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의실에서 '친환경'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대부분의 기획자는 하품을 참거나 ESG 리포트용 구색 맞추기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당신이 프로덕트 오너(PO)나 전략 기획자라면, 그 안일한 태도를 당장 버리셔야 합니다. 예일 환경대학원(Yale E360)이 발표한 2025년 에너지 리뷰를 꼼꼼히 뜯어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것은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과 직결된 '비용 구조(Cost Structure)'의 문제입니다. 데이터를 무시하고 정치적 이슈나 감에 의존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이번 리포트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2025년은 에너지 시장의 판도가 완전히 뒤집힌 해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풍력과 태양광 발전량이 사상 처음으로 석탄 발전량을 추월했습니다. 신차 판매의 4분의 1 이상이 플러그인 전기차(EV)였습니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아십니까? 재생에너지가 더 이상 보조금에 의존하는 '비싼 대안'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지난 10년간 배터리 가격은 90%나 폭락했습니다. 덕분에 태양광은 낮에만 쓰는 반쪽짜리 전력이 아니라, 배터리와 결합해 언제든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Dispatchable) 기저 전원이 되었습니다.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의 분석처럼, 이제 태양광과 풍력은 석탄이나 천연가스보다 '저렴해서' 선택하는 옵션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많은 분들이 착각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미국의 정치적 상황입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며 연방 차원의 청정 에너지 지원을 대폭 축소했습니다. 이를 보고 "아, 이제 ESG나 탄소 중립 트렌드는 한물갔구나"라고 판단했다면, 당신은 비즈니스 흐름을 전혀 읽지 못하는 겁니다. 미국의 정책 역주행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청정 에너지 투자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미국 내 재생에너지 성장 속도는 둔화될지 몰라도, 글로벌 시장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습니다.

특히 중국을 주목해야 합니다. 중국은 세계 최대 배출국이지만, 동시에 풍력과 태양광을 가장 공격적으로 확충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지난 1년 반 동안 중국의 탄소 배출량은 정체되거나 오히려 감소했습니다. 전기차 판매 비중이 신차의 절반을 넘어선 시장이기도 합니다. 미국이 정책적으로 머뭇거리는 사이, 중국은 압도적인 에너지 비용 효율성을 무기로 제조업과 데이터 센터의 경쟁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선진국(미국)의 방향'만 맹목적으로 추종하다가는, 정작 중요한 원가 경쟁력에서 처참하게 밀릴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기후 전망 수치도 냉정하게 봐야 합니다. 2015년 파리 협정 당시 예측된 세기말 온난화 수준은 3.7~4.8°C였으나, 현재는 2.8°C 수준으로 하향 조정되었습니다. 물론 여전히 위험한 수치지만, 기술의 발전과 시장의 논리가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아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Science지가 2025년 '올해의 돌파구(Breakthrough of the Year)'로 청정 에너지의 급성장을 꼽은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핀테크든 이커머스든, 결국 모든 비즈니스는 전기를 씁니다. 데이터 센터 비용, 물류 비용, 그리고 공급망의 탄소세까지 고려하면 에너지 전환은 곧장 재무제표의 영업이익률(OP Margin)을 타격합니다. "미국이 안 하니까 우리도 천천히 해도 되겠지"라는 생각은 게으른 도박입니다. 숫자는 명확합니다. 화석연료는 비싸지고, 재생에너지는 싸지고 있습니다. 3년 뒤, 경쟁사가 저렴한 에너지 믹스를 통해 운영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때, 여전히 레거시 에너지 비용 구조에 갇혀 허덕일 것인지 자문해보십시오. 감으로 일하지 마십시오. 데이터가 가리키는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