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흥미로운 기사 하나를 읽었습니다.
2026년 1월 1일 자 아사히신문의 사설인데요.
제목이 좀 무겁습니다.
'민주주의 쇠퇴라는 전 세계적 흐름에 합류하는 일본'
정치 이야기 아니냐고요?
맞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기사를 읽으면서 정치보다 '조직의 생존 원리'가 먼저 떠올랐습니다.
B2B SaaS를 운영하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꽤 크거든요.
오늘은 이 거시적인 흐름을 기업 경영과 팀 빌딩의 관점에서 해석해 보려 합니다.
1. 독재가 늘어나는 이유: '가짜 효율성'의 유혹
스웨덴 연구기관 V-Dem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 이후 처음으로 독재 국가가 민주주의 국가보다 많아졌다고 합니다.
왜일까요?
기사에서는 아주 날카로운 지적을 합니다.
"엄격한 국가 통제 하에서는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루어져 ‘효율성’이라는 인상을 준다."
이 문장을 읽고 뜨끔한 대표님들, 혹은 팀장님들 계실 겁니다.
스타트업 초기에는 '속도'가 생명이죠.
그래서 우리는 종종 '독재적 리더십'을 발휘합니다.
"회의할 시간 없으니까 그냥 내 말대로 해."
"토론은 나중에 하고 일단 배포해."
확실히 빠릅니다.
반대 의견을 차단하면 리소스 낭비가 없어 보이죠.
하지만 기사는 이것을 '효율성이라는 인상(Impression)'이라고 표현합니다.
진짜 효율이 아니라, 효율적으로 보일 뿐이라는 거죠.
2. 민주주의의 진짜 가치: '버그 수정(Self-Correction)'
그렇다면 느리고 시끄러운 민주주의(혹은 수평적 조직 문화)는 왜 필요할까요?
기사는 민주주의의 핵심 역량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실수를 바로잡을 수 있는 능력."
미국이 베트남 전쟁의 실패를 국민의 목소리를 통해 수정했듯이,
건강한 조직은 내부의 비판(Feedback Loop)을 통해 궤도를 수정합니다.
반면 독재적 시스템(Top-down 일변도 조직)은 이게 불가능합니다.
리더가 틀렸을 때, 그 누구도 "대표님, 그 피처는 지금 시장핏이 안 맞습니다"라고 말하지 않기 때문이죠.
결국 그 조직은 벼랑 끝으로 전속력으로 질주하게 됩니다.
SaaS로 치면, User Feedback과 Internal Code Review를 무시하고 기능만 찍어내는 Feature Factory가 되는 셈입니다.
3. 조직이 망가지는 4가지 신호 (feat. Freedom House)
기사에서 프리덤하우스가 제시한 '민주주의 쇠퇴 4가지 지표'를 우리 조직에 대입해 볼까요?
아주 소름 돋게 들어맞습니다.
첫째, 법치주의 훼손 (사법부 독립성 약화)
👉 "원칙 없는 인사와 보상"
회사의 핵심 가치(Core Value)나 평가 기준이 리더의 기분에 따라 바뀝니다. "내가 법이다" 식의 경영이죠.
둘째, 선거 왜곡
👉 "불투명한 의사결정 과정"
중요한 결정이 밀실에서 이루어집니다. 타운홀 미팅은 요식행위일 뿐, 정보는 공유되지 않습니다.
셋째, 언론 자유 공격
👉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 박살"
쓴소리하는 직원을 '부정적인 사람'으로 낙인찍습니다. 슬랙에서 반대 의견이 사라지고, DM으로만 불만이 오갑니다.
넷째, 소수자 차별
👉 "특정 직군/부서 소외"
"개발팀이 돈 벌어오는데 운영팀은 뭐 해?" 같은 사내 정치와 사일로(Silo) 현상이 심화됩니다.
4. 일본의 사례가 주는 경고: '투명성'의 상실
기사는 일본의 '스파이 방지법'이나 '특정 비밀 보호법'이 시민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위협한다고 지적합니다.
정보가 차단되면, 비판적 사고가 불가능해집니다.
우리 회사 슬랙(Slack)이나 노션(Notion)을 한번 점검해 보세요.
공개 채널(Public Channel)보다 비공개 채널(Private Channel)이 더 활발하지 않나요?
경영진의 회의록은 1급 기밀처럼 다루어지나요?
정보의 흐름을 막는 순간, 조직은 '집단지성'을 잃고 '집단사고(Groupthink)'의 늪에 빠집니다.
기사 속 자민당이 내부 비리 수사를 덮으려는 모습은,
마치 기술 부채(Technical Debt)를 숨기고 "우리 아키텍처는 완벽해"라고 우기는 개발팀의 모습과 겹쳐 보입니다.

5. 우리는 어떤 시스템을 선택할 것인가
기사는 마지막에 이렇게 말합니다.
"민주주의는 과거 어려움에서 회복해온 능력을 보여주었다."
비즈니스도 똑같습니다.
단기적으로는 독재자가 이끄는 팀이 KPI를 빨리 달성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시장(Market)은 끊임없이 변합니다.
변화에 적응하고, 실수를 인정하고, 빠르게 피벗(Pivot) 할 수 있는 능력은 '구성원의 목소리가 살아있는 조직'에서만 나옵니다.
저는 이것을 '회복 탄력성(Resilience)'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CEO로서, 리더로서 자문해 봅시다.
우리는 지금 '가짜 효율성'에 취해 있습니까?
아니면 조금 시끄럽더라도 '살아있는 토론'을 즐기고 있습니까?
독재는 편합니다. 하지만 그 끝은 대부분 몰락입니다.
민주적인 조직 운영은 피곤합니다. 설득해야 하고, 들어야 하니까요.
하지만 생존하고 싶다면, 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오늘 회의에서는 내가 말하는 시간보다, 동료의 말을 듣는 시간을 1분만 더 늘려보는 건 어떨까요?
그 1분이 우리 조직의 '버그'를 잡는 결정적인 순간이 될지도 모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