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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U가 노는 꼴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면: Xsight Labs E1 DPU 분석과 인프라 전략

GPU가 노는 꼴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면: Xsight Labs E1 DPU 분석과 인프라 전략

박지민·2026년 1월 3일·4

GPU 가동률을 극대화하기 위한 네트워크 병목 해결 방안으로 Xsight Labs의 E1 DPU를 분석하고, 차세대 AI 인프라를 위한 CTO 관점의 전략을 제시합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도 한때는 "GPU만 좋으면 장땡"이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H100이나 A100 같은 고성능 가속기만 잔뜩 확보해 두면 AI 모델 학습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질 것이라 믿었죠. 하지만 엔지니어링 팀과 밤을 새우며 트래픽 모니터링 대시보드를 들여다보다가 뼈저리게 느낀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아무리 비싼 GPU를 꽂아놔도, 데이터가 제때 도착하지 않으면 그 비싼 장비는 그저 전기를 먹는 난로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컴퓨팅의 병목'이 프로세서에서 '네트워크'와 'I/O'로 이동하는 변곡점에 서 있습니다. 오늘은 최근 공개된 Xsight Labs의 E1 DPU(Data Processing Unit) 사례를 통해, 차세대 AI 인프라 아키텍처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단순히 신제품 소개가 아니라, 왜 우리가 '똑똑한 네트워크 인터페이스'에 주목해야 하는지, 이것이 비즈니스 효율성과 어떻게 직결되는지 CTO의 관점에서 풀어보겠습니다.

문제의 본질: CPU는 너무 바쁘고, 네트워크는 너무 빠르다

현업에서 대규모 AI 클러스터를 운영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마주치는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CPU 오버헤드'입니다. 네트워크 대역폭이 100G를 넘어 400G, 800G로 치닫는 상황에서, 기존의 x86 기반 호스트 CPU가 네트워크 패킷 처리까지 도맡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데이터 패킷이 들어올 때마다 발생하는 인터럽트(Interrupt)는 CPU의 컨텍스트 스위칭을 유발하고, 정작 중요한 비즈니스 로직이나 GPU 제어에 써야 할 리소스를 갉아먹습니다. 과거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단순한 하드웨어 오프로드(Offload) 기능을 갖춘 NIC를 사용했지만, SDN(Software Defined Networking)과 보안 정책이 복잡해지면서 이마저도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이때 등장한 개념이 바로 DPU입니다. 하지만 기존 DPU들은 종종 폐쇄적인 생태계나 제한적인 연산 능력 때문에 개발자들에게 또 다른 학습 곡선(Learning Curve)을 강요하곤 했습니다.

기술적 해법: 단순한 NIC가 아닌, '서버 속의 서버'

최근 ServeTheHome(STH)에서 심층 분석한 Xsight Labs의 E1 DPU는 꽤 흥미로운 접근 방식을 보여줍니다. 이 제품의 핵심 사양을 보면, 이것이 단순한 네트워크 카드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 컴퓨팅 파워: 64코어 Arm Neoverse N2 프로세서 탑재
  • 네트워크 대역폭: 800G (Dual 400G 포트)
  • 메모리: DDR5-5200 ECC RDIMM 지원

이 스펙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E1은 호스트 서버에 꽂히는 부품이지만, 그 자체로 이미 강력한 하나의 리눅스 서버입니다. TSMC 5nm 공정으로 제작된 64개의 Arm 코어는 단순한 패킷 포워딩을 넘어, 복잡한 연산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여력을 제공합니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이 하드웨어가 보여준 퍼포먼스와 유연성입니다. Xsight Labs는 이 장비를 통해 'SONiC-DASH Hero 800G' 테스트를 통과했습니다. SONiC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주도하는 오픈소스 네트워크 운영체제입니다. 테스트 결과, 초당 1,200만 개의 연결(connections per second)과 총 1억 2천만 개의 동시 연결 상태에서 패킷 손실 없이 800Gbps 트래픽을 처리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극한의 상황에서도 약 19%의 성능 여유(Headroom)가 남았다는 점입니다.

현장 적용 로드맵: 남는 19%의 리소스를 어디에 쓸 것인가?

개발자나 인프라 아키텍트라면 여기서 눈이 번쩍 뜨여야 합니다. 800G 트래픽을 처리하고도 남는 이 컴퓨팅 리소스가 바로 우리의 '무기'가 됩니다.

첫째, 스토리지 스택의 완전한 분리가 가능합니다. 기사에서 언급된 Hammerspace AI Storage 사례처럼, DPU에 직접 NVMe SSD를 연결하고 파일 시스템이나 오브젝트 스토리지 로직을 DPU 상의 Arm 코어에서 구동할 수 있습니다. 호스트 CPU는 스토리지 I/O 관리에서 완전히 해방되어 오로지 연산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곧 GPU 가동률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둘째, 보안 및 전처리의 오프로딩입니다. 들어오는 데이터의 압축 해제, 암호화/복호화, 혹은 간단한 데이터 필터링을 GPU나 호스트 CPU로 보내기 전에 DPU 단계에서 처리할 수 있습니다. 64개의 Arm 코어는 DPDK(Data Plane Development Kit)를 활용해 커스텀 패킷 처리 로직을 돌리기에 충분한 자원입니다.

셋째, 베어메탈 클라우드의 유연성 확보입니다. E1은 PCIe Root Complex 모드와 Endpoint 모드를 모두 지원합니다. 즉, 이 카드를 중심으로 별도의 x86 CPU 없이도 독립적인 스토리지 노드나 AI 에지 디바이스를 구성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는 데이터센터의 랙 밀도(Density)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설계가 가능함을 의미합니다.

비즈니스 임팩트와 리스크 관리

경영진에게 이 기술 도입을 설득할 때는 ROI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E1 DPU와 같은 고사양 장비 도입은 초기 비용이 들지만, 전체 클러스터의 TCO(Total Cost of Ownership)를 낮출 수 있는 잠재력이 큽니다.

NVIDIA의 BlueField-4가 2026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Xsight Labs가 보여준 이 정도 수준의 Arm 기반 800G 처리는 시장보다 반박자 빠른 행보입니다. 물론 리스크도 존재합니다. 벤더 종속성을 피하기 위해 SONiC과 같은 오픈 표준을 채택했지만, 여전히 Arm 아키텍처 위에서의 소프트웨어 최적화는 우리 개발팀의 몫으로 남습니다. Keysight CyPerf와 같은 검증 도구를 통해 실제 우리 워크로드에서의 성능을 사전에 벤치마킹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마치며: 인프라의 주도권을 쥐는 법

AI 시대의 경쟁력은 모델의 파라미터 수에서만 나오지 않습니다. 그 모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학습시키고 서빙할 수 있느냐는 결국 하드웨어 인프라의 구조적 효율성에 달려 있습니다.

"CPU는 제어하고, GPU는 연산하며, DPU는 데이터를 나른다."

이 삼박자가 맞아떨어질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AI 가속이 이루어집니다. 개발자 여러분은 이제 단순히 애플리케이션 코드만 볼 것이 아니라, 데이터가 흐르는 파이프라인 전체를 조망해야 합니다. Xsight Labs의 E1은 그 파이프라인을 똑똑하게 만들 수 있는 강력한 도구 중 하나입니다.

막막했던 네트워크 병목 현상, 이제는 뚫어낼 방법이 보입니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두렵기도 하지만, 이를 우리 비즈니스의 무기로 만들 생각을 하면 가슴이 뛰기도 합니다. 오늘도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모든 엔지니어 분들을 응원합니다.

박지민
박지민AI 솔루션 기업 CTO

논문 속의 정확도(Accuracy)보다 통장 잔고를 지키는 추론 비용(Inference Cost)을 중시하는 생존형 기술 리더입니다. 화려한 데모 뒤에 숨겨진 엔지니어링의 고통과 비즈니스 가치를 냉철하게 분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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