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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챗봇의 가드레일이 무너지는 순간: 기본기를 잊은 LLM 도입의 위험성

AI 챗봇의 가드레일이 무너지는 순간: 기본기를 잊은 LLM 도입의 위험성

박지민·2026년 1월 4일·3

유로스타 AI 챗봇 사례를 통해 살펴본 LLM 도입 시의 보안 아키텍처 허점과 엔지니어링 리더가 갖춰야 할 보안의 기본 원칙에 대하여 설명합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우리 기술자들은 묘한 흥분과 함께 불안감을 느낍니다. 최근 유로스타(Eurostar)의 AI 챗봇 취약점 사례를 접하며 저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단순히 남의 일이라서가 아니라, 개발 현장에서 흔히 범할 수 있는 '기본기 부재'가 최첨단이라는 AI 기술 뒤에 숨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이 사례를 통해 LLM(대규모 언어 모델)을 서비스에 도입할 때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보안 아키텍처의 허점과,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엔지니어링 리더가 취해야 할 자세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이 사건의 핵심은 겉보기에 화려한 AI 챗봇 뒤에 숨겨진 허술한 API 보안이었습니다. 유로스타의 챗봇은 사용자의 질문이 정책을 위반했는지 판단하는 가드레일(Guardrail)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치명적인 문제는 이 검증 로직의 신뢰성을 클라이언트, 즉 브라우저에 맡겼다는 점입니다. 공격자가 Burp Suite 같은 도구로 트래픽을 가로채 guard_passed라는 파라미터 값을 "FAILED"에서 "PASSED"로 수정하여 서버로 전송하자, 챗봇은 아무런 의심 없이 차단되었어야 할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이는 웹 보안의 가장 기초적인 원칙인 "클라이언트 측의 입력은 절대 신뢰하지 말라"는 철칙이 무시된 사례입니다.

더욱 뼈아픈 점은 이것이 AI 고유의 복잡한 문제가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많은 개발자가 LLM을 도입할 때 프롬프트 인젝션(Prompt Injection) 같은 새로운 유형의 공격에만 집중하느라, 정작 전통적인 웹 취약점은 놓치곤 합니다. 이번 사례에서도 공격자는 메시지 ID를 조작하여 다른 사용자의 대화 기록을 엿볼 수 있었고(IDOR), 챗봇의 응답 창에 HTML 태그를 삽입하여 스크립트를 실행시키는 XSS(교차 사이트 스크립팅) 공격까지 성공시켰습니다. AI가 생성한 텍스트라 할지라도 결국은 웹 브라우저에서 렌더링되는 HTML 콘텐츠일 뿐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적절한 출력 살균(Sanitization) 과정을 생략했기 때문입니다.

기술적인 문제보다 더 안타까웠던 것은 기업의 대응 방식이었습니다. 보안 연구원들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취약점을 제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로스타 측은 이를 감사히 여기기는커녕 협박으로 오해하여 방어적인 태도를 취했습니다. CTO로서 이 부분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안 취약점 공개 프로그램(VDP)을 운영한다는 것은 단순히 이메일 주소 하나를 열어두는 것이 아닙니다. 외부의 보안 전문가들을 우리의 잠재적 아군으로 인식하고, 그들의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여 빠르게 패치하는 '데브섹옵스(DevSecOps)' 문화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기술적 부채만큼이나 무서운 것이 바로 이러한 조직의 경직된 소통 문화입니다.

결국 AI 애플리케이션 보안의 핵심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LLM은 마법 상자가 아니라 우리가 관리해야 할 또 하나의 백엔드 서비스일 뿐입니다. 서버 사이드에서 철저하게 입력값을 검증하고, AI 모델이 뱉어내는 출력값 역시 잠재적인 악성 코드로 간주하여 필터링해야 합니다. LangChain이나 Semantic Kernel 같은 최신 프레임워크를 쓰는 것도 좋지만, 그 기반이 되는 API 아키텍처가 견고하지 않다면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개발자 여러분, 그리고 기술 리더 여러분. 화려한 AI 기능 구현에 쫓겨 레거시 웹 보안의 교훈을 잊지 마십시오. "설마 누가 API 파라미터를 조작하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이 우리 서비스의 가장 큰 구멍이 될 수 있습니다. 기술은 진보하지만, 보안의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오늘 당장 우리 팀의 코드를 다시 한번 들여다보시길 권합니다. 혁신은 안전한 토대 위에서만 그 빛을 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지민
박지민AI 솔루션 기업 CTO

논문 속의 정확도(Accuracy)보다 통장 잔고를 지키는 추론 비용(Inference Cost)을 중시하는 생존형 기술 리더입니다. 화려한 데모 뒤에 숨겨진 엔지니어링의 고통과 비즈니스 가치를 냉철하게 분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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