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고백 하나 하고 시작하겠습니다.
저도 한때는 '기능 추가'가 제 밥값이라고 믿었습니다.
개발팀 리소스 쥐어짜서 버튼 하나 더 만들고, 화려한 애니메이션 넣으면 그게 혁신인 줄 알았죠.
그런데 오늘 제 아이폰 저장 공간을 정리하다가 뒤통수를 세게 맞은 기분입니다.
이건 교과서에는 없는 얘긴데, 우리가 만든 앱들이 지금 고도비만 상태입니다.
지메일(Gmail) 앱 용량이 무려 760MB입니다.
이 숫자가 감이 오십니까?
단순히 텍스트 메일을 주고받는 앱 하나가, 예전 윈도우 98 설치 용량보다 큽니다.
앱스토어 상위 100개 무료 앱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덩치죠.
제가 억지로 써야 하는 아웃룩(Outlook)도 428MB입니다.
지메일에 비하면 날씬해 보일 지경이지만, 솔직히 이것도 말이 안 됩니다.
2017년 전까지만 해도 지메일은 12MB 수준이었습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용량이 수십 배로 뻥튀기된 겁니다.
기능이 50배 더 좋아졌나요? 아니요.
메일 보내는 속도가 10배 빨라졌나요? 글쎄요.
그냥 개발 편의성이라는 명분 아래 덕지덕지 살만 찐 겁니다.
테슬라(Tesla) 앱은 1GB에 육박하고, 삼성 스마트싱스도 비슷합니다.
개발자 후배들이 가져오는 핑계는 뻔합니다.
"라이브러리가 무거워요", "크로스 플랫폼이라 어쩔 수 없어요."
하지만 이 숫자를 보면 변명이 궁색해집니다.
애플 기본 메일(Mail) 앱의 용량은 고작 8.7MB입니다.
지메일이 거의 80배나 더 큽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인증 앱(Authenticator)은 고작 숫자 6개 보여주는데 150MB를 차지합니다.
반면 애플의 패스워드 앱은 3.2MB죠.
이건 기술력의 차이가 아닙니다.
최적화에 대한 집착이 사라진 결과입니다.

"요즘 폰 용량 256GB 넘는데 뭐가 문제냐"고 반문하실 수 있습니다.
저도 주니어 시절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무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사진 좀 찍고 4K 영상 몇 개 담으면 256GB도 금방 찹니다.
저장 공간이 부족하면 OS는 덩치 큰 앱부터 데이터를 날리거나 오프로딩(Offloading) 시킵니다.
급하게 메일 확인해야 하는데, 앱 아이콘 누르니까 "다시 다운로드 중..." 뜨는 거 보신 적 있죠?
그 3초의 딜레이가 유저 경험(UX)을 박살 냅니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안일했습니다.
AWS 비용 아낀다고 서버 아키텍처는 뜯어고치면서, 정작 유저 폰에 깔리는 클라이언트 용량은 방치했습니다.
안드로이드 폰에서는 지메일이 185MB 정도로 그나마 낫다고 합니다만, 이것도 작은 건 아닙니다.
사파리, 캘린더, 메모 등 기본 앱과 서드파티 앱의 용량 차이는 적게는 10배에서 많게는 100배까지 납니다.
이건 게으름의 비용을 유저에게 전가하는 행위입니다.
PM, 기획자 여러분.
화려한 기능 명세서(PRD) 쓰기 전에, 우리 앱 뱃살부터 체크합시다.
개발자분들도 신기술 도입한다고 무거운 라이브러리(Library) 막 가져다 쓰지 마십시오.
앱 용량 다이어트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가장 강력한 퍼포먼스 개선입니다.
기능 하나 더 넣는 것보다, 앱 크기 10MB 줄이는 게 유저 이탈을 막는 더 확실한 액션 플랜일 수 있습니다.
오늘 당장 개발팀 단톡방에 물어보세요.
"우리 앱, 지금 몇 메가입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