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기업 PM이 4년간 굴려본 '생산성 시스템' 생존 기록 공개

전직 대기업 PM이 4년간 굴려본 '생산성 시스템' 생존 기록 공개

김성철·2026년 1월 31일·2

전직 대기업 PM이 4년간 PARA 방법론을 직접 운영하며 겪은 시행착오와 끝까지 살아남은 핵심 생산성 인사이트를 공유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노션(Notion) 예쁘게 꾸미는 데 주말 다 바쳐본 적 있으시죠?

화려한 대시보드,

복잡하게 얽힌 관계형 데이터베이스,

자동으로 채워지는 진행률 바.

저도 그랬습니다.

삼성전자에서 기획할 때도, SKT에서 전략 짤 때도 그랬지만

결국 '관리 그 자체'에 매몰되면 망합니다.

오늘은 제가 4년 동안 유명한 생산성 방법론인 'PARA'를

직접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며,

군더더기는 다 쳐내고 '진짜 살아남은 것'들만 이야기하려 합니다.

어디 가서 "나 생산성 툴 좀 쓴다" 하려면 이 정도는 알아야 합니다.


1. PARA가 만능은 아닙니다

세컨드 브레인(Second Brain)의 창시자, 티아고 포르테가 만든 PARA.

Projects(프로젝트), Areas(영역), Resources(자료), Archives(보관).

개념은 그럴싸합니다.

저도 4년 전, 개인 생활이 회사 업무만큼 복잡해지는 걸 느끼고 도입했습니다.

그런데 써보니 치명적인 문제가 하나 있더군요.

'실행(Task)'이 없습니다.

자료를 정리하는 건 좋은데, 당장 오늘 2시까지 뭘 해야 하는지가 안 보입니다.

그래서 저는 PARA에 Tasks(할 일) 데이터베이스를 별도로 붙였습니다.

이걸 안 하면 그냥 '예쁜 쓰레기통'이 됩니다.


2. 4년 뒤, 갖다 버린 것들 (실패 사례)

이건 교과서에 없는 얘긴데,

제가 멋모르고 시도했다가 피 본 것들입니다.

첫째, 과도한 AI 자동화.

요즘 개발자들, 뭐만 하면 API 끌어다가 자동화하려 하죠?

저도 AI가 할 일을 자동으로 생성하게 만들어봤습니다.

결과는?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박살 났습니다.

내가 직접 입력하지 않은 데이터가 멋대로 쌓이니, 나중엔 들여다보기도 싫어지더군요.

내 인생의 핸들링은 내가 직접 해야 합니다.

둘째, 무지성 반복 작업(Recurrent Tasks).

매주 손톱 깎기, 화분에 물 주기...

이런 것까지 노션에 다 넣었습니다.

2주 휴가 다녀오니 어떻게 됐을까요?

밀린 알림이 50개가 넘더군요.

그 빨간 숫자들을 보는 순간, 노션을 켜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습니다.

셋째, 복잡한 구조.

엔지니어링의 기본이죠.

Simple is Best.

정교하게 만들수록 유지보수 비용(Maintenance Cost)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3. 끝까지 살아남은 핵심 기능

그럼 4년의 풍파를 견디고 제 워크플로우에 남은 건 뭘까요?

이 세 가지는 당장 적용해 볼 만합니다.

첫째, Project와 Area의 철저한 분리.

이게 제일 헷갈리는 개념인데,

PM 관점에서 딱 정리해 드립니다.

Projects: 마감 기한이 있는 것. (예: 3분기 앱 출시, 이사 가기)

Areas: 평생 관리해야 하는 영역. (예: 건강, 재테크, 육아)

이 둘을 섞으면 인생이 피곤해집니다.

프로젝트는 끝내는 게 목표고, 영역은 유지하는 게 목표입니다.

둘째, '동사'로 끝나는 구체적 행동.

"건강검진"이라고 적지 마세요.

"병원에 전화해서 10월 24일로 예약 잡기"라고 적으세요.

추상적인 명사는 실행을 미루게 만듭니다.

내부 저항감을 낮추려면 무조건 Action Item 단위로 쪼개야 합니다.

셋째, 인박스(Inbox) 덤프.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할 일이 생기면?

분류고 뭐고 다 필요 없습니다.

일단 Inbox라는 임시 저장소에 다 때려 넣으세요.

속성은 나중에 설정해도 됩니다.

지금 당장 흐름(Flow)을 끊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니까요.


4. 템플릿 복붙하지 마세요

인터넷에 떠도는 '갓생 사는 템플릿' 다운받지 마십시오.

그건 그 사람 몸에 맞는 옷입니다.

여러분이 입으면 백발백중 큽니다.

개발할 때도 남의 코드 복붙해서 돌리면,

어디서 터지는지 디버깅도 못 하잖아요?

똑같습니다.

'최소 기능 제품(MVP)'을 만드세요.

지금 당장 내가 뭘 자꾸 까먹는지, 뭐가 제일 불편한지 찾으세요.

그걸 해결하는 아주 작고 허접한 시스템부터 시작하는 겁니다.

한 달 써보고, 불편하면 고치고, 또 고치세요.

그렇게 4년이 지나면,

그게 바로 여러분만의 '생존 시스템'이 됩니다.

구조 그 자체는 생산성을 보장해주지 않습니다.

그 구조를 내 삶에 맞게 깎아 나가는 '과정'이 우리를 성장시킵니다.

오늘 퇴근하고,

복잡한 노션 페이지 싹 다 지우고

백지에서 다시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진짜 필요한 건, 생각보다 몇 개 없을지도 모릅니다.

김성철
김성철테크니컬 PM

혁신보다는 '생존'이 목표인 15년 차 IT 노동자입니다. 화려한 기술 트렌드 뒤에 숨겨진 정치와 비용, 그리고 레거시의 무게를 이야기합니다.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매일 밤 코드를 읽고, 몰래 AI에게 질문을 던지는 이 시대의 불안한 팀장들을 대변합니다.

김성철님의 다른 글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