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트폴리오 리뷰를 하다 보면 여전히 드리블(Dribbble) 스타일의, 그림자는 부드럽고 여백은 광활하지만 실제로는 절대 구현될 수 없는 디자인을 가져오는 주니어들이 많습니다. "요즘 느낌으로 깔끔하게 했습니다"라고 말하지만, 버튼 하나를 눌렀을 때 벌어지는 수십 가지 예외 상황에 대해서는 전혀 고민하지 않은 흔적이 역력합니다. 냉정하게 말해 그런 디자인은 '그림'이지 설계가 아닙니다. 제가 에이전시 인턴 시절, "뭔가 엣지있게"라는 추상적인 피드백에 시달리며 깨달았던 것은 디자인은 감각의 영역이 아니라 철저한 논리의 영역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특히 최근 등장하는 'Ragdoll Mayhem Maker' 같은 샌드박스형 툴이나 복잡한 SaaS 프로덕트를 보면 이 사실은 더욱 명확해집니다. 사용자가 직접 콘텐츠를 생산하고, 물리 엔진이 적용되어 예측 불가능한 결과가 나오는 환경에서 '예쁜 UI'는 그저 껍데기에 불과합니다.
'Ragdoll Mayhem Maker'는 겉보기에 단순한 인디 게임처럼 보이지만, UI/UX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뜯어보면 매우 고통스럽지만 훌륭한 교보재입니다. 이 게임은 회전 톱, 폭발물, 핀볼 플리퍼, 중력 반전 패드 같은 오브젝트를 사용자가 직접 배치하여 레벨을 만듭니다. 여기서 디자이너가 해야 할 일은 단순히 아이콘을 예쁘게 그리는 것이 아닙니다. 사용자가 수십 개의 오브젝트 중 원하는 것을 직관적으로 찾을 수 있는 정보 구조(IA)를 짜야 하고, 오브젝트를 드래그하여 배치할 때의 햅틱 피드백이나 스냅(Snap) 가이드, 그리고 잘못 배치했을 때의 되돌리기(Undo/Redo) 로직까지 설계해야 합니다. "뼈 없는 영웅"이 날아가서 부딪히고 굴러떨어지는 물리 엔진의 결과를 시각적으로 어떻게 명확히 전달할 것인지, 그 '카오스' 속에서도 UI가 묻히지 않고 기능을 수행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많은 주니어들이 기획서에 있는 'Happy Path(성공 케이스)'만 그리는 실수를 범합니다. 하지만 개발자가 저에게 가장 많이 따지는 부분은 항상 'Edge Case(예외 케이스)'였습니다. 예를 들어 Ragdoll Mayhem Maker에서 사용자가 폭발물을 화면 가득 100개를 배치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프레임 드랍이 생길 때 UI는 어떻게 경고를 줄 것인가요? 혹은 톱날과 핀볼 플리퍼가 겹쳐서 배치될 때 충돌 박스는 어떻게 시각화할 것인가요? 이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그저 "심플하고 모던한 툴바"만 그려서 넘긴다면, 개발 단계에서 UI는 처참하게 깨지거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해 뜯어고쳐야 하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저는 이것을 '뇌피셜 디자인'이라고 부르며 극도로 경계합니다. 1px을 옮길 때도 "왜?"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강박은 바로 이런 시스템적 사고에서 비롯됩니다.
또한 이 게임의 핵심 기능인 '커뮤니티 공유' 기능을 봅시다. 자신이 만든 레벨을 업로드하고, 남이 만든 레벨을 다운로드하여 플레이하고 평점을 매깁니다. 이것은 단순한 게시판이 아닙니다. 버전 관리, 썸네일 자동 생성 로직, 인기 순/최신 순 정렬 필터, 그리고 불건전한 콘텐츠에 대한 신고 기능까지 포함된 거대한 CMS(콘텐츠 관리 시스템)입니다. 디자이너가 단순히 "공유하기 버튼을 눈에 띄게 배치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직무 유기입니다. 사용자가 만든 레벨 데이터가 서버에 어떻게 저장되고, 클라이언트에서 어떻게 불러와지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없이는 개발자와 대화조차 통하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문서 깎는 노인'이라는 별명을 얻으면서까지 핸드오프 문서를 변태적으로 꼼꼼하게 작성하는 이유는, 이런 복잡한 로직이 디자인 단계에서 정의되지 않으면 결국 엉망인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결국 UI/UX 디자이너로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아티스트'의 환상을 버리고 '설계자'의 마인드를 장착해야 합니다. Ragdoll Mayhem Maker 같은 툴은 사용자가 "혼란을 마스터"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이지만, 디자이너인 우리는 그 혼란을 통제 가능한 논리로 감싸야 합니다. 화려한 그래픽보다는 사용자가 도구를 쥐었을 때의 직관성, 복잡한 기능을 단순하게 풀어내는 추상화 능력, 그리고 개발 구현 가능성을 고려한 시스템적 사고가 필요합니다. 지금 당장 피그마를 켜고 예쁜 버튼을 그리기 전에, 플로우 차트를 펴고 데이터의 흐름과 예외 상황부터 점검해 보세요. 공대생의 논리로 무장하지 않으면, AI가 코드를 짜주는 시대에 '그림만 그리는' 디자이너는 설 곳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