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도 주니어 개발자 한 명이 코드 리뷰를 보고 시무룩해져 있더군요.
"CTO님은 왜 항상 제 코드에서 안 되는 이유만 찾으시나요?"
그래서 제가 딱 한 마디 했습니다.
"되는 건 당연한 거고, 안 되는 걸 찾아야 돈을 버니까요."
개발자들 사이에서 유명한 '해커 뉴스(Hacker News)', 다들 아시죠?
최신 기술 트렌드와 스타트업 소식이 가장 먼저 올라오는 그곳 말입니다.
최근에 아주 흥미로운 데이터 분석 결과가 나왔습니다.
무려 32,000개의 게시물과 340,000개의 댓글을 뜯어본 결과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개발자들은 '긍정맨'을 싫어합니다.
분석된 게시물의 65%가 '부정적 감정(Negative Sentiment)'을 담고 있었습니다.
놀라운 건 그 다음입니다.
그저 부정적이기만 한 게 아니라, 이런 글들이 성과도 훨씬 좋았습니다.
부정적 뉘앙스의 글은 평균 35.6 포인트를 받았습니다.
전체 평균이 28포인트인 걸 감안하면, 약 27%의 '성과 프리미엄'이 붙는 셈입니다.

이게 무슨 뜻일까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좋아요'와 '구독'을 구걸하는 긍정적인 홍보 글은 엔지니어들에게 먹히지 않는다는 겁니다.
"우리 모델은 완벽해요", "혁신적인 기능을 출시했어요" 같은 보도자료는 그냥 스크롤 대상입니다.
반면에 이런 글들은 클릭을 부릅니다.
"이 새로운 API, 레이턴시가 너무 심각한데?", "LLM 파인튜닝, 막상 해보니 비용 지옥이더라."
엔지니어링의 본질은 '문제 해결'이기 때문입니다.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글에는 배울 게 없습니다.
문제를 지적하고, 까발리고,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선 속에 진짜 인사이트가 숨어 있죠.
데이터를 뜯어본 연구자는 꼼꼼하게 검증까지 했습니다.
DistilBERT, BERT Multi, RoBERTa 같은 트랜스포머 모델부터 Llama 3.1, Mistral, Gemma 같은 최신 LLM까지 총 6개의 모델을 돌려봤답니다.
모델마다 분포는 조금씩 달랐지만, 결론은 하나였습니다.
"부정적 편향(Negative Skew)은 어디서나 일관되게 나타난다."
여기서 오해하면 안 되는 게 있습니다.
단지 욕설을 하거나 비난을 퍼붓는 '악플(Toxic)'이 점수를 잘 받았다는 게 아닙니다.
연구자가 정의한 '부정적'인 글의 실체는 이렇습니다.
기술적 비판, 과장 광고에 대한 회의론, 업계 관행에 대한 불만, API 연동의 좌절감.
즉, '실질적인 비판(Substantive Criticism)'입니다.
"이 라이브러리 쓰레기네"가 아니라, "이 라이브러리는 동시성 처리가 미흡해서 트래픽이 몰리면 뻗어버리네"라고 말하는 것이죠.
전 이 분석 결과를 보고 무릎을 쳤습니다.
제가 평소에 입이 닳도록 말하는 '트레이드오프(Trade-off)'가 바로 여기 있기 때문입니다.
기술의 밝은 면만 보는 건 마케터의 영역입니다.
엔지니어라면 응당 그 이면에 있는 리소스 비용, 유지보수의 지옥, 레거시와의 충돌을 먼저 봐야 합니다.
재미있는 포인트가 하나 더 있습니다.
이 연구를 진행한 저자는 감정 분석을 위해 무거워진 LLM 대신, DistilBERT를 사용해 대시보드를 구성했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Cloudflare 파이프라인에서 효율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
이게 바로 진짜 엔지니어의 자세죠.
최신 Llama 3 굴리면 멋있어 보이겠죠. 하지만 단순 분류 작업에 GPU 태우는 건 돈 낭비입니다.
목적에 맞는 가장 가볍고 효율적인 도구를 선택하는 것, 그게 실력입니다.

오늘도 "AI로 모든 게 해결된다"는 환상에 젖어 있는 분들이 계신가요?
죄송하지만, 그건 엑셀로 하시는 게 더 빠를 겁니다.
그리고 제 코드 리뷰가 너무 맵다고 투덜거리는 우리 팀원들.
제가 여러분을 미워해서 그러는 게 아닙니다.
여러분의 코드가 '해커 뉴스' 메인에 갈 수 있을 만큼 '가치 있는 비판'을 견뎌내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하지만, 비판은 엔지니어를 성장시킵니다.
지금 당장 여러분의 서비스에서 '안 되는 이유'를 10가지만 찾아보세요.
그게 바로 여러분의 다음 분기 성과가 될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