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말해봅시다. 요즘 링크드인이나 기술 블로그를 보면 온통 "AI로 업무 효율 1000% 올리기" 같은 환상에 젖은 글뿐입니다. 개발자들은 코파일럿이 내 밥그릇 뺏을까 봐 떨고 있고, 경영진은 인건비 줄일 생각에 계산기 두드리고 있죠. 장담하건대, 둘 다 틀렸습니다.
최근 발표된 'O-Ring Automation'이라는 논문을 씹어먹을 듯이 읽었습니다. 경제학 논문이지만, 내용은 우리 같은 비즈니스맨들의 뼈를 때립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AI가 당신의 일을 대신해준다"는 건 반만 맞는 소리이고, 진짜 핵심은 "남은 업무가 당신의 몸값을 결정한다"는 겁니다.
이 글은 뜬구름 잡는 미래학 강의가 아닙니다. 당장 내일 우리 회사의 BEP(손익분기점)를 맞추고, 여러분의 연봉 협상 테이블을 뒤집을 논리적 무기입니다.
1. 당신의 업무는 '덧셈'이 아니라 '곱셈'이다
많은 사람이 자동화를 '레고 블록 갈아 끼우기'로 착각합니다. 10개의 업무 중 5개를 AI가 하면, 5만큼의 인건비가 빠지고 이익이 남을 거라 생각하죠. 전형적인 SI 시절 M/M(Man Month) 계산법입니다. 하지만 현실 비즈니스는 'O-링(O-Ring) 이론'을 따릅니다.
O-링 이론의 핵심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폭발한 건 수천 개의 부품 중 고작 'O-링'이라는 고무 패킹 하나가 얼어붙었기 때문입니다. 비즈니스도 똑같습니다. 기획, 디자인, 개발, 영업 중 하나라도 퀄리티가 0이면, 전체 결과값은 0입니다.
생산성 = 과제 A × 과제 B × 과제 C ...
여기서 중요한 건 '곱셈'이라는 겁니다. AI가 과제 A와 B를 완벽하게(혹은 아주 싸게) 처리했다고 칩시다. 그럼 전체 가치는 어디서 결정될까요? 바로 아직 인간이 붙들고 있는 과제 C입니다.
2. '병목(Bottleneck)'이 돈이 된다
논문에서는 이를 '집중(Focus)' 효과라고 부릅니다. AI가 코드를 짜고(과제 A), 테스트 케이스를 만듭니다(과제 B). 그럼 개발자는 노는 게 아니라, AI가 절대 못 하는 '비즈니스 로직 설계'나 '레거시 아키텍처 통합'(과제 C)에 모든 시간을 쏟게 됩니다.
이때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집니다.
- 과거: 개발자가 A, B, C를 다 하느라 C에 30%밖에 못 썼음.
- 현재: A, B는 AI가 하고, 개발자는 C에 100% 집중함.
결과적으로 전체 프로덕트의 퀄리티는 과제 C의 완성도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뜁니다. 즉, AI가 도입될수록 남겨진 인간의 업무(병목 구간) 가치는 폭락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레버리지 효과로 인해 폭등합니다. 이것이 부분 자동화가 되었음에도 숙련된 노동자의 소득이 늘어나는 경제학적 이유입니다.
3. 실패하지 않는 자동화 전략 (Action Item)
그렇다면 우리는 당장 무엇을 해야 할까요? 막연히 "AI 공부해야지" 같은 소리는 집어치우십시오.
[경영자/리더의 관점]
- 비용 절감이 아니라 '가치 확장'을 보라: 인건비 따먹기 식으로 AI를 도입하면 망합니다. AI로 아낀 리소스를 어디에 '재투자'하여 병목을 뚫을지 결정하십시오. 그 병목이 뚫려야 매출이 오릅니다.
- 묶음(Bundling)으로 접근하라: 업무를 하나씩 떼어서 자동화하지 마십시오. 논문에서도 지적했듯, 자동화는 불연속적입니다. A를 자동화하면 B의 가치가 달라집니다. 프로세스 전체를 보고 덩어리째 혁신해야 합니다.
[실무자/개발자의 관점]
- '노출 지수'에 속지 마라: "내 직업의 80%가 AI로 대체 가능하다"는 통계에 겁먹지 마십시오. 대체되는 80%는 껍데기입니다.
- 남은 20%의 '병목'을 찾아라: AI가 짠 코드를 리뷰하고, 터무니없는 할루시네이션을 잡아내고, 고객의 요구사항을 기술 언어로 번역하는 능력. 그게 바로 'O-링'입니다. 그 20%를 쥐고 있는 사람이 프로젝트의 생사여탈권을 쥡니다.
결론: 모니터 뒤에 숨지 마십시오
제가 CNS 시절 가장 싫어했던 부류가 "제 일은 여기까지입니다"라며 선 긋는 사람들이었습니다. AI 시대에 그런 태도는 자살행위입니다.
AI는 훌륭한 부사수지만, 책임은 지지 않습니다. 결국 비즈니스의 마지막 O-링, 즉 '책임지는 결정'은 인간의 몫입니다. 여러분이 회사에 기여하는 진짜 가치는 코딩 줄 수가 아니라, AI가 만들어낸 결과물들 사이의 틈을 메우고, 그것이 실제로 돈이 되게 만드는 '병목 해결 능력'에 있습니다.
지금 당장 자문해보십시오.
"AI가 내 잡일(Task)을 가져갔을 때, 나는 남는 시간에 회사의 이익을 위해 무엇에 집중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다면, 여러분의 연봉은 깎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어 부르는 게 값이 될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