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들 Tailwind CSS 좋아하시죠?
저도 좋아합니다. SI 시절 스파게티 CSS에 고통받다가 이걸 처음 썼을 때의 쾌감은 아직도 생생하니까요.
그런데 최근 "Tailwind Labs가 엔지니어링 팀의 75%를 해고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더군요.
사실 스타트업 바닥에서 해고는 흔한 일입니다.
제가 토스에 있을 때도, 지금 제 회사를 운영하면서도 뼈저리게 느끼지만 현금 흐름(Cash Flow)이 막히면 낭만은 사치일 뿐입니다.
하지만 CEO로서 이 사태를 보며 등골이 서늘했던 건 '해고' 그 자체가 아닙니다.
해고 직후 Github에서 벌어지고 있는 촌극 때문입니다.
바로 이 PR(Pull Request) 하나 때문인데요.

내용은 심플합니다. llms.txt 파일을 추가하겠다는 겁니다.
개발자분들은 아시겠지만, 아직 감이 안 오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이건 사람이 읽으라고 만드는 파일이 아닙니다.
Cursor, Claude, ChatGPT 같은 AI 에이전트들이 읽기 편하게 만든 'AI 전용 문서'입니다.
요즘 개발자들, 공식 문서 사이트 가서 검색창에 타이핑 안 합니다.
IDE에서 AI한테 "이거 어떻게 구현해?"라고 물어보죠.
그때 AI가 이 llms.txt를 긁어가서 정확한 답변을 주는 겁니다.
즉, 이 파일은 B2B SaaS나 오픈소스 라이브러리에게 있어 '새로운 시대의 SEO(검색 최적화)'이자 '가장 강력한 영업 사원'입니다.
이게 없으면 AI가 헛소리를 할 확률이 높아지고,
개발자는 "아, 테일윈드 왜 이렇게 멍청하게 동작해?"라며 이탈하게 되죠.
비즈니스 관점에서 보면 전환율(Conversion Rate)과 리텐션(Retention)에 직결되는 기능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세요.
PR이 올라온 지 한참이 지났는데 머지(Merge)가 안 됩니다.
코멘트를 보면 가관입니다.
"왜 이 PR이 진행이 안 되나요?" "저도 그게 궁금합니다."
유지보수할 사람이 없어서 가장 중요한 '미래 먹거리'를 위한 기능이 방치되고 있는 겁니다.
이게 바로 '잘못된 구조조정'의 전형적인 시그널입니다.
비용 줄이겠다고 개발팀을 날렸는데, 정작 돈을 벌어다 줄(혹은 사용자를 락인시킬) 핵심 파이프라인까지 막아버린 꼴이죠.
제가 LG CNS에서 차세대 프로젝트 할 때도 똑같은 걸 봤습니다.
"운영 효율화" 한다면서 핵심 개발자들 다른 프로젝트로 돌리고, 남은 인원들은 유지보수에 허덕이다가 신기술 도입 타이밍을 다 놓쳤죠.
결국 그 시스템, 3년 뒤에 고철 덩어리 취급받았습니다.
llms.txt는 단순한 텍스트 파일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프로덕트가 'AI 시대'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생존 신고서입니다.
지금 당장 우리 회사 레포지토리를 확인해 보세요.
AI가 우리 서비스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문을 열어뒀습니까?
아니면 Tailwind처럼 내부 사정으로 인해 문을 걸어 잠그고 있습니까?
"그래서 이 기능이 통장에 1원이라도 기여합니까?"
네, 기여합니다.
개발자가 떠나면, 그들이 만드는 프로덕트도 떠납니다.
개발자가 쓰는 도구를 만드는 회사라면, 지금 당장 AI가 읽을 수 있는 문서부터 챙기십시오.
사람 자르는 건 그다음 문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