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말해서, 충격이었습니다.
"나이키는 무너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2025년 3월, 나이키가 받아든 성적표는 처참했습니다.
매출은 11.5% 감소했고, 앱 다운로드는 35%나 폭락했습니다.
금액으로 따지면 어마어마한 수준입니다.
스콧 갤러웨이(Scott Galloway) 교수는 이렇게 말했죠.
"역사상 가장 강력한 브랜드에서, 잘못된 사람이 잘못된 결정을 내리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단순히 디자인이 별로여서가 아닙니다.
'숫자만 쫓던 경영'이 낳은 참사입니다.
우리 같은 창업자들이 뼈저리게 새겨야 할 교훈이 여기에 있습니다.
1. 엑셀 위에서만 완벽했던 전략 (DTC의 함정)
2020년, 나이키는 존 도나호(John Donahoe)를 CEO로 영입했습니다.
베인(Bain) 컨설턴트 출신이자 이베이(eBay) CEO를 역임한 인물이죠.
그의 전략은 명확했습니다.
DTC(Direct-to-Consumer, 소비자 직접 판매) 올인.
논리는 타당해 보였습니다.
도매상을 거치면 마진이 30% 수준이지만, 직접 팔면 50%가 넘으니까요.
그래서 수백 개의 도매 계약을 끊어버렸습니다.
풋락커(Foot Locker) 같은 매장에서 나이키 신발을 뺐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터졌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의 선반 공간(Shelf Space)은 제로섬 게임입니다.
나이키가 빠진 그 자리를 누가 채웠을까요?
온(On)과 호카(Hoka)였습니다.
소비자들은 나이키 웹사이트를 찾아가는 대신, 눈앞에 있는 편한 신발을 신어보고 샀습니다.
마진율(Gross Margin)은 높였지만, 전체 시장(Total Addressable Market)을 스스로 줄여버린 꼴이 됐죠.
2. 도메인 지식을 파괴한 조직 개편
더 치명적인 실수는 내부에서 일어났습니다.
원래 나이키는 '러닝', '농구', '축구'처럼 스포츠 종목별로 팀이 나뉘어 있었습니다.
각 팀은 해당 스포츠의 생체역학(Biomechanics)과 선수의 니즈를 깊이 이해하고 있었죠.
그런데 도나호는 이걸 '남성', '여성', '키즈'라는 일반 카테고리로 통합했습니다.
효율성을 위해서였겠죠.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기능적 차별화'를 만드는 전문성이 증발했습니다.
러닝화 전문가는 짐을 싸서 경쟁사로 이직했습니다.
혁신적인 제품이 나오지 않으니, 회사는 과거의 영광인 '조던 레트로' 시리즈 재고팔이에만 의존하게 됐고요.
결국 아디다스 삼바 같은 얇은 신발이 트렌드가 됐을 때, 나이키는 창고에 쌓인 농구화 재고를 보며 한숨만 쉬어야 했습니다.

3. 오만함이 되어버린 브랜드 메시지
나이키의 마케팅은 항상 공격적이었습니다.
"Just Do It."
승리에 대한 집착, 최고가 되겠다는 열망.
이게 먹혔던 이유는 제품이 실제로 최고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품 경쟁력이 떨어지는데 메시지만 강하면?
그건 허세가 됩니다.
새로운 경영진은 브랜드 메시지를 부드럽게 바꿨습니다.
'승리'보다는 '참여'를, 사회적 이슈를 강조했죠.
나쁘다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나이키답지 않았습니다.
제품 혁신이 멈춘 상태에서 브랜드 색깔마저 흐릿해지니, 선수들도 떠났습니다.
로저 페더러는 '온(On)'으로, 타이거 우즈는 자신의 브랜드로 가버렸죠.
선수 파트너십은 단순한 광고판이 아닙니다.
그들은 제품 개발의 가장 중요한 피드백 루프(Loop)이자 유통 채널입니다.
이 연결고리가 끊어지면서 나이키는 단순한 '신발 회사'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4. 되돌리기 힘든 공급망의 족쇄
여기에 외부 악재까지 겹쳤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입니다.
나이키는 비용 절감을 위해 생산 기지를 베트남, 중국 등 동남아에 집중시켰습니다.
소위 경로 의존성(Path Dependency)에 갇힌 겁니다.
과거에는 효율적인 선택이었지만, 무역 정책이 바뀌자 거대한 리스크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면 수년의 시간과 수십억 달러가 듭니다.
결국은 '본질'입니다
나이키는 뒤늦게 도나호를 해임하고, 30년 근속의 베테랑 엘리엇 힐(Elliott Hill)을 다시 CEO로 불렀습니다.
다시 'Sport Offense' 전략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했죠.
제가 이 사태를 보며 느낀 점은 하나입니다.
SaaS 비즈니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재무제표상의 효율성, 마진율, CAC(고객 획득 비용) 최적화...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제품의 본질'과 '고객과의 접점'을 잃어버리면 모든 게 무너집니다.
나이키는 '신발 파는 회사'가 아니라 '선수들을 더 잘 뛰게 만드는 회사'였습니다.
우리는 지금 엑셀 숫자를 맞추느라, 우리 비즈니스의 진짜 엔진을 꺼버리고 있는 건 아닐까요?
오늘 하루, 우리 팀의 '도메인 전문성'은 안녕한지 다시 한번 살펴봐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