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실리콘밸리 트위터(X) 판을 달군 떡밥이 하나 있습니다. 구글의 한 엔지니어가 "Claude가 인간이 1년 걸릴 일을 1시간 만에 해치웠다"고 자랑한 글입니다.
이 글을 보고 주니어 개발자 몇 명이 눈을 반짝이며 저에게 링크를 보내더군요. "CTO님, 저희도 이거 도입하면 개발 속도 10배 빨라지는 거 아닌가요?"
저는 딱 잘라 말했습니다. "그건 개발이 아니라, 기술 부채를 1시간 만에 1년 치만큼 쌓은 겁니다."
오늘은 '코딩 에이전트'라는 환상적인 도구 뒤에 숨겨진 함정과, 우리가 진짜 관리해야 할 엔지니어링의 본질(저는 이걸 '거북이'라고 부르겠습니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1. Claude가 X를 하면, 나는 Y를 한다? (무한 루프의 함정)
우리는 AI 툴을 쓸 때 기묘한 심리적 패턴을 겪습니다. 원문 작성자는 이를 매우 적절하게 묘사했습니다.
- "와! Claude가 기능 구현(X)을 할 줄 아네? 대박이다."
- "그럼 이제 나는 X를 직접 짜는 대신, Claude에게 X를 시키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Y)을 해야지."
- (3일 후)
- "잠깐, 가만 보니 Claude가 Y(지시하기)도 할 수 있잖아?"
이 순간 머리가 띵해집니다. 내 머릿속에는 처리해야 할 수많은 작업(거북이들)이 있는데, 어떤 거북이를 Claude에게 넘기고 어떤 거북이를 내가 쥐고 있어야 할지 혼란스러워지는 겁니다.
작은 단위(Micro)에서는 생산성이 폭발하는 게 맞습니다. 함수 하나 짜는 건 확실히 빠르니까요. 하지만 거시적(Macro) 관점에서도 그럴까요?
제가 실무에서 본 현상은 이렇습니다. 코드를 짜는 시간은 줄었지만, AI가 짠 코드를 검증하고, 통합하고, 똥 치우는(Debugging) 시간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결국 우리는 '코딩'을 그만두고 AI라는 멍청하지만 손 빠른 인턴을 '관리'하는 관리직으로 전락하게 됩니다.
2. '1년 치 업무'에 숨겨진 비용
다시 그 구글 엔지니어의 트윗으로 돌아가 봅시다. 1년 걸릴 일을 1시간 만에 했다는 주장, 저는 믿지 않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맥락이 거세된 헛소리라고 봅니다.
그 '1년'이라는 시간 안에는 단순히 키보드를 두드리는 시간만 포함된 게 아닙니다.
- 비즈니스 요구사항을 이해하는 시간
- 수많은 설계 실패와 구조 변경(Refactoring)
- 데이터 파이프라인의 엣지 케이스 발견
- 동료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도메인 지식 습득
이 모든 학습(Learning) 과정이 녹아 있습니다.
만약 그 엔지니어가 해당 도메인에 대한 1년치의 경험과 통찰 없이, 쌩판 모르는 상태에서 Claude에게 "이거 만들어줘"라고 했다면? 아마 돌아가는 쓰레기를 만들었을 겁니다. 1시간 만에 결과물이 나왔을지언정, 그 시스템을 유지보수(Ops)하는 데는 향후 3년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AI는 '결과물'을 복제할 순 있어도, 그 결과물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적 지혜'는 복제하지 못합니다.
3. Steve Yegge의 'Gas Town' vs 나의 작은 거북이
유명한 프로그래머 Steve Yegge는 'Gas Town'이라는 개념으로 이 모든 거북이(작업)들을 떼로 묶어 자동화하려는 야망을 보여줍니다. 멋진 밴드 이름 같죠. "Turtle Horde(거북이 군단)"라니.
하지만 현실의 비즈니스는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자동화하려는 시도(Gas Town)는 엄청난 인프라 비용과 복잡도를 수반합니다. "Claude가 알아서 하겠지"라고 방치한 부분들은 결국 누군가(주로 인간 엔지니어)가 책임져야 할 장애 포인트가 됩니다.
우리는 거창한 자동화 도시를 꿈꾸기 전에, 내 손에 쥐어진 거북이 한 마리부터 제대로 보정(Calibrating)해야 합니다.
결론: 엔지니어의 생존 전략
저는 우리 팀원들에게 항상 이렇게 말합니다.
"AI에게 코드를 맡기더라도, '설계'와 '검증'이라는 거북이는 절대 놓지 마세요."
AI가 짠 코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설명할 수 없다면, 그건 여러분의 코드가 아닙니다. 서비스 장애가 났을 때 Claude가 대신 새벽에 서버를 재부팅해주지 않습니다.
- AI는 도구일 뿐, 대체재가 아닙니다. 엑셀이 나왔다고 회계사가 사라지지 않았듯, LLM이 나왔다고 엔지니어링의 본질이 사라지진 않습니다.
- 보이지 않는 비용을 계산하세요. 코드 생성은 1초지만, 그 코드가 유발할 사이드 이펙트를 잡는 건 1주일이 걸릴 수 있습니다.
- 학습을 위임하지 마세요. AI가 짜준 코드를 그대로 복사-붙여넣기 하지 말고, 라인 단위로 씹어 드세요. 그래야 1년 뒤에도 살아남는 엔지니어가 됩니다.
원문 필자는 마지막에 Claude에게 멋진 마무리 멘트를 부탁했지만, 뻔한 소리만 돌아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자조하며 끝맺죠.
"어쨌든 내 한 마리 거북이로 돌아가자. 대단하진 않지만, 정직한 일이야."
이게 정답입니다. 화려한 트렌드에 휩쓸리지 말고, 오늘 내 앞에 놓인 '정직한 엔지니어링'에 집중하세요. 그게 진짜 실력이고, 돈이 되는 기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