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객은 누구인가" 답 못해서 폐업 직전인 스타트업이, 타겟팅 하나로 생존율 100% 만드는 법

"우리 고객은 누구인가" 답 못해서 폐업 직전인 스타트업이, 타겟팅 하나로 생존율 100% 만드는 법

이도현·2026년 1월 6일·3

팔란티어 창업자의 파격적인 발언을 통해 본 스타트업의 생존 전략. 선명한 PMF 정의와 타겟팅이 어떻게 비즈니스 임팩트를 만드는지 분석합니다.

조 론스데일 팔란티어 공동 창업자가 최근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팔란티어는 공산주의자들을 죽이기 위해 설립됐다(Palantir was founded to kill communists)."

실리콘밸리의 많은 사람들이 이 발언을 두고 정치적 올바름이나 윤리 문제를 논하더군요. 하지만 창업자이자 CEO로서 제 눈에 들어온 건 딱 하나였습니다. 이토록 선명한 PMF(Product-Market Fit) 정의가 또 있을까 싶더군요.

낭만 섞인 미사여구는 다 걷어치우고 냉정하게 봅시다. 오늘 이야기는 이념 논쟁이 아닙니다. 당신의 스타트업이 왜 돈을 못 벌고 있는지, 왜 '그럴싸한 기획'만 하다가 통장 잔고가 바닥나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모두를 만족시키려다 아무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당신에게

제가 멘토링을 다니며 초기 창업팀을 만나면 가장 많이 듣는 비전이 있습니다. "세상을 더 낫게 만든다", "사람들을 연결한다" 같은 말들입니다. 듣기엔 좋죠. 하지만 이런 추상적인 목표를 가진 팀치고 BEP(손익분기점) 근처라도 가는 팀을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왜냐고요? 고객이 누구인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팔란티어의 저 발언을 비즈니스 언어로 번역하면 이렇습니다.
"우리의 고객은 서구권 국방/정보 기관이며, 우리가 해결할 문제는 국가 안보 위협이다."

이 한 문장으로 그들은 자신들의 고객이 아닌 사람(일반 B2C 유저, 안보와 무관한 기업)을 완벽하게 배제했습니다. 그리고 진짜 돈을 줄 고객(미 국방부, CIA)에게 확실한 시그널을 보냈습니다. "우리는 너희의 적을 제거하는 도구를 만든다"고요.

당신의 서비스는 누구를 위해, 무엇을 '죽여줍니까'?

비즈니스 임팩트는 '적'을 규정하는 데서 나옵니다

SI 프로젝트 리더 시절, 그리고 토스에서 PO로 일하며 뼈저리게 느낀 게 있습니다. 개발자가 신기술 도입에 취해있거나, 기획자가 화면 UI에 집착할 때 프로젝트는 산으로 갑니다.

돈을 버는 프로덕트는 고객의 고통(Pain Point)을 해결하는 게 아니라, 고객의 적(Enemy)을 말살해야 합니다.

명확한 타겟팅이 가져오는 효과

리소스 최적화
팔란티어가 "공산주의자를 죽인다"고 목표를 잡았으니, 예쁜 UI나 소셜 기능 따위에 개발 리소스를 낭비했을까요? 아닙니다. 오직 데이터 통합과 분석, 패턴 인식에만 몰빵했습니다.
당신 팀의 개발자는 지금 매출과 상관없는 '있어 보이는 기능'을 만드느라 밤을 새우고 있지 않습니까?

영업의 효율화
고객이 명확하면 마케팅 비용이 줄어듭니다. 불특정 다수에게 페이스북 광고를 돌릴 필요가 없습니다. 팔란티어는 국방부 관계자만 만나면 됩니다. 당신의 서비스가 '모두를 위한 것'이라면, 그건 사실 '아무도 안 쓰는 것'과 동의어입니다.

당장 내일 써먹는 생존 액션 아이템

지금 당장 팀원들을 모아놓고 화이트보드에 다음 세 가지 질문을 적으세요. 우아한 단어는 금지입니다. 최대한 원초적이고 돈 냄새가 나게 적어야 합니다.

1. 우리의 고객은 누구인가? (Who pays?)
'2030 직장인' 같은 소리 하지 마세요. "월말 정산 때문에 엑셀과 씨름하느라 야근하는 3년 차 재무팀 대리" 정도로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2. 우리는 고객의 무엇을 '죽여'주는가? (What do we kill?)
'업무 효율화'는 너무 약합니다. "영수증 풀칠하는 시간 삭제", "엑셀 수식 오류로 인한 상사의 갈굼 제거"가 되어야 합니다. 팔란티어처럼 'Kill'이라는 단어를 써서 정의해보세요.

3. 지금 개발 중인 기능이 위 목표에 기여하는가?
현재 스프린트에 올라와 있는 티켓들을 보세요. 고객의 적을 죽이는 데 1도 도움이 안 되는 기능(예: 다크모드, 프로필 꾸미기 등)이 있다면 당장 백로그로 치워버리세요. 지금은 생존이 먼저입니다.

결론: 낭만은 돈을 벌고 나서 챙기세요

조 론스데일의 발언이 과격해 보입니까? 제가 보기엔 100억 원짜리 컨설팅보다 더 값진 조언입니다.

스타트업은 제한된 자원으로 압도적인 적(시장 상황, 경쟁자, 자금난)과 싸우는 조직입니다. 칼을 갈았으면 무엇을 벨지 정해야 합니다. 허공에 칼질하다가 지쳐 쓰러지지 마십시오.

당신의 코드가, 당신의 기획이 우리 회사 통장에 1원이라도 기여하고 있습니까?
이 질문에 "YES"라고 대답할 수 없다면, 모니터 끄고 고객부터 만나러 나가십시오. 그게 당신이 살길입니다.

이도현
이도현B2B SaaS 창업자 & CEO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혁신은 그저 값비싼 취미생활일 뿐입니다." LG CNS의 엔터프라이즈 감각과 토스(Toss)의 야생성을 거쳐, 현재는 B2B SaaS 정글에서 생존을 증명하고 있는 실전형 창업가입니다. '돈이 되는 프로덕트'를 만드는 처절한 노하우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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