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말해서, 소프트웨어 생태계에서 '영원한 지원'이라는 말만큼 무책임한 희망 고문도 없습니다. 제가 삼성전자나 SK텔레콤에서 플랫폼 기획을 할 때 가장 골치 아팠던 것이 바로 '파편화(Fragmentation)' 관리였습니다. 하나의 서비스를 런칭했는데, 배포 채널이 구글 플레이, 원스토어, 갤럭시 앱스, 거기다 통신사별 프리로드 버전까지 나뉘어 있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개발팀은 죽어납니다. 똑같은 기능 하나를 고치기 위해 네 번의 빌드와 네 번의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하니까요. 결국 경영진에게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며 특정 채널을 잘라내자고 보고하면, 영업팀에서는 "고객 다 놓친다"며 난리가 납니다. 하지만 이번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결정을 보니, 역시 거대 기업도 리소스 효율화 앞에서는 칼을 빼 들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재확인하게 됩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 스토어(Microsoft Store)를 통해 설치된 오피스(Office) 앱에 대한 지원을 공식적으로 중단한다고 선언했습니다.
이건 단순한 뉴스거리가 아닙니다. 기업 IT 관리자나 데브옵스(DevOps) 엔지니어라면 등골이 서늘해져야 할 소식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2025년 10월부터 스토어 버전 오피스에는 새로운 기능 업데이트가 중단되고, 2026년 12월이면 보안 패치마저 끊깁니다. 30년 가까이 이 바닥에서 굴러먹은 제 경험상, 보안 패치가 끊긴 소프트웨어를 사내망에 남겨두는 건 시한폭탄을 안고 자는 것과 같습니다. MS가 내세운 대안은 '클릭 투 런(Click-to-Run, C2R)' 방식입니다. 개발 팀 입장에서는 당연한 수순입니다. 스토어 패키징 버전과 C2R 버전이라는 두 가지 트랙을 유지보수하는 건 명백한 인력 낭비이자 기술 부채(Tech Debt)를 쌓는 지름길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클릭 투 런'일까요? 주니어 개발자들은 단순히 설치 방식의 차이로만 이해할 수 있겠지만, 여기에는 '가상화'와 '스트리밍' 기술이 녹아 있습니다. C2R은 전체 설치 파일을 멍하니 기다리며 다운로드하는 구시대적 방식이 아닙니다. 필요한 구성 요소를 스트리밍으로 내려받아 즉시 실행 가능하게 만들고, 나머지 데이터는 백그라운드에서 조용히 채워 넣습니다. 무엇보다 샌드박스 환경에서 돌아가기 때문에 기존 설치된 다른 버전의 오피스와 충돌할 확률도 현저히 낮습니다. 제가 폭포수 모델 시절, CD로 오피스를 설치하다가 레지스트리가 꼬여서 포맷을 하던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MS는 이제 이 효율적인 C2R 방식 하나로 배포 파이프라인을 통일하겠다는 겁니다. 윈도우 10의 수명이 끝나가고 윈도우 11로 전환되는 시점과 맞물려, 레거시 배포 방식을 정리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청소' 작업입니다.
지금 당장 여러분의 PC, 혹은 사내 PC의 오피스 버전을 확인해 봐야 합니다. 워드나 엑셀을 열고 '파일 > 계정' 메뉴로 들어가면 '정보(About)' 섹션이 보일 겁니다. 여기에 'Microsoft Store'라는 문구가 보인다면, 축하합니다. 당신은 곧 도태될 레거시를 쓰고 계신 겁니다. 다행히 해결책은 복잡하지 않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365 앱 설치 관리자를 실행하면, 시스템이 알아서 스토어 버전을 감지해 제거하고 C2R 버전으로 갈아타게 해줍니다. 물론 라이선스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하지만 이걸 개별 사용자에게 맡겨두면 대재앙이 일어납니다. "김 대리, 그거 업데이트했어?"라고 물어봤자, "아뇨, 바빠서 나중에 하려고요"라는 대답만 돌아올 게 뻔합니다. IT 관리자라면 당장 전체 공지를 띄우거나, 중앙에서 강제 마이그레이션을 진행할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이번 MS의 행보는 퍼블리셔(Publisher) 앱 지원 중단이나 윈도우 7, 8 지원 종료와 같은 맥락입니다. 올드비들이 사랑했던 툴들이 하나둘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걸 보면 짠한 마음도 들지만, 기술의 세계에서 정체는 곧 죽음입니다. 워드, 파워포인트, 그리고 새로운 디자이너(Designer) 앱들이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습니다. 제가 늘 후배들에게 하는 말이 있습니다. "익숙한 것에 안주하지 말고, 공급자가 밀고 있는 표준(Standard)을 따라가라." 거대 벤더가 지원을 끊겠다고 예고 사격을 날렸는데도 "우리 회사는 괜찮겠지"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입니다. 2026년 12월, 보안 구멍이 숭숭 뚫린 엑셀 파일 하나 때문에 랜섬웨어에 감염되고 싶지 않다면, 지금 당장 C2R로 전환하십시오. 효율성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