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고백하겠습니다. 저도 주니어 시절에는 사용자를 '가두는 것'이 기획의 능력인 줄 알았습니다.
현대카드 시절, 앱카드 결제 프로세스를 설계할 때였습니다. 사용자가 이탈하는 것이 두려워 '뒤로 가기' 버튼을 비활성화하고, 팝업 닫기 버튼을 아주 교묘하게 숨겨본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제 논리는 단순했습니다. "못 나가게 막으면, 결국 결제하겠지."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더군요. 결제 완료율은 0.5% 올랐지만, 앱 재방문율(Retention)은 다음 달 바로 곤두박질쳤습니다. 고객센터에는 "앱 끄는 법을 모르겠다"는 항의가 빗발쳤습니다. 그때 뼈저리게 배웠습니다. 사용자의 통제권을 뺏는 UX는, 결국 서비스의 수명을 갉아먹는 암세포라는 것을요.
최근 베트남에서 들려온 소식을 접하고 그때의 실패가 떠올라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베트남 정부가 '건너뛸 수 없는 광고'를 법적으로 금지한다고 합니다. 2026년 2월부터 시행되는 시행령 342호(Decree No. 342)의 핵심은 간단합니다. 온라인 플랫폼은 사용자가 광고를 시청한 지 5초가 지나면 반드시 건너뛰기(Skip) 버튼을 노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광고 보기 싫다"는 민원을 처리하는 차원이 아닙니다. 이 법안의 디테일을 뜯어보면, 그동안 플랫폼들이 자행해 온 기만적인 UI/UX 패턴(Dark Patterns)에 대한 정면승부를 걸고 있습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5초 룰(Rule): 동영상 및 애니메이션 광고는 시작 후 최대 5초 이내에 건너뛸 수 있어야 합니다.
- 즉시 종료: 정적(이미지) 광고는 대기 시간 없이 즉시 닫을 수 있어야 합니다.
- 명확한 UI: 'X' 버튼을 교묘하게 배경색과 섞거나, 터치 영역을 좁게 만들어 오클릭을 유도하는 행위가 금지됩니다. '한 번의 조작'으로 닫혀야 합니다.
- 거짓 표기 금지: 닫기 버튼인 척하는 광고 배너 등, 사용자를 혼란스럽게 하는 모호한 기호 사용이 불가능해집니다.

많은 기획자가 KPI 달성을 위해 무리수를 둡니다. "이 팝업은 중요하니까 닫기 버튼을 작게 만들죠", "광고를 끝까지 봐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합시다."
회의실에서 이런 말이 나오면 저는 되묻습니다. "그래서, 그 기능으로 얻는 단기 매출이 떠나가는 유저의 LTV(생애 가치)보다 큽니까?"
베트남의 이번 규제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국가 차원에서 '사용자의 시간 통제권'을 법적 권리로 인정한 셈입니다. 5초라는 시간은 인간이 인내심을 유지하며 콘텐츠의 관련성을 판단하는 최소한의 임계점(Threshold)입니다. 이 시간을 넘겨 강제로 시선을 붙잡아두는 건, 기술적 폭력입니다.
물론 비즈니스 모델(BM)을 고려하면 광고 수익은 포기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하지만 사용자를 불쾌하게 만들면서 얻는 수익은 지속 불가능합니다. 실제로 토스에서 대출 비교 서비스를 고도화할 때, 우리는 정반대의 전략을 썼습니다. 혜택을 강요하기보다, 원하지 않으면 언제든 1초 만에 이탈할 수 있는 '퇴로'를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배치했습니다.
놀랍게도, 이탈이 쉬워지자 오히려 체류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사용자는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고 느낄 때 비로소 서비스에 신뢰를 보입니다.
아직도 "사용자가 실수로라도 누르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동료가 있나요? 그들에게 이 베트남 기사를 보여주십시오. 억지로 붙잡아 둔 트래픽은 허수(Vanity Metric)일 뿐입니다.
우리가 만드는 프로덕트가 사용자의 시간을 인질로 잡고 있는 건 아닌지, 혹은 'X' 버튼을 숨기는 얄팍한 수로 전환율을 구걸하고 있는 건 아닌지, 냉정하게 데이터를 열어볼 때입니다.
결국 서비스의 성패는 기능을 얼마나 더하느냐가 아니라, 사용자가 얼마나 기분 좋게 머물다 가느냐에 달려 있으니까요. 여러분의 서비스는 지금, 사용자를 존중하고 있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