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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2명이 15k MRR(월 매출 2천)을 제 발로 걷어찬 이유

개발자 2명이 15k MRR(월 매출 2천)을 제 발로 걷어찬 이유

이도현·2026년 1월 5일·3

월 매출 2,000만 원을 포기하고 12번의 피벗을 거친 개발자 팀의 생존기. 기술적 확장성과 진정한 고객 니즈를 찾기 위한 냉정한 판단의 중요성을 다룹니다.

솔직히 말해봅시다. 여러분이 지금 당장 통장에 매달 2천만 원이 꽂히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라면, 과감하게 서버 내리고 서비스를 종료할 수 있습니까?

아마 99%는 절대 못 할 겁니다. "조금만 더 고치면 되겠지", "마케팅만 태우면 터질 거야"라며 희망 회로를 돌리겠죠. 그게 스타트업의 지옥도, '좀비 벤처'로 가는 지름길인지도 모른 채 말입니다.

오늘 소개할 이야기는 5년 동안 무려 12번의 피벗(Pivot)을 감행한 미친 팀의 이야기입니다. 이들은 심지어 월 매출 2천만 원이 나오는 상황에서도 "이건 아니야"라며 판을 엎었습니다.

개발자 출신 창업자들이 흔히 빠지는 '기술 뽕'과 '자아도취'를 박살 내주는 아주 훌륭한 실패 사례집입니다.


1. '만들고 싶어서' 만드는 건 취미 생활이다

이 팀의 초창기 1.5년은 그야말로 '삽질의 역사'입니다.

  • 코딩 부트캠프 (6개월): "세상을 더 좋게 만들자!" -> 유료 사용자 0명.
  • 트위치 인터랙티브 광고 (6개월): "공동 창업자가 유튜버 출신이니까 잘 알겠지?" -> 유료 사용자 0명. 심지어 본인들은 트위치 보지도 않음.
  • 게임 SDK (6주): "게임 산업이 뜨니까." -> 정작 본인들은 게임 안 함.
  • 직원 참여 설문 (3주): "HR 시장이 크니까." -> 경쟁사 제품이 이미 꽉 잡고 있고, 모두가 그 제품을 혐오함.

보이시나요? 전형적인 "Solution Looking for a Problem(문제를 찾아 헤매는 솔루션)" 패턴입니다.

개발자들은 코드를 짤 줄 아니까, 일단 뭔가를 만듭니다. 그리고 끼워 맞출 문제를 찾으러 다니죠. YC 파트너 Michael Seibel이 이들에게 날린 팩폭이 예술입니다.

"너네 트위치 보긴 하냐?"

자신이 쓰지도 않을 서비스, 고객의 페인 포인트가 뭔지도 모르는 서비스를 '그냥 할 수 있어서' 만드는 건 비즈니스가 아닙니다. 그건 비싼 취미 생활이죠.



2. Dogfooding(자체 사용)의 함정: 우리끼리만 재밌는 서비스

이들이 가장 길게(11개월) 붙들었던 아이템은 Gloo라는 음성 채팅 서비스였습니다. 슬랙이나 디스코드를 대체하겠다는 거창한 목표였죠.

창업자 둘이서 1,000시간 넘게 통화하며 자체적으로 써봤더니 너무 좋았답니다. 그래서 성공할 줄 알았대요.

결과는? MRR $16 (약 2만 원).

이게 왜 망했을까요?

  1. Founder-Market Fit 실패: 창업자들은 EC2, 머신러닝 인프라 전문가들입니다. UX/UI 감성이 중요한 소셜 앱을 만들 역량이 아니었던 거죠.
  2. Dogfooding의 배신: 자기들끼리만 쓰면서 "와 너무 편하다"라고 자화자찬했습니다. 고객이 없는 '메아리 방'에 갇혀버린 겁니다.

결국 Tandem(비슷한 서비스)의 CEO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는 5년 동안 수만 명을 모았지만, 돈이 안 돼서 망해가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서야 정신을 차립니다.

'내가 써보니 편하다'는 건 비즈니스 검증이 아닙니다. 남이 돈 내고 써야 검증입니다.



3. 2천만 원 매출을 버린 '확장성'의 공포

이 팀은 결국 본인들의 전공인 AI/ML 분야로 돌아옵니다. 'Custom Embeddings' 서비스를 시작했고, 드디어 반응이 왔습니다.

MRR $15k (약 2,000만 원). 스타트업 초기 단계에서 이 정도면 꽤 달콤한 숫자입니다. 밥값 걱정은 안 해도 되니까요.

하지만 그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계약을 거절하고 서비스를 접었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기술적 확장성(Scalability)이 안 보여서"입니다.

고객의 데이터는 엉망이었고, 성공의 기준(검색 품질 등)이 모호했습니다. 컨설팅 용역처럼 사람이 갈려 들어가는 구조였던 거죠. 개발자 마인드에서 '용역'은 비즈니스가 아닙니다. 그들은 소프트웨어로 돈을 벌고 싶었지, 인건비 따먹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니었으니까요.

이 냉정한 판단이 지금의 BAML(LLM용 프로그래밍 언어)을 만들었습니다. 이제야 그들은 "진짜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고객"을 만났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 통장에 1원이라도 기여합니까?

이 긴 여정에서 배울 점은 명확합니다.

  1. 니즈 없는 기능 개발은 죄악이다. 트위치 안 보는 놈이 트위치 서비스 만들지 마세요.
  2. 초기 매출에 취하지 마라. 그 매출이 '인건비성 용역 매출'인지, '확장 가능한 제품 매출'인지 구분하세요. 전자라면 당장 피벗해야 합니다.
  3. 빠른 손절이 실력이다. 12번의 피벗은 실패가 아니라, 12번의 '검증 완료'입니다.

개발자 여러분, 지금 모니터 뒤에 숨어서 "이 기능만 배포하면 대박 날 거야"라고 자위하고 계신가요?

당장 나가서 고객을 만나세요. 그리고 물어보세요. "이거 돈 내고 쓰시겠습니까?"
그 대답이 "글쎄요"라면, 당장 그 IDE 끄십시오.

여러분의 코드는 고객의 지갑이 열리기 전까지는 그저 디지털 쓰레기일 뿐입니다.

이도현
이도현B2B SaaS 창업자 & CEO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혁신은 그저 값비싼 취미생활일 뿐입니다." LG CNS의 엔터프라이즈 감각과 토스(Toss)의 야생성을 거쳐, 현재는 B2B SaaS 정글에서 생존을 증명하고 있는 실전형 창업가입니다. '돈이 되는 프로덕트'를 만드는 처절한 노하우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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