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최근까지 '예쁜 디자인'이라는 감옥에 갇혀 있었습니다. 1픽셀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오토 레이아웃(Auto Layout) 설정, 완벽한 컴포넌트 변수(Variable) 정리, 트렌디한 그라디언트에 집착하며 스스로를 '디테일에 강한 디자이너'라고 위안했죠. 하지만 정작 배포된 프로덕트가 사용자에게 외면받거나, 의도와 다르게 작동하는 로그를 볼 때마다 막막했습니다. "내 디자인은 완벽한데 왜 사용자는 모를까?"라는 오만한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하인즈 역사 센터(Heinz History Center)의 베트남 전쟁 언론 전시에 관한 글을 읽게 되었고,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전쟁터의 종군기자들과 책상 앞의 디자이너, 전혀 달라 보이는 두 영역에서 저는 '직업의 본질'에 대한 답을 찾았습니다.

전시 내용 중 조지 니스(George Kniss)라는 공군 사진작가의 이야기가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그는 군에서 지급하는 카메라가 없어 사비를 털어 35mm 카메라를 구입했고, 그것으로 생생한 현장을 기록했습니다. 심지어 그의 일기에는 정부 발표와 다른, 자신이 목격한 전쟁의 모순과 혐오감이 솔직하게 적혀 있었죠. 저는 여기서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주니어인 저는 회사가 맥북을 바꿔주지 않는다거나, 유료 플러그인을 결제해주지 않는다는 핑계를 대며 도구 탓을 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니스는 도구가 무엇이든 '기록해야 할 대상'에 집중했습니다. 디자이너에게 기록해야 할 대상은 무엇일까요? 바로 사용자의 '진짜 행동'입니다. 피그마(Figma)라는 안전한 툴 안에서 이상적인 유저 플로우만 그릴 것이 아니라, 실제 사용자가 겪는 오류와 불편함이라는 '전장'을 내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에디 아담스(Eddie Adams)와 닉 우트(Nick Ut)의 사진들은 전쟁의 참혹함을 가감 없이 드러내 여론을 뒤흔들었습니다. 그들의 사진 한 장은 백 마디 말보다 강력했습니다. 이 대목에서 저는 지난달 진행했던 유저빌리티 테스트(UT)가 떠올랐습니다. 제가 며칠 밤을 새워 만든 기능을 사용자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헤매는 영상을 핫자(Hotjar)로 돌려보았을 때,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습니다. 그 영상은 저에게 에디 아담스의 사진처럼 충격적인 '진실의 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종종 보고 싶은 데이터만 보고, 듣고 싶은 칭찬만 들으려 합니다. 하지만 로널드 해버리(Ron Haeberle)가 미라이 학살의 참상을 공개했듯, 디자이너는 사용자가 겪는 '고통스러운 경험(Pain Point)'을 직시하고 이를 시각화하여 팀에 전달해야 합니다. "사용자가 불편해해요"라고 말로만 하는 것보다, 분노의 클릭(Rage Click)이 발생하는 영상을 팀원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훨씬 더 빠른 설득의 도구가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또한, 방송 요원이었던 윌리엄 A. 코버(William A. Korber)는 포병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녹음하기 위해 최전선으로 나갔습니다. 저는 그동안 CS(Customer Service) 채널에서 들어오는 불만 사항들을 '단순 민원'으로 치부하거나, 운영팀에서 걸러준 요약본만 보려 했습니다. 이것은 전쟁터에서 본부의 무전만 듣는 것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이 글을 읽은 뒤 저는 사내 메신저의 CS 알림 채널을 다시 켰고, VOC(Voice of Customer) 원본 데이터를 직접 읽기 시작했습니다.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불만 속에 진짜 개선해야 할 디자인의 실마리가 있었습니다. 1965년 지뢰를 밟아 사망할 때까지 최전선을 누볐던 디키 샤펠(Dickey Chapelle)처럼, 두려워하지 않고 레거시 시스템의 가장 복잡하고 지저분한 곳까지 파고들어야만 비로소 '해결하는 디자인'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결국 UI/UX 디자이너의 역할은 화면을 예쁘게 꾸미는 '장식가'가 아니라, 사용자의 문제를 집요하게 파헤치고 알리는 '종군기자'에 가까워야 합니다. 멋진 인터랙션과 화려한 GUI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사용자가 처한 현실을 왜곡 없이 바라보는 '관점'입니다. 이제 막 실무를 시작한 우리 주니어들이 피그마 캔버스라는 안전지대를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류가 발생하는 현장, 사용자가 욕을 하며 이탈하는 그 지점이 바로 우리가 카메라를 들이대고 셔터를 눌러야 할 '최전선'입니다. 저도 내일은 모니터 속 그리드 시스템보다, 사용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하루를 보내려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