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Korg 엔지니어의 회고록: Aphex Twin이 펌웨어 레벨에서 뜯어고친 '440Hz'의 비밀

전 Korg 엔지니어의 회고록: Aphex Twin이 펌웨어 레벨에서 뜯어고친 '440Hz'의 비밀

Alex Kim·2026년 1월 10일·3

표준 440Hz를 거부하고 펌웨어 레벨까지 파고든 Aphex Twin과 Korg 엔지니어의 대담을 통해 엔지니어링의 본질과 최적화의 미학을 고찰합니다.

당신이 사용하는 라이브러리의 default 설정값, 한 번이라도 의심해 본 적 있습니까?

대부분의 개발자는 그저 '복사 붙여넣기' 합니다. 남들이 다 쓰니까, 공식 문서에 그렇게 나와 있으니까. 하지만 진짜 엔지니어링은 그 기본값을 의심하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2017년, 전자음악의 괴물 Aphex Twin(Richard D. James)과 Korg의 전설적인 엔지니어 타츠야 타카하시의 대담을 다시 꺼내 읽었습니다. 이 대화는 단순한 뮤지션과 개발자의 인터뷰가 아닙니다. 엔지니어링의 본질을 꿰뚫는 일침이자, 최적화에 미친 사람들의 전쟁 기록입니다.

440Hz의 독재를 거부하라

우리는 음악의 표준 튜닝이 A=440Hz라고 배웁니다. 1939년에 정해진 국제 표준이죠. 하지만 RDJ(Aphex Twin)는 묻습니다. "왜?"

그는 Korg Monologue 신디사이저를 개발할 때, 'Microtuning(미분음)' 기능을 펌웨어 레벨에서 강제했습니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골치 아픈 스펙 변경입니다. 연산량도 늘어나고, 기존 로직을 다 엎어야 하니까요.

하지만 그는 말합니다. "440Hz는 정부가 정한 임의의 숫자일 뿐이다."

이 대목에서 삼성전자 시절, 낸드 플래시의 읽기 전압(Read Voltage) 레벨을 튜닝하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스펙 시트에 적힌 표준 전압만 고집했다면, 수율은 바닥을 쳤을 겁니다. 셀의 특성에 맞춰 미세하게 전압을 비틀었을 때 비로소 원하는 Throughput과 Reliability가 나왔습니다.

여러분이 AI 모델을 학습시킬 때 무지성으로 설정하는 Hyperparameter들. 그것이 440Hz입니다. 왜 그 Learning Rate를 씁니까? 왜 그 Batch Size입니까? "원래 그렇다"는 대답은 엔지니어의 언어가 아닙니다.

31.25kHz의 미학, 혹은 최적화

인터뷰에서 타카하시는 'Volca Sample'이라는 기기의 샘플 레이트가 48kHz(표준)가 아닌 31.25kHz라고 고백합니다. 기술적 제약 때문이었습니다.

보통의 개발자라면 "스펙 미달"이라고 부끄러워했을 겁니다. 하지만 RDJ는 바로 그 지점을 파고듭니다. "그 이상한 샘플 레이트가 독특한 질감을 만든다."

Nyquist Theorem에 따르면 인간 가청 주파수를 커버하기 위해 44.1kHz 이상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엔지니어링의 세계에서 'High Spec'이 항상 정답은 아닙니다.

우리는 거대 언어 모델(LLM)을 서빙할 때도 비슷한 고민을 합니다. FP32(32비트 부동소수점)가 정확도는 높지만, 현장에서는 INT8, 심지어 FP4 양자화(Quantization)를 씁니다. 리소스를 쥐어짜면서도 Latency를 극단적으로 낮추기 위해서죠.

스펙을 낮추는 것이 '타협'이 아니라 의도된 '설계'가 될 때, 그것은 예술이 됩니다. 타카하시의 31.25kHz는 단순한 원가 절감이 아니라, 그 기기만의 아이덴티티가 되었습니다.

"태양을 빨간색으로 칠하지 마라"

타카하시가 일본의 교육 시스템을 비판하며 한 말이 뼈를 때립니다. "학교에서는 모든 아이에게 태양을 빨간색으로 칠하라고 가르친다."

이것은 정확히 제가 혐오하는 '튜토리얼만 따라 하는 개발자'들의 모습입니다.

코드 리뷰를 하다 보면 보입니다. 스택오버플로우에서 긁어온 코드, 블로그에서 본 아키텍처를 고민 없이 적용한 흔적들. 표준을 지키는 것은 안전합니다. 신호등이 초록색일 때 건너는 것처럼요.

하지만 RDJ가 말했듯, "창의성에 표준을 강요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새벽 3시에 장애가 터졌을 때, 매뉴얼은 여러분을 구해주지 않습니다. 시스템의 밑바닥, 커널 레벨, 펌웨어 레벨까지 뜯어보고 '왜'라고 질문했던 경험만이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솔직히 저도 주니어 시절엔 무서웠습니다. 레거시 코드를 건드리는 게 두려웠고, 제조사가 정해준 가이드라인을 벗어나면 큰일 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 선을 넘지 않으면, 여러분은 영원히 '사용자'로 남을 뿐 '엔지니어'가 될 수 없습니다.

팩트 체크

  • 남들이 정한 440Hz(표준)에 안주하지 마십시오. 당신의 데이터에 맞는 주파수를 찾으십시오.
  • 48kHz(고스펙)가 항상 정답은 아닙니다. 리소스 제약 속에서 최적의 해답(31.25kHz)을 찾는 것이 실력입니다.
  • 태양은 빨간색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오늘 밤은 여러분의 config 파일을 다시 한번 열어보시길 바랍니다. 그 숫자들이 정말 최선입니까? 아니면 그저 남들이 그렇다고 해서 적어놓은 낙서입니까?

Alex Kim
Alex KimAI 인프라 리드

모델의 정확도보다 추론 비용 절감을 위해 밤새 CUDA 커널을 깎는 엔지니어. 'AI는 마법이 아니라 전기세와 하드웨어의 싸움'이라고 믿습니다. 화려한 데모 영상 뒤에 숨겨진 병목 현상을 찾아내 박살 낼 때 가장 큰 희열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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