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저는 '개발의 낭만' 같은 거 안 믿습니다.
청주에서 최저시급도 못 받고 코딩 시작했을 때부터, 저한테 코드는 그냥 밥벌이 수단이었습니다.
월급 밀리는 에이전시에서, 구로의 등대 불빛 아래서 밤새면서 든 생각은 딱 하나였거든요.
"빨리 쳐내고 집에 가서 자고 싶다."
그래서 저는 오픈소스 기여하고, 개인 프레임워크 만들어서 배포하는 사람들 보면 좀 고깝게 봤습니다.
"Django나 Flask 쓰면 되지, 굳이 왜 또 만들어? 시간 남나?"
"저거 다 이직할 때 포트폴리오 쓰려고 '보여주기'식으로 하는 거 아냐?"
네, 인정합니다.
저, 열등감 덩어리였습니다.
남들은 기술로 자아실현 하는데, 저는 매일 레거시랑 씨름하며 "이놈의 스파게티 코드 누가 짰어" 욕하기 바빴으니까요.
그런데 오늘 아침, GitHub 이슈 하나를 보고 멍하니 모니터만 쳐다봤습니다.
파이썬 웹 프레임워크 'Masonite'의 창시자, Joe Mancuso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이슈 번호 #853.
내용은 단순했습니다. 건강 합병증으로 별세했다는 것.
하지만 제 가슴을 후벼 판 건 그다음 문장이었습니다.
"생명을 건 싸움을 하던 중에도, 그는 이 프로젝트를 유지하고 지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계속했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몸이 무너져 내리는 상황입니다.
당장 내일 눈을 뜰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여러분이라면 뭘 하시겠습니까?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쉬고 싶겠죠.
그런데 Joe는 코드를 짰습니다.
이슈를 확인하고, 답변을 달고, 커밋을 날렸습니다.
그에게 Masonite는 단순한 '사이드 프로젝트'나 '이력서용 스펙'이 아니었던 겁니다.
그건 그의 삶이었고, 세상에 남기고 싶은 유산(Legacy)이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바퀴를 다시 발명하지 마라(Don't reinvent the wheel)'라고 말합니다.
효율을 따지죠.
이미 잘 나가는 Django가 있는데 왜 굳이 Masonite를 만드냐고 비웃기 쉽습니다.
하지만 Joe에게 중요한 건 '시장 점유율'이나 '효율'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더 나은 개발 경험'을 커뮤니티와 나누고 싶다는 순수한 열망.
그거 하나로 끝까지 달린 겁니다.
저는 부끄러웠습니다.
저는 10년 동안 개발하면서 "이 코드가 비즈니스에 돈이 되나?"만 따졌습니다.
물론 그것도 중요합니다. 저는 그로스 엔지니어링 리드니까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만드는 즐거움'과 '나누는 기쁨'은 완전히 잊고 살았습니다.
누군가는 병상에서도 놓지 못할 만큼 사랑했던 이 일을,
저는 그저 '지긋지긋한 야근의 원인'으로만 취급했던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되더군요.
오픈소스의 진짜 가치는 '공짜 코드'가 아닙니다.
그 코드를 작성한 사람의 '시간'과 '영혼'이 담겨 있다는 겁니다.
우리가 pip install masonite 한 줄로 당겨 쓰는 그 라이브러리 뒤에는,
누군가의 치열했던 삶이 녹아 있습니다.
오늘만큼은 현란한 아키텍처나 클린 코드 논쟁보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갔던 한 개발자의 삶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Joe Mancuso.
당신이 만든 코드는 여전히 GitHub에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열정은 저 같은 생계형 개발자의 식어빠진 가슴에도 불을 지폈습니다.
부디 그곳에서는 버그 없는 세상에서 편안히 쉬시길 바랍니다.
Rest In Peace, J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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