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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법무부 출신이 폭로하는 검색 버튼 한 번에 '65만 원' 청구되는 비밀

미 법무부 출신이 폭로하는 검색 버튼 한 번에 '65만 원' 청구되는 비밀

이도현·2026년 1월 5일·2

검색 한 번에 65만 원을 청구하는 법률 데이터 서비스의 독점 구조. Westlaw와 LexisNexis가 구축한 대체 불가능한 비즈니스 해자의 비밀을 분석합니다.

솔직히 말해, 배가 아픕니다.

개발자 출신으로서 '정보의 자유로운 접근'을 믿는 낭만 따위는 버린 지 오래입니다. 하지만 이 숫자를 보면 저 같은 속물조차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검색 버튼 한 번 누르는 데 469달러(약 65만 원). 여러분이 무심코 구글링하듯 엔터키를 칠 때마다 맥북 에어 절반 값이 날아간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이게 무슨 보이스피싱이냐고요? 아닙니다.

미국 법률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Westlaw'와 'LexisNexis' 이야기입니다. 오늘 소개할 내부 문서는 미 법무부와 대형 로펌을 거친 톰 블레이클리(Tom Blakely)가 폭로한 이들의 독점 구조에 관한 내용입니다.

B2B SaaS를 운영하는 제 입장에서, 이들은 악마이자 동시에 가장 완벽한 롤모델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공공재인 '법(Law)'을 가지고 이런 미친 마진을 남기는 장사를 할까요? 그 비결을 알면 우리 비즈니스의 생존 확률도 1%는 올라갈 겁니다.

[팩트] 법은 공짜지만, '찾는 법'은 유료다.

미국의 법 체계는 판례 중심(Common Law)입니다. 판사가 과거에 뭐라고 판결했는지가 곧 법입니다. 문제는 이 판례 데이터가 엉망진창이라는 겁니다. 1800년대 후반, West Publishing이라는 회사가 등장합니다. 이들은 단순히 판결문을 인쇄해서 판 게 아닙니다.

바로 'Key Number System'이라는 독자적인 분류 체계를 만들었습니다.

--> 모든 법적 쟁점을 번호로 매핑했습니다.
--> 모든 판결문에 고유 페이지 번호를 부여했습니다.

이게 신의 한 수였습니다. 변호사들이 법정에서 "Westlaw 몇 페이지에 따르면..."이라고 말하기 시작한 순간, 게임은 끝났습니다. West의 시스템을 쓰지 않으면 변호 자체가 불가능해진 겁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그토록 찾아 헤매는 '대체 불가능한 해자(Moat)'입니다.

우리가 만드는 프로덕트를 돌아봅시다.

화려한 UI, 최신 AI 기술 도입? 다 좋습니다. 하지만 고객이 우리 서비스를 떠나지 못하게 만드는 '구조적인 락인(Lock-in)'이 있습니까?

Westlaw는 1990년대, 컴퓨터 시대로 넘어오면서 종이책 시절의 독점을 그대로 디지털로 옮겨왔습니다. 경쟁사들을 모조리 인수합병(M&A)해서 시장을 LexisNexis와 양분해버렸죠.

개발자분들, 잘 들으세요.

"데이터는 무료여야 한다"며 오픈소스 정신을 외칠 때, 이들은 데이터에 '맥락(Context)'과 '인덱스(Index)'를 입혀서 떼돈을 벌었습니다.

Shephard’s라는 회사는 판례가 여전히 유효한지(Good Law) 확인해 주는 '인용(Citation)' 서비스만으로 시장의 한 축을 담당했습니다.

기능이 많다고 돈을 버는 게 아닙니다. 고객의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주고, 그 결과값에 '권위'를 부여할 때 돈이 벌립니다.

지금 우리가 만드는 SaaS가 고객의 업무 프로세스에서 '표준'이 되고 있나요? 아니면 언제든 갈아치울 수 있는 껍데기입니까?

AI 시대가 오면 이 독점이 깨질까요? 천만에요. 생성형 AI조차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가 없으면 할루시네이션(환각) 덩어리일 뿐입니다. 이들은 그 원천 데이터를 쥐고 있습니다.

469달러짜리 검색 버튼.

욕하면서도 누를 수밖에 없는 그 버튼을 보며, 저는 오늘도 우리 회사의 초라한 객단가를 반성합니다. 낭만은 접어두고, 고객이 절대로 빠져나갈 수 없는 우리만의 'Key Number System'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이도현
이도현B2B SaaS 창업자 & CEO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혁신은 그저 값비싼 취미생활일 뿐입니다." LG CNS의 엔터프라이즈 감각과 토스(Toss)의 야생성을 거쳐, 현재는 B2B SaaS 정글에서 생존을 증명하고 있는 실전형 창업가입니다. '돈이 되는 프로덕트'를 만드는 처절한 노하우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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