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요즘 신입 개발자 면접을 보거나 커피 챗을 하다 보면 등골이 서늘할 때가 있습니다. "이 에러, 챗GPT가 해결해 줬는데요?"라고 해맑게 말하는 친구들을 볼 때마다요.
청주에서 월급 밀려가며 웹 에이전시 굴러먹던 시절, 저에게 스승은 '구글링'과 '삽질'뿐이었습니다. 그때는 살아남기 위해 코드를 팠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개발을 너무 '우아하게' 배우려는 것 같습니다. AI가 떠먹여 주는 코드를 받아먹기만 하면서요.
장담하건대, 그렇게 편하게 배운 지식은 실전 트래픽 한 번 터지면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오늘은 한 시니어 개발자가 쓴 글을 바탕으로, 왜 당신이 당장 IDE의 AI 플러그인을 끄고 '맨땅에 헤딩'을 해야 하는지, 그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프로그래밍에 '비기(秘技)' 따위는 없습니다
많은 주니어들이 착각하는 게 하나 있습니다. 고수들만 아는 비밀스러운 지식이 어딘가 숨겨져 있을 거라는 환상이죠. 그리고 LLM(거대 언어 모델)이 그 비밀을 풀어줄 열쇠라고 생각합니다.
꿈 깨세요. 이 바닥만큼 지식을 '질투 날 정도로' 퍼주는 업계는 없습니다.
우리가 쓰는 오픈 소스, 블로그, 컨퍼런스 영상들 전부 공짜입니다. 리눅스 커널? 데이터베이스 내부 구조? 분산 시스템?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선배 개발자들이 인터넷에 무료로 다 공개해 뒀습니다.
AI가 대단한 지식을 생성해 내는 게 아닙니다. 이미 리눅스 커널 메인테이너들이, 수많은 오픈 소스 기여자들(Contributors)이 남겨둔 코드와 문서를 학습해서 앵무새처럼 읊어주는 것뿐입니다.
AI가 없던 시절, 그 괴물 같은 개발자들은 어떻게 운영체제를 만들고 인터넷을 구축했을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소스 코드를 다운로드하고, 뜯어보고, 욕하면서 디버깅했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 없이 AI에게 "요약해 줘"라고 부탁만 한다면, 당신은 영원히 수박 겉핥기만 하는 겁니다.
지름길은 필패합니다: '요약본'의 함정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읽는 것과, 그 책의 3줄 요약을 읽는 것이 같을까요?
AI로 코딩을 배우는 건 소설의 줄거리 요약본만 읽는 것과 같습니다. 줄거리는 알겠죠. 하지만 작가가 문장 사이에 숨겨둔 고뇌, 인물의 감정선, 시대적 배경이 주는 압박감은 절대 느낄 수 없습니다.
개발도 똑같습니다.
적분 문제를 풀 때, 해설지를 보고 "아,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는 건 공부가 아닙니다. 책을 덮고, 백지에 식을 쓰고, 땀 뻘뻘 흘리며 답을 도출해 내야 내 것이 됩니다.
에러 로그를 보고 3시간 동안 삽질하다가, 오타 하나 찾았을 때의 그 허탈함과 희열. 그 강렬한 감정이 기억(Memory)을 만듭니다. AI가 3초 만에 짜준 코드는 당신의 뇌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습니다.
영화 매트릭스처럼 뇌에 '쿵푸'를 다운로드할 수는 없습니다. 스크롤만 내리면서 수동적으로 소비한 지식은, 정작 중요한 순간에 인출되지 않습니다.
'쪽팔림'을 감수해야 성장합니다
AI를 쓰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쪽팔리기 싫어서'일 겁니다.
선임에게 물어보면 "그것도 몰라?"라는 표정을 지을 것 같고, 바쁜 사람 붙잡기 미안하기도 하겠죠. 반면 AI는 언제나 친절하고, 새벽 3시에도 불평 없이 답해줍니다. 판단(Judge)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후배들에게 항상 말합니다. "제발 나를 귀찮게 해라."
남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진짜 아는 겁니다. AI랑 대화하지 말고, 옆자리 동료나 사수에게 질문하세요. 어설프게 질문했다가 깨지기도 하고, 반박도 당해보세요. 그 '사회적 압박'이 학습 효율을 극대화합니다.
누군가에게 내가 짠 로직을 설명하려다 보면, 스스로 논리의 허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AI는 당신의 개떡 같은 질문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척하지만, 동료는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는데요?"라고 되묻습니다. 그 과정이 성장의 핵심입니다.
두려워 말고 '해킹' 하십시오
그래서 뭘 해야 하냐고요? 거창한 게 아닙니다. 호기심을 가지고 시스템의 밑바닥을 쑤셔보세요(Hack).
반도체 게이트부터 시작해서 테트리스 게임까지 만들어보세요. 컴퓨터가 어떻게 0과 1로 작동하는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습니다.
텍스트 에디터를 직접 짜보거나, C언어로 해시 테이블을 구현해 보세요.
평소 쓰는 라이브러리 내부 코드를 열어보세요. "아, 이 사람들도 그냥 if문 떡칠해놨네?" 하는 순간 두려움이 사라집니다.
저도 국비 학원 출신에, 소위 말하는 엘리트 코스는 밟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야놀자 레거시 청산할 때, 10년 된 스파게티 코드를 두려움 없이 뜯어고칠 수 있었던 건, 화려한 알고리즘 실력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밑바닥부터 굴르며 쌓은 '삽질의 근육' 덕분이었습니다.
AI는 훌륭한 도구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주니어라면, 지금은 도구를 내려놓고 맨손으로 흙을 만져야 할 때입니다. 지름길 찾지 마세요. 그 험난한 과정 자체가 개발자가 되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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