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가 끔찍해서 스포티파이를 탈퇴하고, 사설 서버를 구축하다 주말을 통째로 날린 기록

UX가 끔찍해서 스포티파이를 탈퇴하고, 사설 서버를 구축하다 주말을 통째로 날린 기록

김다은·2026년 1월 6일·3

스포티파이의 퇴보한 UX에 분노하여 직접 사설 미디어 서버(Jellyfin)와 VPN을 구축하며 보낸 주말의 삽질 기록과 디자이너로서 느낀 인사이트.

솔직히 고백하겠습니다. 저는 디자이너 주제에 '감성'보다 '가성비'와 '논리'를 따지는 편입니다. 픽셀 1px이 어긋나면 개발자분을 괴롭히면서도, 정작 제가 돈을 내고 쓰는 서비스가 비논리적인 사용자 경험(UX)을 제공하면 참을 수가 없습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바로 그놈의 '구독료 인상'과 '사용자 경험의 퇴보'였습니다.

2025년 8월, 스포티파이가 가격을 올렸습니다. 단순히 가격만 올랐다면 '자본주의가 그렇지' 하며 넘어갔을 겁니다. 문제는 무료 플랜으로 전환했을 때 마주한 참담한 현실이었습니다. 셔플 재생 강제는 그렇다 쳐도, 곡의 진행 바(Scrubbing)를 조작할 수 없게 막아둔 건 명백한 '다크 패턴'이었습니다. 사용자를 불편하게 만들어 결제를 강요하는 방식, 이건 디자이너로서 용납할 수 없는 모욕이었습니다.

넷플릭스도, 디즈니플러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광고가 덕지덕지 붙거나, UI가 개편될 때마다 오히려 사용성은 떨어졌습니다. 비용은 올라가는데 가치는 떨어지는 이 기현상을 보며, 저는 무모한 결심을 했습니다.

"더러워서 내가 직접 만든다."

그렇게 주니어 디자이너의 '맨땅에 헤딩'식 셀프 호스팅(Self-Hosting)이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엔 만만하게 봤습니다. 기획서 없이 구두로 화면 그려달라는 클라이언트도 상대해봤는데, 서버 하나 못 띄우겠냐는 오만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제 맥북의 아름다운 GUI 환경을 벗어나 리눅스 터미널의 검은 화면을 마주했을 때, 저는 철저히 무력했습니다.

하드웨어는 직접 구매하는 대신 클라우드 방식을 택했습니다. Hetzner의 VPS(CAX21)를 선택했습니다. 4 vCPU에 8GB RAM. 월 비용을 따져보니 스트리밍 서비스 두어 개 구독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했습니다. 스토리지는 별도의 Storage Box를 붙여 SMB로 마운트했습니다. 여기까지는 '가성비' 계산이 맞아떨어져 즐거웠습니다.

진짜 지옥은 미디어 서버 'Jellyfin'과 VPN 'WireGuard'를 연동하는 과정이었습니다.

Plex 대신 오픈소스인 Jellyfin을 선택한 건 순전히 '자유도'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외부에서 이 서버에 안전하게 접속하려면 VPN 터널링이 필수였습니다. WireGuard 설정 파일인 wg0.conf를 열어놓고 Interface, Peer, AllowedIPs 같은 용어들과 씨름해야 했습니다.

디자인 시스템 가이드 잡을 때 컴포넌트 네이밍 하나에도 30분씩 고민하던 제가, iptables 규칙 하나 잘못 건드려서 서버 접속이 통째로 끊기는 경험을 했을 때는 정말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가장 큰 난관은 네트워크 구성이었습니다. 집에서는 라우터(FRITZ!Box)를 통해, 밖에서는 아이폰과 맥북으로 각각 접속해야 했습니다. 각 기기마다 Public Key와 Private Key를 생성하고, 허용된 IP 대역을 설정해주는 과정은 마치 엉켜버린 레이어를 하나씩 정리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최종적으로 Docker Compose를 이용해 컨테이너를 띄우는 데 성공했을 때, 저는 처음으로 개발자분들이 느끼는 희열을 이해했습니다. docker-compose up -d 명령어를 치고 에러 로그 없이 서비스가 구동되었을 때의 그 짜릿함이란.

물론 제가 구축한 Jellyfin의 UI는 넷플릭스나 스포티파이만큼 매끄럽지 않습니다. 썸네일 로딩도 가끔 느리고, 큐레이션 알고리즘도 없습니다. 하지만 곡을 넘길 때 딜레이가 없고, 내가 소유한 파일을 내 마음대로 제어할 수 있다는 '통제권'이 주는 만족감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습니다.

이번 삽질을 통해 뼈저리게 느낀 점이 있습니다. 우리가 편하게 누리는 SaaS의 '편리함' 뒤에는 수많은 엔지니어의 피와 땀, 그리고 복잡한 인프라 비용이 숨어있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기업이 수익성을 이유로 UX를 인질로 삼을 때, 기술을 조금만 알면 우리에게도 '탈출구'는 존재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개발 가이드 문서 깎는 노인이라 불리던 제가, 이제는 YAML 파일을 깎고 있습니다. 디자이너 여러분, 가끔은 피그마를 끄고 터미널을 켜보세요. 우리가 그리는 화면 뒤편의 거대한 세계를 이해하는 순간, 디자인의 설득력은 배가 됩니다. 비록 주말은 삭제되겠지만 말입니다.

김다은
김다은주니어 UI/UX 디자이너

'예쁜데요?'보다 '지표가 올랐네요'를 듣고 싶은 3년차 프로덕트 디자이너. 감성의 영역을 논리의 언어로 통역하며, 개발자와 기획자 사이에서 살아남는 실전 생존기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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