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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단위의 적대적 M&A가 보여주는 비즈니스의 냉혹함: 베네수엘라 사태와 그린란드

국가 단위의 적대적 M&A가 보여주는 비즈니스의 냉혹함: 베네수엘라 사태와 그린란드

이도현·2026년 1월 4일·4

베네수엘라 사태 이후 그린란드를 향한 미국의 행보를 통해, 거대 기업의 적대적 M&A와 같은 국제 정치의 냉혹한 비즈니스 논리와 스타트업의 생존 전략을 고찰합니다.

솔직히 말해, 이번 주말 뉴스를 접하고 등골이 서늘했습니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과 마두로 대통령 생포 소식은 그 자체로도 충격적이었지만, 제가 주목한 것은 그 직후에 벌어진 일련의 움직임입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다음 타깃'으로 그린란드를 지목하는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의 행보는, 거대한 힘의 논리가 국제법이라는 기존의 룰을 어떻게 무력화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는 극적인 사례였습니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치열하게 생존을 고민하는 창업자로서, 저는 이 상황이 마치 거대 기업이 알짜배기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상대로 벌이는 '적대적 인수합병(Hostile Takeover)'의 확장판처럼 느껴졌습니다.

현 상황을 냉정하게 데이터 포인트로 연결해 보겠습니다. 베네수엘라 작전 성공 직후, 트럼프의 최측근인 스티븐 밀러의 아내이자 우익 팟캐스터인 케이티 밀러는 그린란드 지도에 성조기를 덮은 이미지를 게시하며 "SOON(곧)"이라는 캡션을 달았습니다. 이는 단순한 소셜 미디어의 농담이 아닙니다. 이미 JD 밴스 부통령은 피투픽(Pituffik) 미군 기지를 시찰하며 일종의 실사(Due Diligence)를 마쳤고, 제프 랜드리는 '그린란드 특사'라는 전례 없는 직함으로 임명되어 사실상 인수합병 실무 책임자 역할을 맡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 역시 "국제 안보를 위해 그린란드가 필요하다"며 무력 점령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덴마크와 그린란드의 대응은 우리 같은 스타트업이 거대 플랫폼의 정책 변화나 경쟁사의 공격 앞에서 취하는 방어적 태도와 묘하게 닮아 있습니다. 덴마크 대사는 "우리는 긴밀한 동맹"이라며 기존의 방위 관계와 국제법적 '주권'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비즈니스 세계에서 계약서상의 문구가 압도적인 자본과 힘의 논리 앞에 얼마나 무력해질 수 있는지 우리는 뼈저리게 경험해왔습니다. 싱크탱크 Defense Priorities의 제니퍼 카바나 분석가가 "미국이 병력을 투입하면 누가 막을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고 언급한 대목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규칙'은 힘의 균형이 맞을 때나 유효한 법입니다.

저는 이 사태를 보며 B2B SaaS를 운영하는 우리가 처한 현실을 투영해 봅니다. 그린란드는 북극 항로와 희토류라는 막대한 잠재적 자산(Asset)을 가지고 있지만, 자체적인 방어력(Moat)은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인구가 적고 국방을 타국(덴마크, 미국)에 의존하는 구조는, 마치 핵심 기술은 있지만 고객 데이터와 유통망을 거대 플랫폼(AWS, Google, Apple 등)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SaaS 기업의 취약성과 유사합니다. 플랫폼이 정책을 바꾸거나(국제 질서의 변화), 직접 해당 시장에 진출하기로 마음먹는 순간(무력 점령 시사), '우리는 파트너였다'는 호소는 공허한 메아리가 될 뿐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주권'이라는 명분이 아니라, 상대를 멈칫하게 만들 수 있는 실질적인 '레버리지(Leverage)'입니다. 그린란드가 덴마크라는 레거시(Legacy) 시스템에 기대어 미국의 인수를 거부하려는 모습은,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서 과거의 성공 방식이나 네트워킹에만 의존하는 기업의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보여주는 것은 '필요하다면 룰을 깨고 가져간다'는 극단적인 실용주의입니다. 이것이 도덕적으로 옳은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경영자는 이러한 리스크가 실존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내 회사가 누군가의 '매력적인 먹잇감'이 되었을 때 방어할 수 있는 독보적인 해자나, 혹은 그들이 무리하게 우리를 삼키려 할 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포이즌 필(Poison Pill)'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 끊임없이 자문해야 합니다.

이번 사태는 지정학적 이슈를 넘어, 힘의 이동기에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묻고 있습니다. 막연히 "국제법이 지켜주겠지"라거나 "우린 오랫동안 협력해왔으니 괜찮을 거야"라는 안일한 생각은 이제 생존을 담보해주지 못합니다. 베네수엘라에서 그린란드로 이어지는 시선은, 우리 비즈니스의 영토 보전(Territorial Integrity)이 누구의 손에 달려 있는지, 그리고 우리의 핵심 경쟁력이 외부의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단단한지 다시 한번 점검하게 만듭니다. 참으로 냉혹하지만, 직시해야만 하는 현실입니다.

이도현
이도현B2B SaaS 창업자 & CEO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혁신은 그저 값비싼 취미생활일 뿐입니다." LG CNS의 엔터프라이즈 감각과 토스(Toss)의 야생성을 거쳐, 현재는 B2B SaaS 정글에서 생존을 증명하고 있는 실전형 창업가입니다. '돈이 되는 프로덕트'를 만드는 처절한 노하우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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