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회사나 골라 이직하다 커리어 꼬일 때, '성공 족보' 데이터로 검증된 로켓에 올라타는 법

아무 회사나 골라 이직하다 커리어 꼬일 때, '성공 족보' 데이터로 검증된 로켓에 올라타는 법

최수연·2026년 1월 6일·3

막연한 감으로 회사를 선택하고 있지는 않나요? YC 스타트업 계보 데이터인 Foundertrace를 통해 성공의 DNA가 흐르는 '창업 사관학교'를 찾는 법을 알아봅니다.

"좋은 동료가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어요."

면접을 볼 때마다 지원자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입니다. 그럼 저는 되묻습니다. "좋은 동료의 기준이 뭔가요? 단순히 성격 좋은 사람인가요, 아니면 비즈니스 임팩트를 만들어내는 사람인가요?" 대답 못 하는 분들이 태반입니다. 막연한 기대감, 즉 '감'으로 회사를 고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냉정하게 말해, 여러분의 커리어는 실험 대상이 아닙니다. 운 좋게 로켓에 올라타길 기도하는 대신, 확률 높은 데이터를 근거로 움직여야 합니다.

최근 해커뉴스(Hacker News)에 흥미로운 데이터가 하나 올라왔습니다. 'Foundertrace'라는 프로젝트인데, Y Combinator(YC) 출신 스타트업 직원들이 퇴사 후 다시 YC 스타트업을 창업한 계보를 시각화한 것입니다. 이걸 단순한 가계도 놀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이건 '성공의 DNA가 어디서 복제되는가'를 보여주는 생존 지도입니다.

데이터가 증명하는 '창업 사관학교'

폴 그레이엄(Paul Graham)은 최근 트윗에서 "Coinbase와 Scale에서 일했던 창업자를 만났다. Coinbase 창업자는 Airbnb 출신이었다"며 이 '연쇄 고리'에 주목했습니다.

Foundertrace 데이터를 보면 더 명확해집니다. 특정 회사가 압도적으로 많은 창업자를 배출하고 있습니다.

  • Airbnb: 83명의 YC 창업자 배출
  • Stripe: 67명
  • Dropbox: 50명
  • Justin.tv (Twitch): 47명

이 숫자가 무엇을 의미할까요? Airbnb나 Stripe가 단순히 연봉을 많이 줘서가 아닙니다. 그곳에는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검증된 프로세스'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 프로세스를 체득한 직원들이 나가서 또 다른 유니콘을 만듭니다.

저는 과거 금융권 SI 프로젝트에서 수십억 원을 들여 만든 기능을 오픈 당일 아무도 쓰지 않는 참사를 목격했습니다. 반면, 토스나 카카오페이에서 일할 때는 작은 기능 하나도 데이터로 검증하며 스케일업했습니다. 이 차이는 개인의 역량보다 조직의 '일하는 방식'에서 나옵니다. 여러분이 이직할 때 봐야 할 것은 회사의 이름값이 아니라, 그 회사가 '인재를 성장시키는 공장(Founder Factory)'인가 하는 점입니다.

성공은 확률 게임이다: 4단계 체인의 비밀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폴 그레이엄이 언급한 4단계 체인을 봅시다.

Auctomatic (2007) -> GoCardless (2011) -> Duffel (2018) -> Vizzly (2022)

앞선 세대의 성공 경험이 다음 세대로 이식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일종의 '마피아' 현상입니다. 페이팔 마피아가 실리콘밸리를 지배했듯, 성공한 YC 스타트업 출신들은 실패 확률을 줄이는 법을 알고 있습니다.

PMF(Product-Market Fit)를 찾는 집요함, 리소스를 효율적으로 태우는 법, 그리고 무엇보다 '안 되는 기능을 개발하지 않는 결단력'. 이런 암묵지(Tacit Knowledge)는 책으로 배울 수 없습니다. 오직 그 생태계 안에서 굴러봐야 배웁니다.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액션 아이템

그렇다면 이 데이터를 여러분의 커리어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요?

1. 리더의 출신 성분을 '데이터'로 검증하세요
채용 공고의 '자율적인 문화', '수평적 분위기' 같은 뜬구름 잡는 문구에 현혹되지 마세요. 창업자나 C레벨이 어디 출신인지 링크트인과 크런치베이스를 뒤져보세요. Airbnb, Stripe, Toss, Coupang 등 '빡세게' 성장해본 조직 출신인가요? 그렇다면 그들은 적어도 삽질을 최소화하는 법을 알 확률이 높습니다.

2. '배출량'이 많은 회사로 진입하세요
지금 당장 창업할 생각이 없더라도, 창업자를 많이 배출하는 회사(Founder Factory)로 이직을 목표로 하세요. 그곳은 야생입니다. 업무 강도는 높겠지만, 그만큼 밀도 높은 동료들이 모여 있습니다. 3년 뒤 여러분의 몸값은 그곳에서의 경험이 결정합니다. 물경력으로 3년 편하게 지낼지, 핵심 방법론을 배워 넥스트 스텝을 밟을지 선택해야 합니다.

3. 초기 스타트업이라면 '계보'를 따지세요
시리즈 A 미만의 초기 스타트업에 합류한다면, 창업자가 어떤 '체인'에 속해 있는지 확인하세요. 성공한 유니콘의 초기 멤버였거나, 그곳에서 핵심 프로덕트를 리딩해본 경험이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맨땅에 헤딩하는 사람보다, 지도를 가지고 시작하는 사람의 배에 타는 것이 생존 확률을 높입니다.

결론: 감을 믿지 말고 족보를 믿으세요

개발자나 PM으로서 우리는 매일 데이터를 봅니다. 트래픽, 전환율, 리텐션에는 목숨을 걸면서, 왜 정작 자신의 커리어는 '감'에 의존합니까?

비즈니스 임팩트 없는 개발이 리소스 낭비이듯, 성장 없는 회사에서의 근속은 인생 낭비입니다. Foundertrace 같은 데이터가 보여주는 건 명확합니다. 성공은 우연히 일어나는 게 아니라, 성공해본 사람들 곁에서 전염된다는 사실입니다.

다정하고 편한 회사를 찾지 마세요. 치열하게 검증하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모인 곳, 그 '성공의 족보'가 흐르는 곳으로 가세요. 그래야 여러분도 다음 세대의 'Origin'이 될 수 있습니다.

최수연
최수연핀테크 유니콘 리드 PO

전통 금융의 보수적인 장벽을 부수고, 숫자로 증명되지 않는 직관을 가장 경계하는 12년차 프로덕트 오너입니다. '아름다운 기획서'보다 '지저분한 엑셀 데이터'에서 고객의 욕망을 읽어내며, 치열한 핀테크 전쟁터에서 생존한 실전 인사이트를 기록합니다.

최수연님의 다른 글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