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말해서, 오늘 아침 미국 정부가 발표한 새로운 식이 지침 사이트인 'Eat Real Food'를 보고 헛웃음이 터졌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권장해 온 곡물 위주의 식단, 즉 '식품 피라미드'가 미국인 절반을 당뇨 전 단계로 만들었다는 처절한 자기 고백이 담겨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이제야 가공식품을 끊고 '진짜 음식(Real Food)'으로 돌아가자고 외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늦장 대응을 보며 등골이 서늘해졌습니다. 왜냐고요? 이 상황이 지금 우리네 IT 현장과 소름 끼치도록 똑같기 때문입니다. 지난 10년, 우리는 '혁신'이라는 미명 하에 얼마나 많은 기술적 가공식품을 섭취해 왔습니까? 필요하지도 않은 MSA(Microservices Architecture)를 도입해 놓고 트랜잭션 관리에 허덕이고, 간단한 CRUD 앱 하나 만드는데 온갖 최신 프레임워크를 덕지덕지 바르는 꼴을 수없이 목격했습니다.

기사에서 언급한 통계는 충격적입니다. 미국 의료비의 90%가 만성 질환 치료에 쓰인다고 합니다. 개발 조직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체 리소스의 90%가 신규 기능 개발이 아니라, 과거에 잘못 설계한 아키텍처를 뜯어고치고 버그를 잡는 '운영 비용(Maintenance Cost)'으로 녹아내립니다. 저는 삼성전자 시절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프로젝트가 '기술 부채'라는 만성 질환에 시달리다 결국 팀 해체라는 사망 선고를 받는 것을 지켜봤습니다. 우리가 섭취해 온 '가공식품'은 다름 아닌 '이력서 주도 개발(Resume Driven Development)'이 낳은 과도한 엔지니어링이었습니다. 남들이 쓴다고 하니 맹목적으로 도입한 기술 스택들이 프로젝트의 혈관을 막고 있었던 겁니다.
새로운 지침은 '단백질 우선(Protein First)'을 강조하며 체중 1kg당 1.2~1.6g의 단백질 섭취를 권장합니다. 이를 개발 언어로 통역하자면, '비즈니스 로직의 밀도'를 높이라는 뜻입니다. 프로젝트의 근육을 만드는 것은 화려한 UI 라이브러리나 복잡한 인프라 구성(탄수화물)이 아니라,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견고한 도메인 로직과 데이터 설계(단백질)입니다. 과거 제가 맡았던 모 AI 플랫폼 프로젝트에서도, 팀원들은 핵심 기능보다 쿠버네티스 클러스터 구축에 열을 올렸습니다. 결과는 뻔했습니다. 정작 서비스 런칭일이 다가오자 기본적인 기능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밤을 새워야 했죠. 탄수화물로 배만 불리고 근육은 하나도 없는, 겉만 번지르르한 '마른 비만' 프로젝트였던 셈입니다.
또한 이번 발표는 '첨가당'과 '정제된 곡물'을 끊으라고 경고합니다. 개발자들에게 있어 가장 위험한 정제 탄수화물은 바로 '검증 없이 복사해 온 코드'입니다. 특히 요즘처럼 Cursor나 Claude 같은 생성형 AI 도구가 발달한 시대에, 주니어 개발자들은 AI가 뱉어주는 코드를 마치 패스트푸드처럼 소비합니다. 당장은 달콤하고 배가 부르겠죠. 구현 속도가 빨라지니까요. 하지만 그 코드 안에 어떤 보안 취약점이 있는지, 비즈니스 맥락에 맞지 않는 로직이 숨어 있는지 '성분표'를 확인하지 않는다면, 그 대가는 끔찍한 장애로 돌아옵니다. 기사에서 말하는 "가공을 최소화한 자연 상태의 채소와 과일"을 섭취하라는 조언은, 우리에게 "기본 원리(Fundamentals)와 공식 문서(Documentation)를 씹어 먹으라"는 말로 들려야 합니다.

이제 우리는 '건강한 지방'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기사에서는 지방이 뇌 건강과 호르몬 기능을 지원한다고 말합니다. 개발에서 건강한 지방이란, 겉보기엔 기름지고 무거워 보일 수 있는 '레거시 기술'이나 '모놀리식 아키텍처(Monolithic Architecture)'일 수 있습니다. 트래픽이 많지 않은 서비스라면 굳이 복잡하게 쪼개지 말고, 잘 관리된 하나의 서버로 운영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MSA 도입 안 하면 뒤처지는 것 아닌가요?"라고 묻는 후배들에게 저는 늘 말합니다. 당신의 팀이 5명 이하라면, MSA는 자살행위라고요. 영양소 흡수를 돕는 건강한 지방처럼, 프로젝트의 성격에 맞는 적절한 기술적 보수성은 오히려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줍니다.
결국 핵심은 'Eat Real Food', 즉 'Real Engineering'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화려한 청사진이나 유행하는 기술 용어에 현혹되지 마십시오. 3년 뒤에도 살아남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면, AI가 짜준 코드를 맹신하지 말고 그 작동 원리를 파고드십시오. 프로젝트를 병들게 하는 불필요한 복잡성을 걷어내고, 진짜 문제를 해결하는 코드(단백질)와 탄탄한 테스트(채소)를 식판 위에 올리십시오. 저 역시 매일 아침 출근하며 다짐합니다. 오늘 내가 만드는 기획서가, 내가 승인하는 아키텍처가 우리 팀을 건강하게 만드는 '진짜 음식'인지, 아니면 당장 입만 즐거운 '불량 식품'인지 말입니다. 여러분의 커리어라는 몸뚱이는 생각보다 정직합니다. 무엇을 섭취했느냐가 곧 당신의 실력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