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개발자의 뇌피셜 기획으로 200억 날리고, 창고에 악성 재고 9,000대 쌓은 썰 (PMF 부검 리포트)

천재 개발자의 뇌피셜 기획으로 200억 날리고, 창고에 악성 재고 9,000대 쌓은 썰 (PMF 부검 리포트)

이도현·2026년 1월 14일·2

천재 개발자의 아집으로 탄생한 Sinclair C5의 사례를 통해 PMF(Product-Market Fit)의 중요성과 고객 중심 기획의 필요성을 분석합니다.

안녕하세요, 이도현입니다.

혹시 지금 "이 기술은 너무 혁신적이라 출시만 하면 대박 날 거야"라고 생각하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잠깐 하던 코딩 멈추고, 이 글부터 읽으세요.

오늘은 제가 겪은 실패... 아니, 저보다 훨씬 똑똑했던 한 천재가 어떻게 자기 확신(Ego)에 빠져 거하게 말아먹었는지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바로 1985년에 나온 전동 삼륜차, 'Sinclair C5' 이야기입니다.

저도 토스(Toss)에서 PO로 일할 때, 그리고 SI 프로젝트 리더로 일할 때 수없이 봤습니다.

고객은 원하지도 않는데 "우리 기술력이 이 정도다!" 보여주려고 만든 기능들 말입니다.

결국 그 기능들, 유지보수 비용만 잡아먹는 '기술 부채'가 되어 돌아오더군요.

Sinclair C5가 딱 그랬습니다.


1. 천재의 오만: "내가 만들면 산다"

이 차를 만든 클라이브 싱클레어 경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1980년대 가정용 컴퓨터(ZX Spectrum)로 대박을 터뜨린, 영국 IT 업계의 신화적인 존재였죠.

기사 작위까지 받은 이 양반,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습니다.

"컴퓨터로 세상을 바꿨으니, 이제 전기차로 교통 혁명을 일으키겠다."

그는 시장 조사가 아니라 본인의 직관을 믿었습니다.

2. 스펙은 화려했습니다 (기술적 자위)

개발자들, 이런 거 좋아하죠?

  • 섀시: 스포츠카의 명가 로터스(Lotus)가 설계했습니다.
  • 소재: 최첨단 폴리프로필렌 바디.
  • 구동: 공기역학적 리컴번트(누워서 타는) 디자인.

기술 스택만 보면 완벽합니다.

마치 최신 MSA(Microservices Architecture)Kubernetes 깔고, GraphQL까지 도입한 오버 엔지니어링 프로젝트를 보는 것 같네요.

그런데 정작 중요한 '사용자 경험(UX)'은 쓰레기였습니다.

3. 고객의 Pain Point를 무시한 대가

C5의 현실은 처참했습니다.

  • 높이: 너무 낮아서 트럭 운전자 시야에 안 들어옵니다. (도로 위 자살 행위)
  • 날씨: 지붕이 없습니다. 비 오면 그냥 맞아야 합니다.
  • 배터리: 언덕만 만나면 모터가 과열돼서 멈춥니다.
  • 조작: 후진 기어가 없어서 내려서 손으로 들어 돌려야 합니다.

이게 혁신입니까?

고객은 '안전하고 편한 이동 수단'을 원했는데, 싱클레어는 '자신이 구현하고 싶은 장난감'을 내놓은 겁니다.

4. 숫자로 보는 처참한 성적표

결과는 어땠을까요?

  • 생산량: 14,000대
  • 판매량: 5,000대
  • 재고: 9,000대 (폐기 처분)

출시 3개월 만에 생산량을 90% 줄였고, 8개월 만에 생산 라인을 멈췄습니다.

회사는 법정 관리(Receivership)에 들어갔죠.

당시 돈으로 수백억 원이 공중 분해되었습니다.

이건 단순한 실패가 아닙니다.

PMF(Product-Market Fit) 검증 없이 양산부터 들어간 게으른 기획자의 최후입니다.


5. 부검(Post-Mortem): 왜 망했나?

저도 창업 초기, 멋진 대시보드 기능 만드느라 밤샜던 적이 있습니다.

정작 고객은 엑셀 다운로드 버튼 하나만 원했는데 말이죠.

Sinclair C5의 실패 원인은 명확합니다.

첫째, 타겟 유저가 없었습니다.

자동차 운전자는 "위험해서" 안 탔고, 자전거 라이더는 "무겁고 비싸서" 안 탔습니다.

소위 말하는 '니치 마켓'이 아니라, '노 마켓(No Market)'이었습니다.

둘째, MVP(Minimum Viable Product) 단계를 건너뛰었습니다.

프로토타입으로 시장 반응을 봤어야 했는데,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아"라는 아집으로 대량 생산을 감행했습니다.

마치 DAU(일간 활성 사용자) 10명도 안 되는데 서버 비용만 월 1,000만 원 쓰는 꼴입니다.

셋째, '낭만'에 취했습니다.

"친환경", "미래 교통수단" 같은 듣기 좋은 말만 늘어놓고, 당장 사용자가 겪을 "추위"와 "공포"는 해결하지 않았습니다.

비즈니스에서 낭만은 마약입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지금 만들고 있는 그 기능, 정말 고객이 돈 내고 쓸 기능입니까?

아니면 그냥 여러분의 이력서 한 줄 채우기 위한 '기술적 유희'입니까?

Sinclair C5는 지금 수집가들 사이에서나 팔리는 골동품이 되었습니다.

여러분의 프로덕트가 박물관이 아니라, 고객의 지갑을 여는 '시장'에 남길 바랍니다.

오늘도 모니터 뒤에 숨지 말고, 나가서 고객을 만나세요.

매출은 IDE(통합 개발 환경)가 아니라, 현장에서 나옵니다.

이도현
이도현B2B SaaS 창업자 & CEO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혁신은 그저 값비싼 취미생활일 뿐입니다." LG CNS의 엔터프라이즈 감각과 토스(Toss)의 야생성을 거쳐, 현재는 B2B SaaS 정글에서 생존을 증명하고 있는 실전형 창업가입니다. '돈이 되는 프로덕트'를 만드는 처절한 노하우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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