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까놓고 말해봅시다. 여러분 중 대다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어떻게 하면 코드를 더 예쁘게 짤까', '어떤 최신 프레임워크를 도입해야 내 이력서가 빛날까'를 고민하고 있을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청주에서 국비 지원 학원을 다니던 시절, 제게 중요한 건 당장 돌아가는 코드보다 남들이 있어 보인다고 말하는 기술 스택이었습니다. 하지만 월급이 세 달 밀린 웹 에이전시에서 구르며 뼈저리게 느낀 건, 비즈니스를 살리지 못하는 코드는 아무리 깔끔해도 쓰레기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오늘 제가 흥미롭게 본 오픈 소스 프로젝트 하나를 소개하려 합니다. 바로 버섯 재배를 위한 오픈 표준, WOLS(WeMush Open Labeling Standard)입니다. "갑자기 웬 버섯?"이라고 반문하신다면, 죄송하지만 당신은 아직 '진짜 개발'이 뭔지 모르는 겁니다.
버섯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500억 달러 규모에 달합니다. 그런데 이 거대한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십니까? 놀랍게도 대부분 스프레드시트와 손으로 쓴 공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제가 SI 프로젝트 파견을 다니며 수없이 목격했던, 데이터가 파편화되고 업무 프로세스가 사람의 기억력에 의존하는 '레거시의 지옥'과 똑같습니다. 표준화도 없고, 상호 운용성(Interoperability)은 꿈도 못 꾸며, 농장과 연구소 간에 인사이트를 공유할 방법조차 요원합니다. 이 막막한 상황에서 WOLS는 아주 단순하지만 강력한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바로 재배 표본 데이터를 기계가 읽을 수 있는 QR 코드로 인코딩하는 표준 규격입니다.
이 프로젝트가 시사하는 바는 기술적으로 화려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기술 자체는 매우 투박하고 직관적입니다. JavaScript 라이브러리를 통해 종(Species), 균주(Strain), 배지(Substrate), 성장 단계(Colonization) 등의 데이터를 JSON 형태로 정의하고, 이를 QR 코드로 생성합니다. 파이썬 스크립트로는 이 QR 코드를 스캔해 즉시 데이터를 파싱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코드가 얼마나 '클린'하냐가 아닙니다. 이 표준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의 본질'입니다. 벤더 비종속적(Vendor-agnostic)인 데이터 구조를 설계함으로써, 특정 장비 업체의 소프트웨어에 락인(Lock-in)되지 않고 농장주가 자신의 데이터를 온전히 소유하고 활용할 수 있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많은 주니어 개발자들이 착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개발 실력이란 복잡한 알고리즘을 푸는 능력이나, MSA(Microservices Architecture)를 완벽하게 구축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업에서 진짜 인정받는 개발자는 도메인(Domain)의 문제를 기술로 풀어내는 사람입니다. WOLS 프로젝트를 보면, 버섯 재배라는 도메인에 대한 깊은 이해가 깔려 있습니다. 단순히 "재배 기록을 저장한다"가 아니라, 배지의 구성 성분부터 수확 수율, 유전적 계통까지 추적 가능하도록 데이터 스키마를 설계했습니다. 이는 상업 농장에는 규제 준수를, 연구실에는 실험의 재현성을, 그리고 장비 제조업체에는 통합 가능한 표준을 제공합니다. 이게 바로 비즈니스 임팩트입니다.
제가 야놀자에서 레거시 청산 TF를 맡았을 때 가장 힘들었던 건 엉망인 코드가 아니라, '데이터의 맥락'을 알 수 없는 DB 설계였습니다. 누가, 언제, 왜 이 데이터를 넣었는지 추적할 수 없는 시스템은 시한폭탄과 같습니다. WOLS는 바로 그 지점을 타격합니다. `generateLabel` 함수 하나로 생성된 QR 코드가 전체 표본의 이력(History)을 담아냅니다. 이것은 단순한 라벨링이 아니라, 오프라인의 물리적 자산을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핵심적인 단계입니다.
여러분이 만약 지금 당장 취업이나 이직을 걱정하고 있다면, 남들이 다 하는 투두 리스트(Todo List) 예제 만들기나 멈추십시오. 대신 이런 프로젝트를 보며 '내가 만약 농업 도메인의 백엔드 리드라면 이 데이터를 어떻게 DB에 정규화해서 넣을까?', '수만 개의 농장에서 쏟아지는 QR 스캔 트래픽을 어떻게 감당할까?'를 고민하십시오. 기술은 도구일 뿐입니다. 그 도구로 500억 달러짜리 시장의 비효율을 걷어낼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개발자만이, 다가오는 AI 시대에도 대체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버섯 농장의 엑셀 파일을 DB로 옮기는 작업이 하찮아 보이십니까? 그 더럽고 지루한 작업 속에 진짜 돈과 기회가 숨어 있습니다. 폼나는 기술 용어 뒤에 숨지 말고, 현실의 문제를 직시하는 '야생의 개발자'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엔 버섯이나 구워서 소주 한잔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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