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즈니스 현장에서 '영원한 우방'이라는 낭만적인 단어만큼 위험한 것은 없습니다. 최근 BBC에서 보도된 캐나다와 중국의 무역 합의 소식은, 냉혹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생존'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가장 완벽한 케이스 스터디입니다. 캐나다는 미국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형제 국가로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중국산 전기차(EV)에 대한 관세를 대폭 완화하고, 그 대가로 농산물 관세 인하를 받아낸 이 '딜(Deal)'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것은 단순한 외교 뉴스가 아닙니다. 거대 플랫폼(미국)에만 의존하던 하청 업체(캐나다)가, 플랫폼 정책 변경(트럼프 리스크)으로 인해 생존이 위협받자 경쟁사(중국)와 손을 잡은, 아주 전형적이고도 필사적인 '피벗(Pivot)' 과정입니다.
저는 과거 대기업 SI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특정 벤더사의 솔루션에 100% 종속된 아키텍처가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뼈저리게 경험했습니다. 당시 우리는 글로벌 1위 벤더라는 이유만으로 특정 DB 솔루션을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라이선스 정책이 변경되자마자 유지보수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프로젝트의 마진율은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쳤습니다. 그때 배웠습니다. "기술적 우위보다 중요한 것은 협상력(Bargaining Power)이다." 캐나다의 이번 결정은 정확히 이 지점을 관통합니다. 미국의 USMCA(북미자유무역협정)가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언제 휴지 조각이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캐나다는 '미국바라기'라는 명분 대신 '중국과의 거래'라는 실리를 택했습니다. 이는 스타트업이 특정 대기업 클라이언트 하나에 매출의 80%를 의존하다가, 그 기업의 경영진이 바뀌자마자 계약 해지를 당하고 폐업 위기에 몰리는 상황과 판박이입니다.
마크 카니 총리의 발언은 우리 같은 창업자들이 책상 머리에 붙여둬야 할 명언입니다. "우리는 세상을 우리가 바라는 대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이 문장에는 낭만이 없습니다. 오직 계산기 두드리는 소리만 들립니다. 캐나다는 중국의 인권 문제나 안보 위협을 몰라서 손을 잡은 게 아닙니다. 당장 자국 농민들(카놀라유 수출)의 생계가 끊길 위기에 처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자국 자동차 산업의 일부 희생(중국산 저가 EV 유입)을 감수했습니다. 비즈니스 용어로 치환하자면, 캐시카우(Cash Cow)인 농업 분야의 리텐션(Retention)을 유지하기 위해, 신사업 분야인 전기차 시장의 점유율 일부를 떼어준 셈입니다. 이것은 철저한 손익분기점(BEP) 계산 끝에 나온 '손절'과 '익절'의 배합입니다.
많은 개발자 출신 대표님들이 기술적 완성도나 도덕적 우월감에 취해 비즈니스 기회를 놓치곤 합니다. "중국산 코드는 보안이 불안해", "저 클라이언트는 갑질이 심해서 거래 안 해." 물론 맞는 말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 다음 달 직원 월급 줄 돈이 말라가는데 그런 고상한 원칙이 무슨 소용입니까? 기사에서 언급된 것처럼, 중국은 전 세계 EV 생산의 70%를 차지합니다. 이 막대한 물량을 무시하고 '순수 북미산 공급망'만 고집하는 것은, 마치 오픈소스 라이브러리는 못 믿겠다며 모든 기능을 처음부터 직접 코딩하겠다는 개발자의 아집과 다를 바 없습니다. 캐나다는 중국산 EV 관세를 100%에서 6.1%로 낮췄습니다. 이는 소비자에게 더 저렴한 가격을 제공하고, 물가 안정을 꾀하겠다는, 철저히 '사용자 경험(UX)'과 '지갑 사정'에 맞춘 결정입니다.
물론 몬트리올 맥길대학 교수의 지적처럼, 이 합의로 인해 캐나다 내 테슬라 같은 미국 기업이나 로컬 제조사들은 타격을 입을 것입니다. 약 10%의 점유율이 중국 업체로 넘어갈 것이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하지만 묻겠습니다. 당신의 회사가 망하면 그 점유율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백악관 무역대표가 이 합의를 "문제적(problematic)"이라고 비난하든 말든, 트럼프가 "좋은 일"이라고 비꼬든 말든, 캐나다는 당장 2026년에 닥칠지 모르는 무역 공백(Risk)을 헤지(Hedge)한 것입니다. 이것은 배신이 아니라 리스크 매니지먼트입니다.
창업 초기, 저는 '우리 제품의 가치를 알아주는 진정성 있는 고객'만을 찾으러 다녔습니다. 하지만 그건 환상이었습니다. 비즈니스 관계는 철저히 이익에 기반합니다. 캐나다가 미국이라는 거대한 단일 플랫폼(Vendor)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중국이라는 멀티 클라우드 전략을 도입했듯이, 우리도 생존을 위해서는 과감하게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합니다. 지금 당신의 매출 장부를 열어보십시오. 특정 클라이언트나 특정 플랫폼(애플, 구글, 카카오 등)에 대한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다면, 당신은 지금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입니다. 캐나다처럼 욕을 먹더라도, 혹은 자존심을 굽히더라도 대체 불가능한 '플랜 B'를 확보하십시오. 낭만적인 의리보다는 차가운 생존 본능이 당신의 통장을 지켜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