제3자에게 판매하거나 타겟팅 광고 노출.
TO-BE: 사용자의 목표(Goal) 달성만을 위한 순수한 도구 제공. (비즈니스 모델의 전환 필요)

Action Item:

  • Hidden Agenda 제거: 기획 단계에서 "이 기능이 사용자의 이익과 회사의 이익이 충돌하는가?"를 자문하세요. 충돌한다면 UI/UX에서 솔직하게 명시해야 합니다. (예: "이 추천은 광고입니다"라고 확실히 박기)
  • 구독형/유료 모델의 정당성 확보: "데이터를 팔지 않는 대신 돈을 받습니다"라는 메시지는 이제 강력한 세일즈 포인트가 됩니다.

3. 적응형(Adaptable): 'One-Size-Fits-All'은 죽었다

제가 삼성과 SKT에 있을 때 가장 힘들었던 게 '표준화'였습니다. 수백만 명에게 똑같은 화면을 보여줘야 했으니까요. 하지만 LLM 덕분에 이 제약이 풀렸습니다.

AS-IS: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정한 딱 하나의 UI/UX를 모든 사용자가 강제로 사용.
TO-BE: 사용자의 상황과 맥락에 맞춰 소프트웨어가 스스로 UI를 생성(Generative UI).

Action Item:

  • 하드코딩 줄이기: 메뉴 구조나 워크플로우를 고정하지 마세요. 사용자의 의도(Intent)를 파악해 AI가 동적으로 버튼이나 화면 구성을 제안하게 만드세요.
  • 개인화의 깊이 심화: 단순한 "OO님 안녕하세요" 수준이 아니라, "지난주에 마라톤 하셨으니 오늘은 스트레칭 위주의 루틴을 짭니다" 수준의 맥락 인식이 필요합니다.

4. 다원(Plural) & 친사회적(Prosocial): 가두리 양식장 탈출

거대 플랫폼(Walled Garden) 안에 사용자를 가두는 전략은 이제 낡았습니다. 사용자들은 자신의 데이터를 들고 자유롭게 이동하고 싶어 합니다.

Action Item:

  •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확보: 기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표준 프로토콜(ActivityPub 등)을 지원하여 우리 앱의 데이터가 다른 앱에서도 쓰일 수 있게 열어두세요. 역설적으로 이게 사용자를 더 붙잡아 둡니다.
  • 커뮤니티 건강성 지표 도입: 단순히 트래픽(Traffic)만 보지 말고, 우리 서비스가 사용자 간의 긍정적 연결을 돕는지 측정하는 지표를 만드세요.

형이 정리해 준다

이 선언문이 뜬구름 잡는 소리 같나요? 팀 오라이리(Tim O'Reilly), 켄트 벡(Kent Beck) 같은 거물들이 괜히 여기 서명한 게 아닙니다.

이제 개발자와 PM의 역할은 '사용자를 화면에 붙들어 매는 것'에서 '사용자가 빨리 목적을 달성하고 화면 밖으로 나가게 돕는 것'으로 바뀝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해주는 서비스만이 AI 시대에 살아남아 선택받을 겁니다.

당장 내일 회의에서 할 일:
"우리 앱의 체류 시간을 늘리자"는 말이 나오면 반문하세요. "체류 시간을 줄여주고 효능감을 높여서, 돈을 내게 만드는 건 어때요?"라고. 그게 공명(Resonance)이고, 그게 우리가 살길입니다.

김성철
김성철테크니컬 PM

혁신보다는 '생존'이 목표인 15년 차 IT 노동자입니다. 화려한 기술 트렌드 뒤에 숨겨진 정치와 비용, 그리고 레거시의 무게를 이야기합니다.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매일 밤 코드를 읽고, 몰래 AI에게 질문을 던지는 이 시대의 불안한 팀장들을 대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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