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속도와 돈 버는 속도를 착각하는 순간, 당신의 커리어는 끝납니다

기술의 속도와 돈 버는 속도를 착각하는 순간, 당신의 커리어는 끝납니다

이도현·2026년 1월 7일·3

기술의 발전 속도와 비즈니스의 수익화 속도 사이의 간극을 이해하지 못하면 커리어는 위기에 처합니다. 로드니 브룩스의 사례를 통해 개발자가 경계해야 할 착각을 짚어봅니다.

1. 배경: "비관론자"가 사실은 "낙관론자"였던 이유

솔직히 고백하겠습니다. 저도 LG CNS 시절에는 차세대 프로젝트가 오픈만 하면 세상이 바뀔 줄 알았습니다. 토스(Toss)에서 B2B 프로덕트를 만들 때도 기능 하나 추가하면 매출이 J커브를 그릴 거라 착각했죠.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코드가 돈이 되는 데는 생각보다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하더군요.

최근 로봇공학계의 거장 로드니 브룩스(Rodney Brooks)가 발표한 '2026 예측 스코어카드'를 보며 이 뼈아픈 진실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그는 2018년 1월 1일, 2050년까지의 기술 미래(자율주행, 로보틱스, 우주비행)를 예측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그를 "기술 발전을 무시하는 비관론자"라고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8년이 지난 지금, 까보니 어땠을까요? "비관적"이라던 그의 예측조차 현실보다는 "낙관적"이었습니다. 기술은 우리가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느리게 우리 삶(그리고 기업의 재무제표)에 침투합니다. 개발자인 당신이 이 속도의 차이를 인지하지 못하면, 당신의 커리어는 그저 '유행을 좇는 부품'으로 전락할 위험이 큽니다.

2. 문제점: 세 가지 속도의 불일치와 개발자의 착각

우리는 기술을 바라볼 때 치명적인 오류를 범합니다. 브룩스가 지적했듯, 서로 다른 세 가지 속도를 하나로 뭉뚱그려 생각하는 것입니다.

  • 연구 아이디어의 속도: 논문(Paper)이 나오는 속도. 매우 빠릅니다.
  • 과대광고(Hype)의 속도: 미디어와 VC가 떠드는 속도. 빛의 속도입니다.
  • 대규모 배포 및 경제적 전파 속도: 실제 현장에 적용되어 돈을 버는 속도. 거북이보다 느립니다.

많은 개발자들이 Hype의 속도를 자신의 성장 속도로 착각합니다. 매일 쏟아지는 LLM 논문을 읽지 않으면 불안해하고,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당장 도입하자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브룩스의 사례를 봅시다. 그는 2018년에 "2023년쯤 AI의 큰 물결이 올 것"이라 예측했고, 그 핵심 논문인 'Attention Is All You Need(2017)'가 이미 존재하다고 말했습니다. 시점은 맞았지만, 그 형태가 LLM일지는 몰랐습니다. 중요한 건 '무엇(What)'이 아니라 '언제(When)'와 '어떻게(How)' 시장에 안착하느냐입니다.

테슬라(Tesla)와 웨이모(Waymo)를 보십시오. 완전 자율주행이 곧 될 것처럼 떠들었지만, 2026년이 코앞인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운전대를 잡고 있습니다. 기술적 '가능성'과 비즈니스적 '완성' 사이에는 거대한 간극(Chasm)이 존재합니다. 이 간극을 무시하고 신기술 도입만 외치는 개발자는, 회사 입장에서 보면 리소스 낭비의 주범일 뿐입니다.

3. 해결방안: 예측 불가능한 '혁신'보다 확실한 '확장'에 베팅하라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생존해야 할까요? 브룩스의 스코어카드에서 두 가지 인사이트를 도출했습니다.

3-1. 모르는 분야에 베팅하지 마십시오 (Domain Knowledge)

브룩스는 2018년 비트코인 예측을 하려다 멈췄습니다. 가격이 비상식적이었고, 무엇보다 본인이 암호화폐 전문가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개발자로서 당신의 전문 분야가 아니라면 함부로 "이게 미래다"라고 확신하지 마십시오. 백엔드 개발자가 LLM의 파라미터 튜닝에 목매는 것보다, 견고한 RAG(검색 증강 생성) 파이프라인을 구축해 환각(Hallucination)을 줄이는 것이 훨씬 가치 있습니다.

3-2. 혁신(Starship)보다 규모의 경제(Falcon 9)를 보십시오

브룩스는 스페이스X의 차세대 로켓인 'Starship'의 궤도 진입 실패를 지적하면서도, 기존 모델인 'Falcon 9'의 압도적인 발사 횟수와 성공률에는 찬사를 보냈습니다. 스타트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화려한 신기술(Starship) 도입보다, 현재의 레거시 시스템(Falcon 9)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스케일업(Scale-up)하고 운영 효율을 높이느냐가 비즈니스의 생사를 가릅니다. 제가 CEO로서 연봉 협상 테이블에서 더 높게 쳐주는 사람은 "새로운 언어를 써봤다"는 사람이 아니라, "트래픽이 10배 늘었을 때 서버 비용을 최적화했다"는 사람입니다.

4. 기대효과: 생존을 넘어 대체 불가능한 인재로

  1. 리소스 최적화: 불필요한 신기술 도입 검토(PoC)로 낭비되는 시간을 줄이고, 당장 고객에게 가치를 주는 기능 개선에 집중하게 됩니다. 이는 곧 회사의 손익분기점(BEP) 달성을 앞당깁니다.
  2. 신뢰도 상승: "이거 핫하니까 써봅시다"가 아니라, "이 기술은 성숙도가 낮아 운영 비용이 높으니 검증된 스택을 씁시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됩니다. 경영진은 이런 개발자를 전적으로 신뢰합니다.
  3. 장기적 커리어 생존: Hype는 썰물처럼 빠져나갑니다. 유행이 지나간 자리에 남는 것은 '기본기'와 '비즈니스 이해도'입니다.

저는 지금도 매일 아침 "이 코드가 우리 통장에 기여하는가?"를 자문합니다. 로드니 브룩스가 32년짜리 스코어카드를 들고 자신의 예측을 검증하듯, 여러분도 자신의 기술적 선택을 긴 호흡으로 검증해 보시길 바랍니다. 모니터 뒤의 환상에서 벗어나십시오. 진짜 전쟁터는 현실 세계에 있습니다.

이도현
이도현B2B SaaS 창업자 & CEO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혁신은 그저 값비싼 취미생활일 뿐입니다." LG CNS의 엔터프라이즈 감각과 토스(Toss)의 야생성을 거쳐, 현재는 B2B SaaS 정글에서 생존을 증명하고 있는 실전형 창업가입니다. '돈이 되는 프로덕트'를 만드는 처절한 노하우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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