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실리콘밸리와 크립토 씬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인 '폴리마켓(Polymarket)'이 베네수엘라 침공 관련 베팅에 대해 배당금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히 도박 사이트의 먹튀 논란이 아닙니다. "코드가 곧 법(Code is Law)"이라고 외치던 Web3의 환상이 깨지는 순간이자, 비즈니스 로직을 설계하는 모든 PO들이 뼈저리게 공부해야 할 실패 사례입니다. 저는 주니어들이 기획안을 가져오면 습관적으로 묻습니다. "이 프로세스에서 예외가 발생하면 누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나요?" 대부분은 우물쭈물하며 "시스템이 알아서..."라고 말끝을 흐립니다. 그 안일함이 프로덕트를 망칩니다.

폴리마켓 사태의 핵심은 '모호성'입니다. 사용자들이 베팅한 주제는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침공할 것인가?"였습니다. 문제는 '침공(Invade)'의 정의가 코드 레벨에서 명확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군사 개입이 있었는가? 선전포고를 했는가? 특수부대 잠입은 침공인가? 현실 세계의 이벤트는 Boolean(True/False) 값으로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결국 폴리마켓은 탈중앙화된 해결책 대신, 중앙 관리자가 개입하여 "지급 거부"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수천억 원이 오가는 플랫폼이 결국은 사람의 판단, 즉 '운영(Operation)'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이것이 바로 블록체인 업계에서 수년째 해결하지 못한 '오라클 문제(Oracle Problem)'의 실체입니다. 데이터가 온체인(On-chain)으로 들어오는 순간에는 신뢰할 수 있지만, 오프체인(Off-chain)의 데이터를 누가 검증해서 넣느냐의 문제는 여전히 미해결 과제입니다. 비단 크립토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핀테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을 아무리 고도화해도, 결국 이게 사기인지 아닌지 최종 판단은 운영팀이 해야 하는 '그레이존(Gray Zone)'이 반드시 존재합니다.
많은 기획자와 개발자가 'Happy Path(정상적인 케이스)'만 설계하고 개발에 착수합니다. "AI가 판단하겠죠", "스마트 컨트랙트니까 자동 정산되겠죠"라며 엣지 케이스(Edge Case)를 외면합니다. 이건 직무 유기입니다. 비즈니스 임팩트를 내는 건 화려한 기술 스택이 아니라, 시스템이 해결하지 못하는 1%의 예외 상황을 처리하는 '운영 정책'과 '어드민(Admin) 툴'입니다. 폴리마켓이 이번에 비판받는 이유는 개입해서가 아니라, 그 개입의 기준과 프로세스가 투명하게 사전에 고지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사람이 필요합니다. 기술 만능주의에 빠져 운영 리소스를 '낭비'라고 치부하는 순간, 당신의 서비스는 폴리마켓처럼 결정적인 순간에 신뢰를 잃고 무너질 것입니다. 개발을 시작하기 전에 다시 자문해 보세요. "이 로직이 실패했을 때, 우리는 어떤 매뉴얼로 대응할 것인가?" 그 답이 없다면, 그 기능은 아직 개발할 준비가 되지 않은 겁니다. 모호함을 기술로 덮으려 하지 마십시오. 그건 기획이 아니라 도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