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고백하자면, 최근 LLM 시장을 지배해 온 'Chain-of-Thought(CoT)' 방식에 대해 CTO로서 늘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습니다. 물론 성능은 훌륭합니다. 모델에게 "단계별로 생각해 봐"라고 프롬프팅하면 복잡한 수학 문제나 논리적 추론을 기가 막히게 풀어내니까요. 하지만 엔지니어링 관점에서, 그리고 비용 효율성을 따져야 하는 비즈니스 관점에서 CoT는 일종의 '비싼 임시방편'처럼 느껴졌습니다. 모델이 추론을 위해 뱉어내는 그 수많은 중간 과정 텍스트들, 그게 전부 돈이고 트래픽이며 레이턴시(Latency)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과연 인간처럼 '속으로' 생각하는 AI를 만들 수는 없는 걸까요?
최근 아카이브에 올라온 논문 하나가 제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딥러닝의 거장 요슈아 벤지오(Yoshua Bengio) 교수팀이 참여한 'Scaling Latent Reasoning via Looped Language Models'라는 연구입니다. 이들은 'Ouro(우로)'라는 모델을 통해, 텍스트로 줄줄 읊는 명시적 추론이 아니라 모델 내부의 잠재 공간(Latent Space)에서 이루어지는 '내재적 추론'의 가능성을 증명했습니다. 오늘은 이 기술이 왜 우리 같은 솔루션 기업에게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는지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트랜스포머 기반의 LLM은 기본적으로 '다음 단어 예측' 기계입니다. 깊이(Depth)가 고정되어 있고, 입력이 들어가면 정해진 레이어를 통과해 출력이 나옵니다. 반면, 이번에 제안된 LoopLM(Looped Language Models)은 이름처럼 계산 과정을 '루프' 시킵니다. 즉, 다음 토큰을 뱉기 전에 잠재 공간 안에서 데이터를 반복적으로 되새김질하며 연산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이 사전 학습(Pre-training) 단계에 내장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기존 CoT가 학습이 끝난 모델을 어르고 달래서 추론을 '흉내' 내게 했다면, LoopLM은 태생부터 '생각하는 법'을 훈련받은 셈입니다.
이 접근 방식이 가져온 결과는 상당히 충격적입니다. 연구진이 공개한 Ouro 1.4B와 2.6B 모델은 무려 12B 규모의 SOTA(State-of-the-Art) 모델들과 대등한 성능을 보였습니다. 파라미터 수가 5배에서 10배 가까이 차이 나는데도 말입니다. 현업에서 모델 서빙 비용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본 분들이라면 이 숫자가 얼마나 비현실적인 효율인지 아실 겁니다. 이는 단순히 모델이 지식을 많이 저장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가지고 있는 지식을 조작하고 연결하는 능력, 즉 '지식 조작(Knowledge Manipulation)' 능력이 월등하기 때문라는 분석은 꽤나 설득력이 있습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정렬(Alignment)' 문제입니다. 우리는 종종 LLM이 내놓은 답은 맞는데, 그 중간 풀이 과정(CoT)이 엉터리인 경우를 목격합니다. 혹은 그 반대의 경우도 있죠. 이는 모델이 실제로 추론해서 답을 냈다기보다, 그저 그럴싸한 텍스트를 생성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LoopLM은 학습된 깊이 할당을 위한 '엔트로피 정규화(Entropy-regularized objective)'를 통해, 잠재 공간에서의 추론 흔적이 최종 출력과 훨씬 더 긴밀하게 연결됨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금융이나 의료 AI처럼 결과에 대한 신뢰도와 설명 가능성이 필수적인 도메인에서 매우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기술이 당장 내일 우리의 모든 프로덕션 모델을 대체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7.7T 토큰으로 스케일링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초거대 모델들과의 직접적인 비교는 시기상조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방향성은 명확합니다. 텍스트 공간에서의 비효율적인 수다(Verbose CoT)를 줄이고, 잠재 공간에서의 밀도 높은 연산으로 추론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 이것이 차세대 경량화 모델(On-device AI)과 엔터프라이즈 솔루션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개발자 여러분, 이제는 단순히 프롬프트를 어떻게 깎을지 고민하는 단계를 넘어서야 합니다. 모델의 아키텍처 레벨에서 '추론'이 어떻게 정의되고 처리되는지 관심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Ouro와 같은 LoopLM 계열이 보여준 가능성은, 우리가 더 적은 리소스로 더 똑똑한 AI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적인 신호입니다. 비즈니스 리더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무조건 파라미터가 큰 모델이 정답이 아닙니다. 우리 서비스에 필요한 '추론의 밀도'가 어느 정도인지 냉철하게 판단하고, 이에 맞는 아키텍처를 선정하는 안목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