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말해봅시다. 우리 개발자들, 술자리에서 안주 삼아 무슨 얘기 합니까? "이놈의 레거시 코드, 냄새나서 못 해 먹겠다", "우리 팀장은 왜 MSA 도입 안 하냐", "테스트 코드 짤 시간도 안 주는데 무슨 개발이냐".
저도 그랬습니다. 월급 밀리던 웹 에이전시 시절, 사장님 욕하면서 제 코드가 '예술'이 아닌 걸 한탄했죠. 근데요, 최근 별세한 세가(SEGA)의 공동 창립자 데이비드 로젠(David Rosen)의 부고 기사를 보면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향년 95세로 떠난 이 형님, 코딩 한 줄 몰라도 우리보다 훨씬 '엔지니어'다웠습니다. 오늘은 그가 남긴 진짜 '비즈니스 생존 본능'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1. 기술 스택이 아니라 '돈 냄새'를 맡아라
로젠 형님이 처음부터 "나는 위대한 게임 회사를 만들 거야!"라며 거창한 로드맵 그렸을 것 같나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일본 사람들이 신분증이 많이 필요하네? 그럼 즉석 사진 자판기(Photo Booth)를 들여오자."
이게 시작이었습니다. 1954년, 그는 Rosen Enterprises를 세우고 미국에서 포토 부스를 수입했습니다. 거기서 돈이 좀 되니까 핀볼 기계로 확장했고, 그게 나중에 우리가 아는 '세가(SEGA)'가 된 겁니다.
우리 현실을 볼까요?
많은 주니어들이 "자바 17 안 쓰면 뒤쳐진다", "Next.js 최신 버전 아니면 개발 못 한다"라고 징징댑니다.
로젠 형님은 "지금 당장 시장이 원하는 게 뭐냐" 하나만 봤습니다. 그게 사진기든, 핀볼이든, 게임기든 상관없었죠.
기술은 도구일 뿐입니다. 당신의 화려한 아키텍처보다, 지금 당장 고객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더러운 JSP 코드' 한 줄이 회사에는 더 값어치 있습니다.

2. "Genesis does what Nintendon't" (닌텐도가 못 하는 걸 한다)
기사를 보면 로젠이 닌텐도와 맞짱 뜰 때의 전략이 나옵니다. 당시 닌텐도는 그냥 '신'이었습니다. 기술력? 자본? 세가가 닌텐도를 이길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여기서 로젠은 '타겟팅(Targeting)'이라는 무기를 꺼냅니다.
- 닌텐도: 온 가족이 즐기는 건전한 게임 (아동 타깃)
- 세가: 10대들이 열광하는 쿨하고 자극적인 게임 (청소년/성인 타깃)
그는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콘솔 이름을 Mega Drive에서 Genesis로 바꾸고, 록 음악이 깔리는 광고를 때리며 "닌텐도가 못 하는 걸 우리는 한다"고 외쳤습니다. 그 결과, 북미 시장에서 닌텐도의 턱밑까지 추격했죠.
개발자인 우리에게 주는 교훈:
네카라쿠배가 MSA 한다고 우리도 무작정 따라 합니까? 트래픽도 없는데 카프카(Kafka) 붙이고 쿠버네티스 올리는 건 자살행위입니다.
남들 다 하는 '클린 코드', '표준 아키텍처' 흉내 내지 마세요. 우리 서비스의 '생존 포인트'에 집중하세요. 때로는 빠르게 배포해서 시장 반응을 보는 게, 완벽한 테스트 코드보다 100배 낫습니다.
3. 내가 모르면, 아는 놈을 사라
로젠의 가장 무서운 능력은 '메타 인지'였습니다. 그는 본인이 게임의 미래를 100% 예측할 수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했냐고요?
1979년, 그는 경쟁사 임원이었던 나카야마 하야오(Hayao Nakayama)를 눈여겨봤습니다.
"저 친구, 통찰력이 있네. 나한테 필요한 사람이야."
그리고 로젠은 나카야마를 스카우트한 게 아니라, 그냥 그의 회사를 통째로 인수해 버렸습니다. 그렇게 영입한 나카야마는 이후 세가의 황금기를 이끄는 사장이 됩니다.
우리는 어떤가요?
옆자리 동료가 나보다 코드 좀 잘 짜면 질투하고, 기획자가 기술 모른다고 무시하진 않나요?
진짜 고수는 내가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고, 그걸 채워줄 수 있는 사람(또는 라이브러리, 솔루션)을 기가 막히게 찾아냅니다. "내가 다 짤 수 있어"라는 오만함, 그거 개발자로서 제일 위험한 병입니다.

마치며: 'SEGA!'를 외치던 그 야성을 기억하며
기사 마지막에 로젠 형님이 은퇴 후 길을 걸을 때, 사람들이 그를 알아보고 "SEGA!"라고 외쳤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평생을 바쳐 만든 브랜드가 사람들의 뇌리에 박혀 있다는 것, 엔지니어로서, 아니 비즈니스맨으로서 이보다 더 큰 영광이 있을까요?
저도 구로 등대에서 밤새우며 느꼈습니다. 결국 남는 건 '돌아가는 서비스'와 '사용자의 기억' 뿐이라고요.
우아한 코드,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전에 '팔리는 제품'을 만드세요.
회사가 살아야 리팩토링도 하고, 기술 부채도 갚습니다.
3년 뒤에도 살아남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면, 모니터 속 코드만 보지 말고 제발 고개를 들어 '시장'을 보십시오.
잘 가요, 데이비드 로젠. 덕분에 제 어린 시절은 정말 짜릿했습니다.
오늘 밤엔 집에 가서 먼지 쌓인 에뮬레이터로 소닉이나 한 판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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