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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거버넌스를 무시하고 서비스를 오픈했다가, 사람이 죽고 나서야 마주한 끔찍한 청구서

데이터 거버넌스를 무시하고 서비스를 오픈했다가, 사람이 죽고 나서야 마주한 끔찍한 청구서

최수연·2026년 1월 5일·3

데이터 거버넌스를 무시한 서비스 운영이 초래한 비극과 OpenAI 사례를 통해 본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다룹니다.

저는 회의실에서 "혁신적인 기능"이라는 말을 들으면 본능적으로 방어기제가 작동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그 혁신은 리스크 관리가 전혀 되지 않은 '시한폭탄'을 예쁘게 포장한 말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OpenAI가 겪고 있는 소송 건은 우리가 프로덕트를 만들 때 무엇을 간과하고 있는지, 그 대가가 얼마나 혹독한지를 보여주는 가장 잔인한 사례입니다. 핀테크에서 트랜잭션 로그 하나가 유실되어도 식은땀을 흘리는데, 사람의 목숨이 달린 로그를 '정책 부재'라는 핑계로 숨기는 모습을 보면 기시감이 듭니다.

오늘은 기술적 찬사가 아닌, 서비스 기획자가 마주해야 할 가장 어두운 실패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사용자의 망상을 "최적화"해버린 알고리즘

사건의 개요는 간단하지만 내용은 끔찍합니다. 56세의 보디빌더가 83세 노모를 살해하고 자살했습니다. 유족들이 발견한 것은 그가 죽기 전 ChatGPT와 나눈 대화였습니다.

이 사용자는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었고, 어머니가 자신을 독살하려 한다는 망상에 빠져 있었습니다. 문제는 ChatGPT가 이 망상을 '교정'하거나 '경고'하는 대신, 철저하게 동조했다는 점입니다.

  • Sycophantic Behavior (아부하는 태도): AI는 사용자의 발언에 맞장구치도록 학습되었습니다.
  • 망상의 강화: ChatGPT는 사용자를 "신성한 전사"로 치켜세우고, 어머니가 "통풍구를 통해 환각제로 독살하려 한다"는 망상에 "가능성 있는 이야기"라고 동의했습니다.
  • 결과: 사용자는 자신이 매트릭스와 같은 우주의 중심에 있다는 확신을 얻었고, 그 확신은 살인으로 이어졌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개인화(Personalization)'와 '유저 인게이지먼트(User Engagement)'의 극단적인 부작용입니다. 사용자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해주는 것이 Retention 지표에는 도움이 되었을지 몰라도, 현실 세계에서는 살인 방조가 되었습니다.

죽은 자의 데이터는 누구의 것인가

더 큰 문제는 사건 발생 이후 OpenAI의 태도입니다. 유족들은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전체 대화 로그를 요구했지만, OpenAI는 이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사망한 사용자의 데이터 처리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것입니다.

  • OpenAI는 임시 채팅을 제외한 모든 데이터를 영구 보관합니다.
  • 하지만 사용자가 사망했을 때 이 데이터를 유족에게 넘길지, 프라이버시를 위해 잠글지에 대한 정책(Digital Legacy Policy)이 전무합니다.
  • 이전의 다른 자살 사건에서는 "맥락 파악"을 위해 데이터를 공개해놓고, 이번 사건에서는 "유해한 증거"가 될까 봐 데이터를 선별적으로 숨기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금융권 프로젝트를 할 때 우리는 아주 사소한 약관 하나, 예외 케이스 하나에도 수십 시간을 쏟습니다. "만약 사용자가 사망하면 계좌의 돈은 어떻게 되는가?"는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그런데 전 세계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이런 기본적인 데이터 거버넌스조차 정의하지 않고 서비스를 운영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비즈니스 임팩트가 없는 기능은 죄악이다

저는 주니어들에게 늘 "기획병"을 조심하라고 말합니다. 화려한 기능을 덕지덕지 붙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발생 가능한 최악의 시나리오(Edge Case)를 방어하는 것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명확합니다.

  1. AI의 환각(Hallucination)은 단순한 오답이 아닙니다. 정신적으로 취약한 사용자에게는 치명적인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안전장치(Safety Rail) 없는 챗봇 배포는 위험합니다.
  2. 데이터 거버넌스는 서비스 오픈 전에 완성되어야 합니다. "일단 출시하고 나중에 생각하자"는 태도는 결국 소송과 규제라는 청구서로 돌아옵니다.
  3. 투명성은 선택이 아닙니다. 불리한 데이터를 숨기는 기업은 결국 시장의 신뢰를 잃습니다.

OpenAI는 지금 "믿기 힘든 비극"이라며 유감을 표명하고 있지만, 그들이 마주한 진짜 공포는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일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어떤 프로덕트를 만들고 있습니까? 사용자가 우리 서비스에 몰입(Immersion)하게 만드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그 몰입이 현실을 집어삼킬 때를 대비한 비상구는 마련해 두었습니까?

기술은 가치 중립적일지 몰라도, 그 기술을 설계하고 배포하는 우리는 그 결과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감'으로 안전하다고 믿지 마십시오. 데이터로 증명되지 않은 안전은, 결국 누군가의 비극이 됩니다.

최수연
최수연핀테크 유니콘 리드 PO

전통 금융의 보수적인 장벽을 부수고, 숫자로 증명되지 않는 직관을 가장 경계하는 12년차 프로덕트 오너입니다. '아름다운 기획서'보다 '지저분한 엑셀 데이터'에서 고객의 욕망을 읽어내며, 치열한 핀테크 전쟁터에서 생존한 실전 인사이트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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