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고백하겠습니다. 저는 요즘 아침마다 두려움을 안고 출근합니다. 20년 가까이 IT 바닥에서 굴러먹으며 산전수전 다 겪었지만, 요즘처럼 기술이 사람을 숨 가쁘게 몰아붙이는 시절은 없었습니다. 터미널을 열고 습관처럼 Cursor나 Claude에게 코드 초안을 맡기면서 문득 섬뜩해집니다. '이 녀석이 나보다 코드를 더 깔끔하게 짜는데, 과연 내년에도 내 자리가 온전할까?' 하지만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저는 그 불안감을 감추고 냉정한 테크니컬 PM의 가면을 씁니다. 경영진은 AI가 개발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거라며 샴페인을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고, 갓 입사한 주니어들은 비즈니스 로직에 대한 고민 없이 AI가 뱉어낸 코드를 그대로 커밋하려 들기 때문입니다.
이 지긋지긋한 '개발자 대체'의 꿈은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1969년 아폴로 우주선이 달에 갈 때부터 시작된 유구한 역사입니다. 당시 마가렛 해밀턴과 그녀의 팀이 손으로 코드를 짜며 우주선을 띄웠지만, 경영진에게 소프트웨어 개발은 늘 '비싸고 느리고 다루기 힘든 전문가들이 필요한 골칫덩어리'였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10년 주기설처럼 항상 은탄환(Silver Bullet)을 찾아 헤맸습니다.
제가 삼성전자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도 비슷했습니다. 4GL이니 CASE 툴이니 하는 것들이 유행했죠. 그보다 앞선 60~70년대에는 COBOL이 있었습니다. "영어 문장처럼 읽히니까 비즈니스맨도 코딩할 수 있다"는 달콤한 거짓말이었습니다. 결과는 어땠습니까? 비즈니스 로직의 복잡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문법만 쉬워진 언어는 끔찍한 스파게티 코드를 양산했고, 결국 'COBOL 개발자'라는 또 다른 전문가 집단만 만들어냈습니다. 90년대 비주얼 베이직(Visual Basic)과 델파이(Delphi) 시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드래그 앤 드롭으로 화면을 그리면 프로그램이 뚝딱 나온다고 했지만, 결국 데이터 무결성을 보장하고 트래픽을 감당하는 건 여전히 숙련된 엔지니어의 몫이었습니다.
문제의 본질은 도구가 아니라 '복잡성' 그 자체에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착각합니다. "고객이 주문하면 재고 확인하고 결제하고 배송한다"는 요구사항이 간단해 보인다고요. 하지만 현장은 전쟁터입니다. 재고 데이터가 락(Lock)이 걸려 있으면 어떻게 할지, 결제 게이트웨이(PG)가 타임아웃을 뱉으면 재시도를 몇 번 할지, 그 와중에 고객이 브라우저를 닫으면 트랜잭션을 어떻게 롤백할지 고민하는 것이 진짜 개발입니다. 이건 자연어로 대충 퉁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AI에게 프롬프트 한 줄 던져서 짠 코드가 겉보기엔 그럴듯해 보여도, 이런 엣지 케이스(Edge Case)를 고려하지 않았다면 그건 시한폭탄이나 다름없습니다.
최근 노코드(No-Code)나 로우코드(Low-Code) 열풍을 지나, 이제는 생성형 AI가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물론 저도 씁니다. 생산성이 미친 듯이 올라가는 건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뼈저리게 느낍니다. 도구가 강력해질수록 '책임'의 무게는 더 무거워진다는 것을요. AI는 훌륭한 조수지만, 비즈니스의 맥락을 책임지지는 않습니다. 주니어 개발자가 AI가 짜준 코드를 리뷰도 없이 배포했다가, 운영 서버에서 예외 처리가 안 되어 장애가 터졌을 때 수습하는 건 결국 사람입니다.
우리는 지금 변곡점에 서 있습니다. 과거의 패턴을 보면 답이 보입니다. 도구가 발전해서 진입 장벽이 낮아질 때마다, 역설적으로 '진짜 전문가'의 수요는 폭발했습니다. 단순 코딩(Coding)이 아니라 엔지니어링(Engineering)을 하는 사람 말입니다. AI가 뱉어낸 코드의 구조적 결함을 꿰뚫어 보고, 레거시 시스템과의 통합을 설계하며, 비즈니스 가치를 기술로 통역해낼 수 있는 능력은 AI 시대에 더 희소해질 겁니다.
후배님들에게, 그리고 동료들에게 감히 조언합니다. AI를 두려워하지도 말고, 맹신하지도 마십시오. 대신 그 위에서 춤추십시오. "CRUD는 AI가 짜주니까 난 이제 놀아도 되나?"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입니다. 오히려 그 시간을 아껴서 아키텍처를 고민하고, 트러블슈팅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경영진이 "AI 도입했으니 개발자 줄여도 되지 않냐"고 물어볼 때, 그들이 간과하고 있는 시스템의 복잡도와 리스크를 논리적으로 방어해내는 것이 여러분의 생존 전략이 될 것입니다. 결국 소프트웨어는 사람을 위해, 사람이 만드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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