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의실에서 누군가 '프리미엄 전략'을 운운하면 저는 본능적으로 미간을 찌푸립니다. 데이터가 받쳐주지 않는 고가 정책은 전략이 아니라 오만입니다. 특히 시장 점유율이 곤두박질치는 상황에서의 고집은 회사를 망가뜨리는 지름길입니다.
최근 제약 업계에서 흥미로운 데이터 포인트가 하나 포착되었습니다. 덴마크의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가 내놓은 승부수입니다.
그들은 단순히 신제품을 출시한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P&L(손익계산서)을 찢어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들고 나왔습니다.
우리가 흔히 저지르는 '기획의 오류'가 여기에 다 들어있습니다.

상황을 복기해 봅시다. 노보 노디스크는 위기였습니다. 경쟁사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Mounjaro)와 젭바운드(Zepbound) 공세에 밀려 지난 1년간 주가가 44%나 폭락했습니다. 한때 유럽 시가총액 1위였던 기업이 구조조정과 이익 경고를 남발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 무능한 기획자는 "기능을 더 붙이자"고 제안합니다. 약효를 1% 더 올리거나, 패키지를 더 예쁘게 만드는 식입니다. 하지만 노보 노디스크는 철저히 데이터에 기반해 '진입 장벽(Barrier to Entry)'을 분석했습니다.
그들이 발견한 고객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는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주사 바늘에 대한 공포.
둘째, 보험 적용이 안 될 때의 살인적인 비용.
그래서 그들은 경구용 GLP-1 제제, 즉 '먹는 위고비(Wegovy)'를 출시했습니다. 하지만 진짜 혁신은 알약이라는 제형이 아닙니다. 바로 프라이싱(Pricing) 입니다.
기존 주사제의 가격은 월 1,000달러가 넘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알약의 가격은 월 149달러입니다.
하루 5달러.
이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십니까? 바로 스타벅스 커피 한 잔 값입니다.
그들은 의료비(Medical Cost)의 영역에 있던 제품을 일상 소비재(FMCG)의 가격대로 끌어내렸습니다. 보험사가 승인해 주기를 기다리는 B2B2C 모델에서, 환자가 지갑을 열고 직접 결제하는 D2C(Direct to Consumer) 모델로 피벗(Pivot)한 것입니다.
이것은 핀테크에서 말하는 '전환율 최적화(CRO)'의 교과서적인 사례입니다.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물리적 허들(UX Friction)을 제거하고, 가격이라는 경제적 허들(Payment Barrier)을 동시에 무너뜨렸습니다.
일라이 릴리가 개발 중인 경구용 약물의 예상 가격이 월 399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노보 노디스크의 149달러는 경쟁사의 진입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초토화 전략입니다.
많은 주니어 기획자들이 "우리 서비스는 가치가 있으니까 비싸게 받아야 해요"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시장은 냉정합니다. 고객이 지갑을 여는 임계점을 넘지 못하면 그 어떤 혁신적인 기능도 쓰레기통으로 들어갑니다.
노보 노디스크는 CVS, 코스트코 등 7만 개의 약국과 원격 의료 플랫폼을 통해 이 약을 뿌리기로 했습니다. 심지어 트럼프 관련 웹사이트에서도 구매가 가능합니다. 이것은 더 이상 '약'을 파는 게 아닙니다. '구독 모델'을 파는 것입니다.
17%의 체중 감량 효과라는 효능(Utility)은 이미 검증되었습니다. 남은 것은 접근성(Accessibility)뿐이었습니다. 그들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마진을 포기하고 트래픽을 선택했습니다.
여러분이 지금 기획하고 있는 그 기능, 정말 고객이 쓸 수 있는 것입니까? 아니면 개발팀의 기술력을 자랑하기 위한 포트폴리오입니까?
고객이 '생각하지 않고' 결제할 수 있는 가격, '고민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UX.
이 두 가지가 없다면, 그 어떤 화려한 기능도 비즈니스 임팩트를 만들 수 없습니다. 노보 노디스크의 149달러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혁신은 기술이 아니라, 고객의 망설임을 지워주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