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SE is All You Need – DB를 파일시스템으로 둔갑시켜 에이전트 성능 쥐어짜기

FUSE is All You Need – DB를 파일시스템으로 둔갑시켜 에이전트 성능 쥐어짜기

박지민·2026년 1월 16일·3

복잡한 API 대신 FUSE를 활용해 DB를 파일시스템으로 추상화함으로써 AI 에이전트의 성능과 도구 활용 능력을 극대화하는 유닉스 스타일의 접근법을 소개합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AI 에이전트 프로젝트가 망하는 꼴을 지켜봤습니다. 이유는 뻔합니다. 에이전트에게 너무 많은 '도구(Tool)'를 쥐여주기 때문입니다. get_user_info, search_email, move_email... 도구가 50개가 넘어가는 순간 모델은 바보가 됩니다. 멍청하게 파라미터를 잘못 넣거나, 엉뚱한 함수를 호출하죠.

최근 실리콘밸리, 특히 Anthropic이나 Vercel 같은 선수들 사이에서 이걸 해결하는 흥미로운 트렌드가 돌고 있습니다. 바로 "모든 것을 파일시스템으로 만들어라(Everything is a file)"라는, 지극히 유닉스(Unix)스러운 접근법입니다.

오늘은 이 트렌드의 핵심인 FUSE(Filesystem in Userspace)를 이용해, 복잡한 데이터베이스를 에이전트가 이해하기 쉬운 파일시스템으로 둔갑시키는 패턴을 소개합니다.


왜 파일시스템인가?

"아니, 잘 돌아가는 API 놔두고 왜 구시대의 유물인 파일시스템입니까?"라고 묻는다면, 당신은 아직 LLM의 본성을 모르는 겁니다.

LLM은 본질적으로 코드를 짜고 셸(Shell)을 다루는 데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수십 개의 API 명세서를 읽고 적절한 JSON을 만드는 것보다, ls로 목록을 보고 cat으로 내용을 읽고 mv로 파일을 옮기는 걸 훨씬 더 직관적으로 수행합니다.

파일시스템 접근의 장점:

  1. 도구 공간의 압축: search, read, move, list 등 수십 개의 API가 단 하나의 Bash 셸로 통합됩니다.
  2. 공짜 메모장: 에이전트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면 그냥 scratchpad.txt를 생성해서 적으면 됩니다. 별도의 메모리 관리 로직이 필요 없습니다.
  3. 무한 컨텍스트 처리: 대화가 길어지면? 그냥 파일로 저장해두고 필요할 때 grep이나 cat으로 읽으면 됩니다. RAG(검색 증강 생성)가 OS 레벨에서 자연스럽게 구현되는 셈이죠.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래서 내 프로덕션 DB를 어떻게 파일시스템으로 만드는데?"입니다.

FUSE: 거짓말쟁이 파일시스템

여기서 등장하는 구세주가 FUSE(Filesystem in Userspace)입니다. FUSE는 커널 레벨의 복잡한 드라이버 개발 없이, 사용자 공간(Userspace)에서 파일시스템 로직을 구현하게 해줍니다.

쉽게 말해, 에이전트에게는 그럴싸한 파일과 폴더를 보여주고, 실제로는 백그라운드에서 DB 쿼리를 날리는 '거짓말쟁이 레이어'를 만드는 겁니다.

시나리오: AI 이메일 에이전트 만들기

가상의 이메일 서비스를 만든다고 가정해 봅시다. Postgres DB에 이메일, 폴더, 연락처가 저장되어 있습니다. 이걸 에이전트에게 어떻게 보여줄까요?

1. 폴더 구조 설계 (에이전트가 볼 환상)

workspace/
├── Inbox/
│   ├── Urgent - Server Down (alert@aws.com)
│   └── Meeting Request (investor@vc.com)
├── Sent/
└── Archive/

2. FUSE 구현 (현실의 노가다)

에이전트가 ls /workspace/Inbox를 치면, FUSE는 다음과 같이 작동해야 합니다.

  • OS: "야, 누가 저 폴더 내용물 좀 달라는데?"
  • FUSE 핸들러(Node.js/Python): (가로채기) "잠시만요." -> SELECT * FROM emails WHERE folder = 'Inbox' 실행.
  • FUSE 핸들러: DB 결과를 파일 이름 형식(Subject (Sender))으로 변환.
  • OS: "여기 파일 목록이다."
  • 에이전트: "오, 파일이 있네? cat으로 읽어봐야지."

이 과정에서 에이전트는 DB의 존재조차 모릅니다. 그저 파일을 다루듯 자연스럽게 데이터를 조작할 뿐입니다.

구현의 핵심: readdir 낚아채기

기술적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은 readdir(디렉터리 읽기) 함수를 구현하는 것입니다. TypeScript와 fuse-native 라이브러리를 쓴다면 대략 이런 느낌입니다. (의사 코드입니다. 복붙해서 돌리지 마세요.)

// 에이전트가 'ls'를 칠 때 실행되는 함수
export async function readdir(path: string, cb) {
  // 1. 경로에 해당하는 폴더 ID 조회
  const folder = await db.select().from(folders).where({ path });
  
  if (!folder) return cb(Fuse.ENOENT); // "그런 폴더 없는데요?"

  // 2. 해당 폴더의 이메일 조회
  const emails = await db.select().from(emailsTable).where({ folderId: folder.id });

  // 3. 파일 이름 생성 (Subject + Sender)
  const fileNames = emails.map(e => `${e.subject} (${e.sender})`);
  
  // 4. OS에 파일 목록 전달
  return cb(0, fileNames); 
}

이제 에이전트가 mv 'Meeting Request' ../Archive/를 실행하면? rename 핸들러에서 UPDATE emails SET folder = 'Archive' ... 쿼리를 날리면 됩니다. 참 쉽죠?

현실적인 조언: 만능은 아니다

"와, 개쩐다. 당장 도입하자!"라고 생각했다면 잠시 진정하십시오. 엔지니어링에 공짜 점심은 없습니다.

  1. 레이턴시(Latency) 지옥: 파일시스템 호출은 매우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ls 한 번 쳤는데 DB 커넥션을 맺고 끊고 한다? I/O 병목으로 에이전트가 뻗어버릴 수 있습니다. 캐싱 전략이 필수입니다.
  2. 쓰기 충돌(Write Conflict): 사용자가 웹 UI에서 메일을 지웠는데, 에이전트가 동시에 그 파일을 읽으려 한다면? 동기화(Sync) 로직이 복잡해집니다.
  3. 보안: 샌드박스 환경이라고 해도, FUSE 마운트 지점을 통해 호스트 DB를 날려버릴 수 있는 rm -rf / 같은 명령어를 막을 안전장치가 필요합니다.

결론: 복잡함을 숨기는 기술

FUSE를 이용한 에이전트 샌드박싱은 단순히 "신기한 기술"이 아닙니다. 이것은 복잡한 비즈니스 로직을 가장 보편적인 인터페이스(파일시스템)로 추상화하는 설계 패턴입니다.

클라이언트가 "우리 DB 구조가 너무 복잡해서 AI 도입이 힘들어요"라고 징징대면, 조용히 FUSE를 꺼내 드십시오. 그리고 말하세요. "걱정 마세요. AI한테는 그냥 엑셀 파일 몇 개 있는 폴더처럼 보이게 해줄 테니까요."

물론, 그 뒤에서 벌어지는 처절한 FUSE 구현과 최적화는 우리의 몫이겠지만요. 그게 우리가 돈을 받는 이유 아니겠습니까?

박지민
박지민AI 솔루션 기업 CTO

논문 속의 정확도(Accuracy)보다 통장 잔고를 지키는 추론 비용(Inference Cost)을 중시하는 생존형 기술 리더입니다. 화려한 데모 뒤에 숨겨진 엔지니어링의 고통과 비즈니스 가치를 냉철하게 분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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