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말해서, 오늘 아침 뉴스를 보고 등골이 서늘해졌습니다. 제가 신입 사원 시절부터 내 몸의 일부처럼 여겼던 'Microsoft Office'라는 이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는 소식 때문입니다. 공식 사이트의 헤드라인이 바뀌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오피스가 아니라 "Microsoft 365 Copilot app"입니다. 누군가는 단순한 리브랜딩이라고 치부할지 모르겠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제 눈에는 이것이 거대한 공룡 기업이 던지는 살벌한 경고장으로 보입니다. "이제 문서 작성 도구는 필요 없다, AI가 다 할 테니 너희는 결재나 해라"라는 메시지 말입니다. 30년 넘게 전 세계 직장인의 책상을 지배해 온 소프트웨어의 정체성이 '도구'에서 '비서(Copilot)'로 완전히 넘어갔다는 사실은, 실무자인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저는 과거 삼성전자 시절부터 소위 '장표 깎는 노인'으로 불릴 만큼 PPT의 픽셀 단위 정렬에 집착하고, 엑셀 함수를 3단으로 중첩해 쓰는 걸 자랑으로 여기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번에 내건 슬로건을 보십시오. "생산성, 창의성 및 생성형 AI 잠금 해제." 이제 앱을 실행하면 빈 종이가 아니라 Copilot 채팅창이 먼저 반겨줄 기세입니다.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팀즈가 개별적인 도구가 아니라, 코파일럿이라는 거대 AI 두뇌를 받치는 손발이 되었다는 뜻입니다. 과거의 우리는 문서를 '작성(Creation)'하는 데 시간의 90%를 썼지만, 이제 이 생태계 안에서는 AI에게 지시하고 결과물을 '검수(Review)'하는 능력이 핵심 역량이 될 것입니다.

현업에서 주니어들과 일하다 보면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비즈니스 로직에 대한 고민 없이 그저 최신 툴 사용법이나 단축키 암기에만 열을 올리는 친구들을 볼 때마다 짠한 마음이 듭니다. 이번 변화는 그런 친구들에게 치명타가 될 겁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설명을 보면, 이 앱은 문서, 프레젠테이션, 워크시트를 "단일 통합 앱 환경"에서 생성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즉, 엑셀 따로 켜고 워드 따로 켜서 복사 붙여넣기 하던 시대는 끝났다는 겁니다. OneDrive에 저장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코파일럿이 맥락을 이해하고, 사용자가 요청하기도 전에 초안을 던져주는 세상이 온 겁니다. 이제 '엑셀 잘하는 김 대리'는 설 자리가 없습니다. '데이터의 흐름을 읽고 AI에게 정확한 질문을 던지는 김 PM'만이 살아남습니다.
물론 저도 두렵습니다. 40대 중반이 넘어가면서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속도가 예전 같지 않음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변화는 우리 같은 시니어들에게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AI가 흉내 낼 수 없는 '맥락'과 '정무적 판단력'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코파일럿이 아무리 똑똑해도 결국 "이 보고서를 부장님이 좋아할까?"는 판단하지 못합니다. 다만, 그 판단을 내리기 위해 허비했던 잡무들—데이터 취합, 초안 작성, 디자인—은 이제 과감하게 기계에게 넘겨야 합니다. 그걸 붙들고 있는 건 장인 정신이 아니라 미련입니다. 이번 리브랜딩은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당신은 문서를 만드는 오퍼레이터입니까, 아니면 비즈니스를 설계하는 아키텍트입니까?"
이 변화를 단순히 '이름이 바뀌었네' 하고 넘기지 마십시오. 당신의 업무 루틴이 송두리째 바뀔 것이라는 예고편입니다. 당장 내일부터라도 습관적으로 엑셀 아이콘을 클릭하는 대신, 코파일럿이나 챗GPT 같은 AI 에이전트에게 업무의 초안을 맡기는 연습을 시작하십시오.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피스라는 찬란한 이름을 버리면서까지 배수진을 쳤다면, 우리 같은 월급쟁이들도 그에 맞춰 생존 전략을 수정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기술이 우리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기술을 활용하지 못하는 우리가 도태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형이 술 한잔 사주면서 하는 얘기라고 생각하고, 부디 이 흐름을 놓치지 않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