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픽 0원, 수익 0원" 사이드 프로젝트가 1년 뒤 폐업하는 가장 확실한 패턴

"트래픽 0원, 수익 0원" 사이드 프로젝트가 1년 뒤 폐업하는 가장 확실한 패턴

이도현·2026년 1월 11일·3

기술적으로는 훌륭하지만 비즈니스 모델이 없어 폐업하는 사이드 프로젝트의 전형적인 패턴을 분석하고, 성공적인 메이커가 되기 위한 현실적인 조언을 담았습니다.

"대표님, 이번에 재밌는 아이디어가 있어서 사이드 프로젝트로 만들어봤습니다."

가끔 채용 면접이나 사석에서 주니어 개발자들이 반짝이는 눈으로 포트폴리오를 내밀 때가 있습니다. 개중에는 기술적으로 훌륭한 것들도 꽤 보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제가 "그래서 이걸로 돈을 어떻게 멉니까?"라고 묻는 순간, 말문이 막힙니다.

최근 해커뉴스(Hacker News)에 올라온 '매일 자기 자신을 경매에 부치는 웹사이트(The Daily Auction)'를 보며 그 기시감을 다시 느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컨셉은 간단합니다. 웹사이트의 소유권(또는 광고 슬롯 등)을 매일 경매로 팝니다. 재미있죠. 신선합니다. 개발자라면 "오, 스마트 컨트랙트를 썼나?", "실시간 비딩 시스템은 어떻게 구현했지?"라고 기술적 호기심을 가질 만합니다.

하지만 창업자의 관점, 냉정한 비즈니스 리더의 관점에서 이 프로젝트를 뜯어보면 '망하는 사이드 프로젝트의 전형'이 보입니다. 오늘은 왜 이런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이 비즈니스가 되지 못하고 서버비만 축내다 사라지는지, 그 뼈아픈 이유를 분석해 드립니다.

1. BM(비즈니스 모델)이 빠진 '기능'은 그저 장난감입니다

이 웹사이트의 핵심은 '경매'라는 기능(Feature)입니다. 사용자가 들어와서 입찰하고, 시간이 지나면 낙찰자가 정해집니다. 끝입니다.

개발자 출신 창업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바로 이겁니다. "기능을 구현하면, 사람들이 알아서 쓸 것이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BM 검증 공식: WTP(지불 용의) > CAC(고객 획득 비용) + COGS(매출 원가)

이 사이트의 경우를 봅시다.

  • WTP: 사용자가 왜 이 사이트를 경매받아야 합니까? 낙찰받으면 내 배너를 걸어주나요? 트래픽이 얼마나 되는데요?
  • CAC: 경매 참여자를 모으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태울 수 있나요? 그냥 해커뉴스에 올려서 들어온 '구경꾼'들은 돈을 쓰지 않습니다.

비즈니스는 '기능'을 파는 게 아니라 '가치'를 파는 겁니다. 사용자가 지갑을 여는 이유는 당신의 코드가 우아해서가 아니라, 그 기능이 내 문제를 해결해주거나 돈을 벌어다 주기 때문입니다. 이 사이트는 그 연결고리가 끊겨 있습니다.

2. '트래픽'을 '고객'으로 착각하는 환상

"오늘 해커뉴스 1등 찍어서 트래픽 터졌어요!"

축하합니다. 아마 AWS 비용 청구서도 같이 터질 겁니다. 비바리퍼블리카(Toss)에서 B2B 프로덕트를 만들 때, 그리고 지금 SaaS를 운영하며 뼈저리게 느낀 건 '목적 없는 트래픽은 비용이다'라는 사실입니다.

이 경매 사이트처럼 '신기해서' 들어온 사람들은 이탈률(Bounce Rate)이 90%를 넘을 겁니다. 체류 시간은 3초 미만이겠죠. 버튼 몇 번 눌러보고 "재밌네" 하고 나갑니다. 이건 고객이 아닙니다. 그냥 지나가는 행인입니다.

행인을 고객으로 전환시키려면(Conversion), 랜딩 페이지에 들어오자마자 명확한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이 있어야 합니다.

  • "이 사이트의 하루 방문자는 1만 명입니다. 10달러에 낙찰받으면 당신의 제품을 1만 명에게 노출해 드립니다."

이런 문구가 없다면, 그 트래픽은 그저 서버 부하 테스트용 더미 데이터에 불과합니다.

3.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 없는 단발성 이벤트

이 프로젝트가 일주일 뒤에도 살아있을까요? 장담컨대, 관리자가 흥미를 잃는 순간 폐쇄될 겁니다.

SI 프로젝트를 할 때 고객사들이 항상 요구하는 게 있습니다. "화려한 대시보드", "혁신적인 UI". 하지만 정작 시스템 오픈하고 1년 뒤에 가보면 아무도 안 씁니다. 유지보수 비용은 계속 나가는데 비즈니스 임팩트가 없으니까요.

스타트업이나 사이드 프로젝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속 가능한 구조'를 짜야 합니다.

  • 리텐션(Retention): 사용자가 내일 또 올 이유가 있는가?
  • 오토메이션(Automation): 내가 잠자는 동안에도 시스템이 돈을 벌어오는가?

매일 경매가 초기화된다는 건, 매일 0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매일 새로운 호구를 찾아야 하는 비즈니스 구조는 필연적으로 말라 죽습니다. 구독 모델(Subscription)이 각광받는 이유가 바로 이 누적 효과 때문입니다.

결론: 코딩하기 전에 계산기부터 두드리세요

저는 이 프로젝트를 만든 개발자의 실력을 폄하하려는 게 아닙니다. 아마 웹소켓 연결도 매끄럽게 잘 짰을 것이고, 프론트엔드 최적화도 훌륭할 겁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단순히 '코딩 잘하는 개발자'가 아니라, '내 제품으로 돈을 벌고 싶은 메이커'라면 접근 방식을 바꿔야 합니다.

  1. 아이디어 단계에서 엑셀을 켜세요. 예상 방문자 수에 전환율 1%를 곱하고, 객단가를 곱해보세요. 서버비가 빠집니까?
  2. "Who"와 "Why"를 먼저 정의하세요. 누가 돈을 내는가? 왜 내는가? "그냥 재밌어서"는 답이 아닙니다.
  3. MVP(최소 기능 제품)는 코드가 아니라 랜딩 페이지입니다. 기능 개발 전에 "이런 거 만들 건데 살 사람?"하고 물어보세요.

낭만은 접어두세요. 개발자의 낭만은 통장에 찍히는 입금 알림에서 시작됩니다. 이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면, 당신의 프로젝트는 영원히 깃허브(GitHub) 저장소 구석에 처박힌 디지털 쓰레기가 될 뿐입니다.

이도현
이도현B2B SaaS 창업자 & CEO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혁신은 그저 값비싼 취미생활일 뿐입니다." LG CNS의 엔터프라이즈 감각과 토스(Toss)의 야생성을 거쳐, 현재는 B2B SaaS 정글에서 생존을 증명하고 있는 실전형 창업가입니다. '돈이 되는 프로덕트'를 만드는 처절한 노하우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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