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고백합니다.
저는 요즘 코드의 80%를 AI와 함께 짭니다.
GitHub Copilot, Cursor, Claude... 없으면 업무가 안 됩니다.
생산성이요? 미쳤습니다.
예전엔 3일 걸리던 기능을 반나절이면 만듭니다.
그런데 어느 날 새벽, 식은땀을 흘리며 깨달았습니다.
제가 작성한 코드를 제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요.
그저 키만 누르는 '자동조종(Autopilot)' 모드였던 겁니다.
이대로 가면 저는 5년 뒤에 무엇이 되어 있을까요?
숙련된 아키트렉트가 될까요, 아니면 프롬프트만 입력하는 오퍼레이터가 될까요?
기술 부채는 이자처럼 쌓이고, 결국 터집니다.
저도 한 번 거하게 터뜨려 보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습니다.
오늘은 제가 뼈저리게 느낀 'AI 시대에 멍청해지지 않고 생존하는 법'을 공유합니다.
1. AI가 짠 코드는 '쓰레기'다.
과격하게 들리시나요?
하지만 이렇게 정의하고 시작해야 합니다.
AI가 생성한 코드는 '싸고 소중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코드를 너무 아낍니다.
AI가 짠 코드가 그럴싸하게 돌아가면, 그걸 다듬어서 쓰려고 하죠.
그게 함정입니다.
거기엔 내가 모르는 맥락, 내가 검증하지 않은 엣지 케이스가 숨어 있습니다.
제가 정립한 원칙은 이렇습니다.
"AI로 빠르게 짜고, 실행해 본 뒤, 전부 지워라."
농담이 아닙니다.
AI는 '학습'을 위해 쓰는 겁니다.
생소한 라이브러리 사용법, 낯선 언어의 문법...
이런 걸 파악하기 위해 AI와 함께 지저분하게(Messy) 프로토타입을 만듭니다.
일단 돌아가는 걸 확인하세요.
그리고 하세요. (혹은 새 브랜치를 파세요)
그 과정에서 얻은 '지식'만 남기고, '코드'는 버리는 겁니다.
진짜 엔지니어링은 그 다음부터 시작됩니다.
2. 인간은 코딩 대신 '설계'를 한다.
코드를 다 날렸으면 이제 뭘 해야 할까요?
빈 화면을 보며 '설계 문서'를 씁니다.
프로토타입을 만들며 파악한 구조, 트레이드오프, 데이터 흐름을 정리합니다.
이때는 AI가 아니라 내 머리를 써야 합니다.
"이 함수는 왜 여기에 있어야 하지?"
"이 데이터 구조가 최선인가? 확장성은?"
이런 고민 없이 AI에게 "짜 줘"라고 하면,
AI는 그냥 가장 흔해 빠진(그리고 유지보수하기 힘든) 스파게티 코드를 뱉어냅니다.
저는 이 단계를 '교과서적인(Textbook) 설계'라고 부릅니다.
API 명세, 모듈 구조, 핵심 로직의 순서.
이걸 인간이 완벽하게 정의해야 합니다.
AI는 내가 정의한 이 설계도의 '빈칸'을 채우는 도구일 뿐입니다.
기억하세요.
건축가는 당신이고, AI는 벽돌을 나르는 인부입니다.
인부에게 설계도 맡기지 마세요.
3. 커밋 메시지와 주석은 '내 손'으로 쓴다.
가장 위험한 유혹이 뭔지 아세요?
"이 코드 설명 좀 주석으로 달아줘."
"커밋 메시지 생성해 줘."
이걸 AI에게 맡기는 순간, 당신은 코드에 대한 통제권을 잃는 겁니다.
주석과 커밋 메시지는 '왜(Why)'를 설명하는 공간입니다.
'어떻게(How)'는 코드가 말해줍니다.
하지만 '왜 이렇게 짰는지'는 짠 사람만 압니다.
만약 AI가 짠 코드를 보고, 내가 주석을 달 수 없다면?
그건 내가 그 코드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증거입니다.
운영 서버에서 장애가 터졌을 때, AI가 디버깅해주지 않습니다.
새벽 3시에 로그를 까보는 건 결국 당신입니다.
저는 팀원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PR 설명과 핵심 로직 주석은 반드시 본인이 직접 타이핑하세요."
그 과정 자체가 코드 리뷰이고, 리팩토링입니다.
정리하자면, 워크플로우를 바꿔야 합니다.
[기존]
요구사항 -> AI 코딩 -> 대충 실행 -> 커밋 (불안함)
[변경]
요구사항 -> AI와 막코딩(학습) -> 코드 삭제 -> 인간의 설계 -> AI 구현 -> 인간의 리뷰/주석 -> 커밋 (확신)
물론 귀찮습니다.
시간도 더 걸리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장담하건대, 이게 더 빠릅니다.
나중에 터질 버그를 잡는 시간,
이해할 수 없는 코드를 분석하는 시간,
이걸 다 합치면 '제대로' 하는 게 가장 빠른 길입니다.
우리는 '타자 치는 기계'가 아닙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엔지니어입니다.
AI라는 강력한 엔진을 달았다고 해서 핸들까지 놓지는 마세요.
그 끝은 절벽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