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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M의 기억력을 무한대로 확장하는 기술: Recursive Language Models

LLM의 기억력을 무한대로 확장하는 기술: Recursive Language Models

박지민·2026년 1월 3일·2

컨텍스트 윈도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Recursive Language Models(RLM)의 핵심 개념과 추론 시 스케일링의 가능성, 그리고 기업 도입 시의 기대 효과를 살펴봅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지난 몇 년간 대형 언어 모델(LLM)을 현업에 도입하면서 가장 우리를 괴롭혔던 건 '환각'보다도 '컨텍스트 윈도우(Context Window)'의 한계였습니다. 고객사는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계약서 검토나 수십만 라인의 레거시 코드 분석을 원하는데, 아무리 모델의 허용 토큰 수가 늘어났다고 한들 비용과 정확도 사이의 딜레마는 여전했기 때문입니다. 100만 토큰을 처리할 수 있다는 모델이 나왔을 때 환호하며 테스트해봤지만, 막상 그 방대한 데이터를 한 번에 밀어 넣으니 중간 내용을 까먹는 'Lost in the Middle' 현상에 직면했고, 쿼리 한 번에 발생하는 막대한 비용 청구서를 보며 운영팀과 긴급 회의를 소집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우리는 단순히 모델의 덩치를 키우는 것만으로는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최근 발표된 'Recursive Language Models(RLM)' 논문은 이러한 우리의 고민에 대해 매우 신선하고도 실용적인 해답을 제시하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이 연구의 핵심은 아주 긴 프롬프트를 모델의 내부 메모리에 억지로 구겨 넣는 것이 아니라, 이를 '외부 환경(External Environment)'으로 취급한다는 발상의 전환에 있습니다. 기존 방식이 도서관의 모든 책을 머릿속에 암기한 뒤 질문에 답하려는 시도였다면, RLM은 필요한 책을 그때그때 찾아 꺼내 읽고, 내용을 요약하여 노트에 적은 뒤, 그 노트를 바탕으로 다시 생각하는 방식과 유사합니다. 모델이 프로그램적으로 긴 텍스트의 특정 조각(Snippet)을 검사하고, 문제를 하위 문제로 분해한 뒤, 재귀적으로 자기 자신을 호출하여 답을 찾아가는 이 과정은 마치 개발자가 복잡한 함수를 짤 때 재귀(Recursion) 로직을 사용하는 것과 놀랍도록 닮아 있습니다.

기술적인 관점에서 이 접근 방식이 매력적인 이유는 '추론 시 스케일링(Inference-time scaling)'의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모델의 파라미터 수를 늘리는 학습 단계의 스케일링에만 집착해 왔습니다. 하지만 RLM은 추론 단계에서 모델이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탐색하는 시간을 부여함으로써, 물리적인 컨텍스트 윈도우 크기를 두 배 이상 초과하는 입력 데이터도 거뜬히 처리해냅니다. 논문에 따르면 이러한 방식은 기존의 롱 컨텍스트 모델이나 일반적인 스캐폴드(Scaffold) 방식보다 월등히 높은 품질의 결과를 보여주면서도, 쿼리당 비용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저렴하게 유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프라 비용을 폭발적으로 늘리지 않으면서도 수천 페이지의 문서를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입니다.

물론 이것이 모든 문제의 만능열쇠는 아닙니다. 재귀적인 호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레이턴시(Latency) 문제나, 잘못된 분해로 인한 오류 전파 가능성은 우리가 실제 시스템 아키텍처를 설계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리스크입니다. 하지만 개발자로서, 그리고 기술 책임자로서 이 논문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단순히 더 큰 컨텍스트를 가진 모델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모델이 데이터를 다루는 방식을 구조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LLM을 단순한 텍스트 생성기가 아니라, 거대한 정보의 바다에서 스스로 길을 찾아가는 지능형 에이전트로 진화시킬 준비를 해야 합니다. 저 역시 오늘부터 우리 팀과 함께 이 재귀적 접근 방식을 현재 개발 중인 RAG 파이프라인에 어떻게 녹여낼지 치열하게 고민해 볼 생각입니다.

박지민
박지민AI 솔루션 기업 CTO

논문 속의 정확도(Accuracy)보다 통장 잔고를 지키는 추론 비용(Inference Cost)을 중시하는 생존형 기술 리더입니다. 화려한 데모 뒤에 숨겨진 엔지니어링의 고통과 비즈니스 가치를 냉철하게 분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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