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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ra 도입을 멈추세요. 당신의 서비스가 사기판이 되길 원치 않는다면.

Sora 도입을 멈추세요. 당신의 서비스가 사기판이 되길 원치 않는다면.

박지민·2026년 1월 5일·3

AI 비디오 기술이 가져올 신뢰 자본의 파괴와 비즈니스 리스크를 경고하며, 섣부른 기술 도입보다 실질적인 가치 창출에 집중할 것을 제안합니다.

최근 벤처 캐피탈(VC) 미팅이나 주니어 엔지니어들의 커리어 상담을 하다 보면, 지겨울 정도로 듣는 키워드가 있습니다. 바로 Sora와 Runway 같은 영상 생성형 AI 모델입니다. 그들은 눈을 반짝이며 "이제 텍스트만 넣으면 영화가 나오는 세상이 왔다"고 말합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조용히 지난달 AWS 청구서와 GPU 인스턴스 비용 명세서를 보여주고 싶다는 충동을 느낍니다. 하지만 오늘은 돈 이야기 대신, 조금 더 본질적이고 불편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최근 읽은 이브라힘 디알로의 "모든 AI 비디오는 해롭다"라는 칼럼이 뼈저리게 와닿았기 때문입니다.

엔지니어로서 우리는 기술의 '성능'에 집착합니다. Sora 2가 나왔을 때, 저 역시 미세한 화질 개선이나 프레임 안정성에 주목했습니다. 하지만 현업에서 프로덕트를 총괄하는 입장에서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현재의 AI 비디오 도구들은 '멋진 쓰레기'를 만드는 기계에 가깝습니다. 칼럼의 저자가 지적했듯, OpenAI나 Google이 보여주는 데모와 실제 결과물 사이에는 거대한 간극이 존재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구체적인 내러티브나 미장센을 구현하려 하면, 모델은 교묘하게 빗나간 결과물만 뱉어냅니다. 겉보기엔 그럴듯한 4K 화질이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영혼 없이 기술적 체크리스트만 통과한 '새로운 불쾌한 골짜기'일 뿐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기술의 진짜 사용자가 누구냐는 점입니다. 우리가 연구실에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하며 0.1%의 퀄리티 향상에 매달리는 동안, 이 도구를 가장 적극적으로, 그리고 효과적으로 도입한 곳은 다름 아닌 '사기꾼' 그룹입니다. 저자는 자신의 어머니가 덴젤 워싱턴이 인생 조언을 건네는 딥페이크 영상을 보내온 일화를 소개합니다. 노년층을 타깃으로 한 가짜 건강 정보, 정치적 선동, 금융 사기 영상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현재 AI 비디오 기술이 찾은 유일하고도 확실한 'Product Market Fit'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엔지니어링 관점에서 볼 때, 기술은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AI 비디오는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신뢰 비용'이라는 막대한 기술 부채를 사회 전체에 전가하고 있습니다. 워터마크를 넣으면 해결될까요? 순진한 생각입니다. 저자의 경험처럼, 일반 사용자들은 화면 구석의 작은 로고보다 영상 속 인물의 표정과 목소리를 더 신뢰합니다. Google 검색을 해보라고 조언해도 소용없습니다. 이미 유튜브 쇼츠와 틱톡은 AI가 생성한 '매끈하지만 기괴한' 영상들로 오염되었고, 사람들은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것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구축하려는 서비스에 생성형 비디오 기능을 붙이려는 시도가 과연 옳은지 재고해야 합니다. 교육용? 예술적 실험? 이론적으로는 가능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사용자의 눈과 귀를 속여 트래픽을 뽑아내려는 어뷰징 유저들에게 강력한 무기를 쥐여주는 꼴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B2B 솔루션을 만드는 제 입장에서는, 고객사에게 이런 리스크가 있는 모델을 제안하는 것 자체가 비즈니스 윤리에 어긋난다고 봅니다. 단순히 GPU 리소스를 태우는 것을 넘어, 사회적 신뢰 자본을 태우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AI 비디오는 아직 '생산성 도구'라기보다 '환각 생성기'에 머물러 있습니다. 창작의 장벽을 낮춰주겠다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오히려 진실을 가리는 장벽만 높여 놓았습니다. 엔지니어 여러분, 화려한 데모 영상에 현혹되어 우리 서비스에 섣불리 이 기술을 도입하지 마십시오. 지금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사용자를 기만하는 기능이 아니라, 데이터를 정제하고 인프라 비용을 최적화하여 실질적인 가치를 주는 '진짜 서비스'를 만드는 일입니다. 독이 든 성배를 마시는 건, 우리 세대 한 번의 실수로 족합니다.

박지민
박지민AI 솔루션 기업 CTO

논문 속의 정확도(Accuracy)보다 통장 잔고를 지키는 추론 비용(Inference Cost)을 중시하는 생존형 기술 리더입니다. 화려한 데모 뒤에 숨겨진 엔지니어링의 고통과 비즈니스 가치를 냉철하게 분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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