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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코딩을 다 해주면, 우리는 왜 필요할까요?

AI가 코딩을 다 해주면, 우리는 왜 필요할까요?

김현수·2026년 1월 4일·3

AI가 코딩을 다 해주는 시대, 개발자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요? 'The Suck'이라 불리는 고통스러운 고민의 과정이 왜 대체 불가능한 핵심 경쟁력이 되는지 살펴봅니다.

최근에 제 친구가 재미있는 실험을 하나 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자신이 쓴 글 수백 편을 AI에게 학습시켜서, '자신과 똑같은 스타일'로 글을 쓰게 만든 거죠.

결과가 어땠을까요?

언뜻 보면 정말 그럴싸했습니다.

문체도 비슷하고, 자주 쓰는 단어도 들어가 있었죠.

하지만 친구는 금세 고개를 저었습니다.

"뭔가 이상해.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 같아."

AI가 쓴 글은 겉모습만 흉내 냈을 뿐, 글쓴이가 치열하게 고민했던 '맥락'과 '의도'가 빠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를 듣는데, 며칠 전 제 모습이 떠오르더군요.

요즘 화제인 CursorClaude를 써서 레거시 코드를 리팩토링하고 있었습니다.

확실히 빨랐습니다.

제가 1시간 걸릴 일을 5분 만에 끝내주더군요.

그런데 코드를 커밋하려고 리뷰를 하던 중, 묘한 위화감을 느꼈습니다.

논리적으로는 맞는데, 우리 시스템의 전체적인 흐름과는 미묘하게 어긋난 부분이 보였습니다.

가장 무서운 건, AI가 그 틀린 부분을 너무나 확신에 찬 어조로 작성해 놨다는 점이었습니다.

저는 여기서 개발자로서 중요한 질문을 하나 던지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코드를 짜는 이유는 단지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서'일까요?

원본 글의 저자 Niklas Göke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글을 생산하기 위해 블로그를 쓰는 게 아니다. '생각하는 법'을 잊지 않기 위해 쓴다."

이 문장을 우리 개발자들에게 대입해 볼까요?

우리는 단지 '돌아가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코딩하는 게 아닙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엔지니어링 근육을 단련하는 것이죠.

저자는 이 과정을 'The Suck(거지 같은 상황, 고통스러운 구간)'이라고 표현합니다.

개발자로 치면, 원인을 알 수 없는 버그를 잡으려고 밤새 '삽질'하는 그 시간입니다.

로그를 한 줄 한 줄 뜯어보고, 스택 오버플로우를 뒤지며 머리를 쥐어뜯는 그 시간 말이죠.

솔직히 말해, 그 시간은 정말 괴롭습니다.

피하고 싶죠.

그래서 우리는 AI라는 '지름길'에 열광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냉정하게 지적합니다.

그 '막막함'을 견디며 생각하는 시간이야말로, 결과물을 독창적이고 가치 있게 만드는 핵심 재료라고요.

미국 복스(Vox)의 창립자 에즈라 클라인(Ezra Klein)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그는 AI를 리서치나 데이터 정리에는 쓰지만, 글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데는 절대 쓰지 않는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책을 AI에게 요약시키면, 내가 직접 읽었을 때만 발견할 수 있는 통찰을 놓치기 때문입니다.

개발도 마찬가지입니다.

Spring Security 설정이 복잡하다고 해서 AI가 짜준 코드를 복사해서 붙여넣기만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당장은 돌아갑니다.

하지만 나중에 보안 이슈가 터졌을 때, 우리는 그 코드를 수정할 능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왜' 그렇게 짰는지, 그 과정에서의 고민(The Suck)을 건너뛰었기 때문입니다.

AI가 나열해 준 코드 조각들이 그럴싸해 보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 시스템 아키텍처라는 거대한 퍼즐에 딱 맞는 조각인지는 오직 '고민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습니다.

저자는 오히려 이런 상황이 반갑다고 말합니다.

AI가 발전할수록, 역설적으로 '진짜'의 가치는 더 올라갈 테니까요.

모두가 쉬운 길을 택하고, AI가 생성한 '평균적인 코드'가 범람하는 세상이 올 겁니다.

그럴수록 그 고통스러운 '삽질'의 시간을 견뎌내고,

시스템의 바닥부터 끝까지 집요하게 파고든 엔지니어는 더 귀해질 것입니다.

기술이 쉬워질수록, 그 쉬움을 거부하고 본질을 파고드는 태도가 경쟁력이 됩니다.

물론, AI를 쓰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도 GitHub Copilot을 매일 씁니다.

단순 반복 작업이나 보일러플레이트 코드를 줄이는 데는 훌륭한 도구입니다.

하지만 '생각하는 과정'까지 아웃소싱해서는 안 됩니다.

코드가 안 풀려서 막히는 그 순간,

모니터 앞에서 한숨 쉬는 그 순간이 바로 여러분이 성장하고 있는 순간입니다.

그 고통이 바로 우리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입니다.

오늘도 풀리지 않는 에러 때문에 머리가 아프신가요?

축하합니다.

당신은 지금 AI가 절대 대체할 수 없는,

진짜 엔지니어가 되는 길을 걷고 계신 겁니다.

김현수
김현수10년 차 시니어 개발자

복잡한 기술을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는 것을 즐깁니다. 10년의 개발 여정에서 얻은 인사이트와 시행착오를 솔직하게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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