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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탈적 자본가'의 시대, B2B SaaS가 생존하는 법

'약탈적 자본가'의 시대, B2B SaaS가 생존하는 법

이도현·2026년 1월 4일·3

최근 '약탈적 자본가'의 시대가 도래하며 비즈니스 게임의 법칙이 바뀌고 있습니다. 거대 자본과 승자 독식의 흐름 속에서 B2B SaaS가 생존하기 위한 3가지 실전 전략을 공유합니다.

최근 글로벌 정세와 경제 지표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등골이 서늘해질 때가 많습니다. 단순히 금리가 올랐다거나 투자가 얼어붙었다는 수준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가 지난 10년 넘게 당연하게 여겨왔던 비즈니스의 게임의 법칙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시그널이 곳곳에서 감지되기 때문입니다.

오늘 소개할 주제는 조금 자극적일 수 있는 단어, 바로 '약탈적 자본가(Robber Baron)'입니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보와 그를 둘러싼 경제적 담론을 두고 19세기 말 미국의 산업 독점가들을 칭하던 이 용어가 다시 소환되고 있습니다. 정치적인 호불호를 떠나, 현직 SaaS CEO로서 이 키워드가 시사하는 바가 꽤 묵직하게 다가오더군요. 오늘은 이 거대한 거시경제의 흐름이 우리 같은 B2B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에게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 현장의 언어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좋은 게 좋은' 시대의 종말

지난 2010년대 중반부터 2021년까지, 스타트업 씬은 '성장' 그 자체가 미덕이었습니다. 적자가 나더라도 시장 점유율(Market Share)을 높이면 박수를 받았고, VC들은 "일단 덩치를 키우라"고 주문했죠. 하지만 '약탈적 자본가'라는 키워드가 다시 부상하는 지금의 흐름은 명확합니다. "승자 독식(Winner Takes All)""실리 중심의 무자비한 효율"입니다.

트럼프라는 인물로 대변되는 이 새로운(혹은 아주 오래된) 흐름은 규제 완화와 자국 우선주의, 그리고 거대 자본의 독점적 지위를 용인하는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테크 생태계에서 '중간 지대'가 사라짐을 의미합니다. 어설픈 2등, 3등 기업은 거대 플랫폼에 흡수되거나 고사하게 될 것입니다. 마치 19세기 록펠러가 경쟁 정유사들을 무자비하게 인수합병 했던 것처럼 말이죠.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 역시 창업 초기에는 이 흐름을 읽지 못했습니다. 우리 제품이 좋으면, 우리 팀이 열심히 하면 시장이 알아서 반응해 줄 것이라는 순진한 믿음이 있었죠. 하지만 경쟁사가 막대한 자본을 등에 업고 무료 프로모션으로 고객을 쓸어담을 때, 그리고 거시 경제가 흔들려 고객사의 지갑이 닫힐 때, 그 믿음은 처참하게 깨졌습니다. "왜 우리 제품의 가치를 몰라줄까"라고 한탄만 하고 있었던 것이죠.

SaaS 창업자가 겪은 '경제적 해자'의 부재

몇 년 전, 저희 팀은 특정 버티컬 시장을 타겟으로 한 SaaS를 런칭했습니다. 초기 반응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유사한 기능을 번들(Bundle)로 무료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약탈적'이었습니다. 우리의 핵심 기능을 자신들의 거대한 생태계 안에 아주 사소한 피쳐(Feature) 중 하나로 넣어버렸죠.

그때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단순히 '기능이 더 좋다'는 것만으로는 이 거대한 포식자들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요. 기술적 우위는 생각보다 빨리 따라잡히고, 가격 경쟁력은 규모의 경제를 이길 수 없습니다. 당시 저희의 Burn rate(자금 소진율)는 높았고, 추가 투자는 요원했습니다. 밤잠을 설 치며 피벗(Pivot)을 고민하던 그때의 막막함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결국 우리는 전략을 완전히 수정해야 했습니다. '모두를 위한 툴'이 되려는 욕심을 버리고, 빅테크가 절대로 건드리지 않을, 아니 건드릴 수 없는 아주 깊고 좁은 '니치(Niche)'한 영역으로 파고들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대체 불가능한 데이터를 쌓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유일한 '경제적 해자(Moat)'였습니다.

생존을 위한 3가지 실행 전략

그렇다면 '약탈적 자본가'의 시대, 거대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는 환경에서 B2B SaaS는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요? 저는 다음 세 가지 원칙을 제안합니다.

첫째, '수직적 통합(Vertical Integration)'에 집중해야 합니다.

Notion이나 Slack 같은 'Horizontal SaaS'를 만들려고 하지 마세요. 그건 이미 승자가 정해진 게임입니다. 대신 특정 산업(예: 치과 병원, 폐기물 관리, 특수 물류 등)의 워크플로우를 처음부터 끝까지 장악하는 Vertical SaaS가 되어야 합니다. 빅테크 기업 입장에서 시장 규모가 너무 작아 보여 진입하지 않지만, 그 안에서는 필수재가 되는 전략입니다.

둘째, AI를 통한 '극단적 효율화'입니다.

과거에는 개발자 10명이 하던 일을 이제는 시니어 2명과 Cursor, Claude, GitHub Copilot 같은 AI 도구들로 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약탈적 자본'의 시대에는 영업이익률이 곧 생명입니다. 저희 회사도 최근 내부 운영 툴 제작에 LLM을 적극 도입하여 백오피스 리소스를 40% 이상 절감했습니다. AI를 프로덕트에 붙이는 것(Feature)에만 집중하지 말고, 회사 자체를 AI로 경량화하는 것(Operation)에 집중하세요.

셋째, M&A를 염두에 둔 '투명한 지표 관리'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독점 기업들이 활개 치는 시대는 M&A가 활발한 시대이기도 합니다. 우리 회사가 끝까지 독자 생존하면 좋겠지만, 적절한 시점에 엑시트(Exit)하는 것도 훌륭한 전략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초기부터 재무 제표, 기술 부채, IP 권리 관계를 마치 내일 실사(Due Diligence)를 받는 것처럼 관리해야 합니다. 불확실한 시대일수록 '깨끗한 기업'의 가치는 올라갑니다.

결국, 실력만이 우리를 구원합니다

트럼프 스타일의 비즈니스맨들이 득세하는 세상이 온다는 건, 감성적인 스토리텔링보다 '숫자'와 '이익'이 더 중요해진다는 뜻입니다. 어찌 보면 더 잔혹하지만, 역설적으로 더 명확한 기준이 생기는 것이기도 합니다.

저도 매일 아침 뉴스를 보며 불안함을 느끼지만, 불안해만 해서는 바뀌는 게 없더군요. 거대한 파도를 막을 수 없다면, 그 파도 위에서 가장 잘 서핑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 만드는 코드가, 우리가 설계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이 거친 야생에서 살아남을 만큼 단단한지 다시 한번 점검해 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

시장이 아무리 험악해져도, 고객의 고통을 해결해 주는 본질적인 가치는 사라지지 않으니까요. 오늘도 치열하게 고민하는 동료 창업자, 그리고 개발자분들을 응원합니다.

이도현
이도현B2B SaaS 창업자 & CEO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혁신은 그저 값비싼 취미생활일 뿐입니다." LG CNS의 엔터프라이즈 감각과 토스(Toss)의 야생성을 거쳐, 현재는 B2B SaaS 정글에서 생존을 증명하고 있는 실전형 창업가입니다. '돈이 되는 프로덕트'를 만드는 처절한 노하우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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