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클라이언트 미팅을 가면 다들 눈이 반짝반짝해서 묻습니다. "저희도 그... 자비스 같은 거 만들 수 있죠?"
그럼 저는 노트북을 덮으며 말해요. "대표님, 그건 생성형 AI가 아니라 엑셀 매크로로 하시는 게 훨씬 빠르고 쌉니다."
다들 AI로 누가 돈을 벌지, 어떤 직업이 사라질지만 걱정합니다. 하지만 엔지니어링의 관점에서, 그리고 비즈니스의 생존 관점에서 진짜 중요한 건 따로 있습니다. '이 기술이 결국 무엇을 산출(Output)해내는가'입니다.
오늘은 경제학자 스콧 섬너(Scott Sumner)의 흥미로운 칼럼을 빌려, 우리 개발자들이 'GPU 난로'가 아니라 진짜 돈 버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갖춰야 할 시각을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1. 1억 3천만 대의 세탁기 vs 2,000척의 요트
구글 면접 질문이라고 생각해보죠. "미국에 세탁기가 몇 대나 있을까요?"
답은 쉽습니다. 가구 수와 비슷하겠죠. 약 1억 3천만 대입니다. 이건 무엇을 의미할까요? 세탁기라는 기술이 특정 부유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보편적인 번영을 가져다줬다는 증거입니다.
반면, "길이 200피트 이상의 개인 요트가 몇 척인가?"라고 묻는다면요? 아무도 모릅니다. 그건 소수의 억만장자들만의 리그니까요.
경제적 불평등은 '소득'이 아니라 '산출물의 구조'에서 옵니다.
스콧 섬너는 말합니다. AI가 '1억 3천만 대의 가정용 로봇(세탁기)'을 생산하게 할 것인가, 아니면 '2,000대의 메가 요트'를 더 생산하게 할 것인가? 이것이 AI가 가져올 미래를 결정합니다.
우리 개발자들에게 대입해 볼까요?
- 세탁기 모델: 경량화(Quantization)된 sLLM으로 수백만 유저의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는 서비스. (낮은 비용, 높은 효용)
- 요트 모델: 벤치마크 점수 0.1점에 집착하며 H100 수십 장을 태우지만, 정작 하루 트래픽은 100도 안 나오는 초거대 모델. (높은 비용, 낮은 접근성)
여러분이 지금 깎고 있는 모델은 세탁기입니까, 요트입니까?
2. '생산 구조'를 바꾸는 엔지니어링
많은 주니어들이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뺏으면 어떡하죠?"라고 걱정하며 상담을 요청합니다. 그때마다 저는 1955년의 전화 교환원 이야기를 해줍니다.
자동 교환기가 도입되면서 30만 명의 교환원 직업이 사라졌습니다. 세상이 망했나요? 아니요. 그 노동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외식 산업으로 흘러갔습니다. 우리는 더 싼 전화 요금과 더 맛있는 저녁 식사를 누리게 됐죠.
엔지니어링의 본질은 '트레이드오프(Trade-off)'를 통한 총산출의 증대입니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누가 이익을 보냐"는 정치적 논쟁이 아닙니다. "우리가 무엇을 짓고 있는가(What is being built)"입니다.
- 나쁜 예 (요트 생산): 임대료 통제나 과도한 규제로 주택 공급을 막는 것. -> 결과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의 주거 비용만 폭등함.
- 좋은 예 (세탁기 생산): Upzoning(용도 변경)을 통해 주택 1,000만 채를 더 짓는 것. -> 억만장자가 집을 1,000만 채 사진 않음. 결국 중산층이 혜택을 봄.
AI 서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초고성능 모델 하나를 비싸게 서빙하는 것보다, 적당한 성능의 모델을 극도로 효율적인 비용으로 뿌리는 것이 세상을 더 평등하게(그리고 우리 회사를 부자로) 만듭니다.

3. 생존을 위한 Action Item: '세탁기'를 만드는 법
그렇다면 당장 내일 출근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뜬구름 잡는 소리 말고, 실무에서 적용할 수 있는 3가지 기준을 드립니다.
1) 벤치마크 점수 놀이에 속지 마세요
리더보드 상위권 모델이 항상 정답은 아닙니다.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건 '가장 똑똑한 대답'이 아니라 '가장 빠른 응답'일 때가 많습니다.
- Action: 70B 모델을 쓰기 전에, 7B 모델에 RAG(검색 증강 생성)를 붙여서 해결할 수 없는지 먼저 검증하세요. 비용은 1/10로 줄고 속도는 3배 빨라집니다.
2) '자동화'의 타깃을 '요트'가 아닌 '세탁'에 맞추세요
복잡하고 창의적인 소설을 쓰는 AI(요트)는 멋있지만, 수요가 적습니다. 반면, 영수증 처리, 상담 요약, 단순 번역(세탁)은 지루하지만 수요가 폭발적입니다.
- Action: 화려한 기능 말고, 유저가 매일 반복하는 '귀찮은 일'을 찾으세요. 그게 바로 1억 3천만 대의 세탁기를 파는 길입니다.
3) 인프라 비용을 '단위 경제(Unit Economics)'로 계산하세요
"서버비는 나중에 생각하죠"라는 말은 스타트업에서 "저희 곧 망할 겁니다"라는 말과 같습니다.
- Action: 유저 1명당 발생하는 추론 비용(Inference Cost)을 계산하세요. 그 비용이 구독료나 광고 수익보다 높다면, 당신은 지금 돈을 태워 요트를 만들고 있는 겁니다.
맺음말: 우리는 무엇을 짓고 있는가?
스콧 섬너는 "부유해지는 목적은 친절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라며, 억만장자들은 공유하는 크루즈 선박보다 개인 요트를 원한다고 꼬집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엔지니어입니다. 우리의 코드는 소수의 고립을 돕는 게 아니라, 다수의 번거로움을 덜어주는 데 쓰여야 합니다. 130M 개의 세탁기가 여성들의 가사 노동을 해방시켰듯, 우리가 만든 AI 솔루션이 야근하는 김 대리의 엑셀 노가다를 없애줄 수 있다면 그게 진짜 혁신 아닐까요?
내일 커밋할 때는 한 번쯤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나는 지금 세탁기를 만들고 있는가, 아니면 대표님의 관상용 요트를 만들고 있는가?"
물론, 삽질하다 막히면 언제든 슬랙 주세요. 같이 디버깅이나 합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