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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는 왜 공짜여야 하는가: '코드'와 '제품' 사이의 간극

소프트웨어는 왜 공짜여야 하는가: '코드'와 '제품' 사이의 간극

이도현·2026년 1월 5일·3

소프트웨어의 '공짜' 문화를 경제학적 관점과 비즈니스 전략으로 분석하며, 복제 가능성과 가치 제안의 차이가 어떻게 성공적인 SaaS 비즈니스로 연결되는지 설명합니다.

최근 해커뉴스(Hacker News)에서 "현실 세계에서는 모든 것에 돈을 내는데, 왜 소프트웨어는 공짜인가?"라는 흥미로운 논쟁을 목격했습니다. 글쓴이는 목수(Carpenter)를 예로 들며, 그들이 만든 가구를 공짜로 주는 일은 상상할 수 없는데 왜 개발자들은 오픈소스를 통해 자신의 노동력을 무료로 배포하는지, 그리고 왜 그것이 당연시되는지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솔직히 말해, 저 역시 창업 초기에는 비슷한 억울함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밤을 새워 작성한 복잡한 알고리즘과 아키텍처가 깃허브(GitHub)에서는 그저 '좋아요(Star)' 몇 개로 보상받고, 정작 비즈니스 모델로 연결하려 하면 지갑을 닫는 사용자들을 보며 회의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B2B SaaS 기업을 운영하며 매출을 만들고 스케일업(Scale-up)을 경험해 보니, 이 '공짜'의 역설이야말로 소프트웨어 비즈니스의 본질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이 논쟁을 통해 우리가 놓치고 있는 소프트웨어의 경제학적 가치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가장 먼저 짚어야 할 지점은 '한계 비용(Marginal Cost)'의 차이입니다. 해커뉴스 댓글 중 simonw가 지적했듯, 목수가 의자 하나를 더 만들기 위해서는 정확히 그만큼의 목재와 노동 시간이 추가로 필요합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는 다릅니다. 원본 코드가 완성되면, 그것을 복제하여 100만 명에게 배포하는 데 드는 비용은 '0'에 수렴합니다. 만약 목수가 버튼 하나만 눌러 의자를 무한대로 복제할 수 있다면, 의자 가격 역시 0원에 가까워졌을 것입니다. 저는 과거에 '내가 투입한 시간'이 곧 '소프트웨어의 가격'이 되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냉정합니다. 복제 가능한 재화의 가격은 공급이 무한대에 가까워질수록 필연적으로 낮아집니다. 따라서 우리가 파는 것은 '코드 덩어리' 그 자체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코드는 그저 도구일 뿐, 고객이 지불하는 것은 그 도구를 통해 얻는 '문제 해결'과 '시간 절약'이라는 가치여야 합니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기술적 풍요 또한 이 '무료' 문화 덕분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저를 포함해 지금 이 글을 읽는 여러분 대부분은 리눅스(Linux) 커널 위에서, 무료 언어(Python, Go, Rust)를 사용하고, 무료 프로토콜(HTTP, TCP/IP)을 통해 통신하며 서비스를 만듭니다. mmooss라는 유저의 지적처럼, 만약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라이브러리와 프레임워크, 컴파일러에 대해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면, 지금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저 역시 창업 초기, 오픈소스 데이터베이스와 무료 티어의 클라우드 인스턴스를 활용해 MVP(Minimum Viable Product)를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무료로 받은 거대한 유산 위에서 비즈니스를 하면서, 내가 만든 작은 모듈 하나만 유료로 팔겠다고 고집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수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생태계는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가 아닌, 거대한 '공유지(Commons)' 위에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개발자는 굶어 죽어야 할까요? 절대 아닙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료'를 비즈니스 전략으로 전환하는 지혜입니다. 단순히 코드를 무료로 뿌리는 것이 아니라, 제품 주도 성장(PLG, Product-Led Growth)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고객에게 소프트웨어의 핵심 기능(Core Value)을 무료로 제공하여 진입 장벽을 낮추고, 사용자가 우리 제품에 익숙해지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 후, 기업 환경에 필요한 보안(SSO), 관리 기능, 혹은 고성능의 SLA(서비스 수준 협약)를 유료 모델로 제시하는 것입니다. 해커뉴스 논쟁에서도 언급되었듯, 사람들은 '코드'를 사는 것이 아니라 '신뢰'와 '편리함'을 삽니다.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무료일지라도, 기업들은 그 프로젝트를 안정적으로 유지보수하고 기술 지원을 받기 위해 기꺼이 엔터프라이즈 라이선스를 구매합니다. 즉, '공짜 소프트웨어'는 실패가 아니라, 가장 강력한 마케팅 채널이자 고객 확보 수단(CAC 절감)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목수와 개발자의 차이는 '복제 가능성'에서 오지만, 생존 방식은 '가치 제안'에서 갈립니다. 저의 경우, 단순히 기능을 구현한 코드를 팔려고 했을 때는 처참하게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그 코드가 고객의 워크플로우를 어떻게 개선하고, 그들의 비용을 얼마나 절감해 줄 수 있는지를 증명하고 서비스화(SaaS) 했을 때 비로소 매출이 발생했습니다. 주니어 개발자나 예비 창업자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여러분이 작성한 코드가 무료로 배포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진짜 경쟁력은 깃허브에 올라간 소스 코드 몇 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코드를 활용해 지속 가능한 서비스를 운영하고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오퍼레이션 역량'에 있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하지만, 소프트웨어 세상에서는 '공짜'를 잘 활용하는 사람만이 '유료'의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도현
이도현B2B SaaS 창업자 & CEO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혁신은 그저 값비싼 취미생활일 뿐입니다." LG CNS의 엔터프라이즈 감각과 토스(Toss)의 야생성을 거쳐, 현재는 B2B SaaS 정글에서 생존을 증명하고 있는 실전형 창업가입니다. '돈이 되는 프로덕트'를 만드는 처절한 노하우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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