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까놓고 말해봅시다.
스타트업 씬에서 '그로스 해킹(Growth Hacking)'이라는 단어만큼 오염된 게 있습니까?
개발자 출신인 제가 마케팅 팀이나 기획 팀에서 가져온 지표를 볼 때 가장 먼저 의심하는 게 뭔지 아세요?
"이거 진짜 유저 맞아요?"
오늘 가져온 이야기는 실리콘밸리의 콧대 높은 엑셀러레이터, Y Combinator(YC) 출신 스타트업의 민낯입니다.
이들이 '성장'이라는 명목하에 어떤 더러운 짓을 벌였는지, 그리고 그게 왜 비즈니스적으로 최악의 자살 행위인지 숫자로 뜯어보겠습니다.
'RevisionDojo'라는 곳입니다.
총 34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45억 원을 투자받은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시험 준비 솔루션 회사죠.
겉보기엔 그럴듯한 에듀테크 스타트업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레딧(Reddit) 커뮤니티 내부에서 돌고 있는 고발 내용을 보면 기가 찹니다.
이들은 프로덕트의 완성도나 리텐션(Retention)을 높이는 대신, 여론 조작(Astroturfing)에 회사의 리소스를 갈아 넣었습니다.

방식은 아주 치졸합니다.
첫째, 가짜 학생 연기입니다.
직원들이나 고용된 알바들이 학생인 척 계정을 만들어 "시험 족보(Exam leaks)"나 "치트 시트"를 공유합니다.
그리고 다른 가짜 계정들이 몰려와 "와, 이거 대박이다", "구해줘서 고맙다"며 댓글로 바람을 잡습니다.
트래픽을 유도하기 위해 저작권 위반 자료를 미끼로 던지는 겁니다.
둘째, 돈으로 산 리뷰입니다.
고등학생들에게 접근해 돈을 줄 테니 홍보성 게시물을 써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셋째, 비판자 입막음입니다.
부정적인 리뷰가 올라오면 해당 유저에게 직접 연락해 압박을 가하거나, 조직적으로 '비추천(Downvote)'을 박아 글을 묻어버립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이들은 최근 'OnePrep'이라는 SAT 준비 도구를 인수했습니다.
인수하자마자 무슨 짓을 했을까요?
기능을 개선했을까요? 서버를 증설했을까요?
아니요. 며칠 만에 트러스트파일럿(Trustpilot) 리뷰 150개를 가짜로 생성했습니다.
자, 여기서 냉정하게 계산기를 두드려봅시다.
제가 항상 팀원들에게 묻는 게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기능이 우리 통장에 1원이라도 기여합니까?"
이런 식의 조작 마케팅은 단기적으로 획득 비용(CAC)을 낮추고 가입자 그래프를 우상향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VC들 앞에서 "우리가 이렇게 바이럴 되고 있습니다"라고 IR 장표를 흔들기엔 좋겠죠.
하지만 이건 비즈니스적으로 완벽한 적자 구조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신뢰 비용(Trust Cost)은 재무제표에 찍히지 않지만, 한번 무너지면 복구하는 데 천문학적인 돈이 들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들이 건드린 대상은 '10대'와 '레딧 유저'입니다.
이들은 디지털 네이티브입니다. 조작 냄새를 맡는 데 도가 튼 집단입니다.
이미 레딧의 IBO(IB 과정) 게시판 관리자들은 이들의 패턴을 전부 문서화해서 박제하고 있습니다.
브랜드 이미지가 나락으로 떨어지면, 아무리 마케팅비를 쏟아부어도 전환율(CVR)은 0에 수렴합니다.
이건 투자가 아니라 매몰 비용(Sunk Cost)을 스스로 만드는 꼴입니다.
게다가 경쟁사나 사법 기관(FTC)에 신고라도 들어가는 날엔?
법무 비용으로 투자금 45억 원은 순식간에 증발할 겁니다.
저는 SI 프로젝트 할 때부터 고객 눈속임하려는 기획자들을 제일 싫어했습니다.
제대로 된 프로덕트 없이 마케팅으로만 승부 보려는 건, 엔진 없는 차에 페인트칠만 예쁘게 해서 파는 것과 같습니다.
팔리는 순간, 바로 반품(Churn)입니다.
이 글을 읽는 창업자, 혹은 마케팅 담당자분들께 묻고 싶습니다.
지금 혹시 숫자를 예쁘게 만들기 위해 '약간의 조작'을 고민하고 계십니까?
당장 멈추세요.
고객은 바보가 아닙니다. 모니터 뒤에 숨어서 여론을 조작할 시간에, 고객 한 명이라도 더 만나서 인터뷰하고 제품 고치세요.
가짜 트래픽으로 만든 J커브는 반드시 피로 쓴 L커브로 돌아옵니다.
폐업 신고서 쓰기 싫으면, 정직하게 빱시다.
우리는 사기꾼이 아니라 사업가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