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고백하자면, 한동안 코딩이 무서웠습니다. 10년 차 개발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문득문득 '내가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라는 의구심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거든요. PHP 4 시절, 제로보드나 그누보드를 만지작거리며 밤을 새우던 그때는 모든 게 단순했습니다. 메모장 하나, FTP 클라이언트 하나만 있으면 세상 모든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있었죠.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웹 개발이라는 판이 제가 감당하기 버거운 거대한 괴물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복잡성이라는 이름의 벽
여러분도 느끼셨을 겁니다. 예전에는 HTML 파일 몇 개와 CSS, 그리고 약간의 jQuery만 있으면 뚝딱하고 사이트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요? 프론트엔드 하나만 봐도 빌드 파이프라인, 번들러, 타입스크립트 설정, 상태 관리 라이브러리, 반응형 이미지 처리, 검색 엔진 최적화(SEO), 웹 바이탈 지표 등 신경 써야 할 게 산더미입니다. 백엔드는 또 어떻고요.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MSA)다, 도커와 쿠버네티스 같은 인프라 기술이다, 모니터링에 로깅 시스템까지…
어느새부턴가 저는 "풀스택 개발자"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기가 두려워졌습니다. 너무나 방대해진 각 도메인의 깊이를 혼자서 감당하는 게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이죠. 저는 자연스럽게 백엔드와 인프라 쪽으로 숨어들었고, 화려하게 변해가는 최신 프론트엔드 기술들을 보며 '저건 내 영역이 아니야'라고 스스로 선을 그어버렸습니다. 솔직히 말해, 따라가다 지쳐서 포기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네요. 아이디어는 머릿속에 가득한데, 그걸 혼자 힘으로 구현하려니 엄두가 나지 않아 시작조차 못한 프로젝트가 수두룩합니다.
AI, 개발자의 잃어버린 날개를 찾아주다
그러다 Claude와 같은 AI 도구들을 본격적으로 사용하면서 상황이 반전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습니다. '기계가 짜주는 코드가 오죽하겠어?'라는 오만한 생각도 있었죠. 하지만 며칠 써보고 나서 저는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이건 단순한 자동완성 도구가 아니라, 제게 잃어버린 '생산성'이라는 날개를 달아주는 레버리지라는 사실을요.
AI 덕분에 저는 다시 전체 스택을 자신 있게 다룰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웹팩(Webpack) 설정 하나 잡느라 하루를 꼬박 날렸을 시간을, 이제는 몇 분 만에 해결하고 바로 비즈니스 로직 구현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프론트엔드의 복잡한 보일러플레이트 코드나 낯선 프레임워크의 문법 때문에 막혔던 흐름이 뚫리니, 아이디어에서 실행까지 걸리는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되었습니다. "며칠이면 프로토타입 하나는 나오겠는데?"라는 자신감이 10년 만에 다시 생기더군요.
경험이 빚어내는 진짜 가치, '패턴 인식'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습니다. "AI가 다 짜주면 개발자는 껍데기만 남는 거 아니냐"고요. 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AI가 쏟아내는 코드 홍수 속에서 진짜 가치를 만들어내는 건 결국 개발자의 '경험'입니다. 우리는 지난 세월 동안 수많은 동료들과 협업하며 좋은 코드와 나쁜 코드를 눈으로 보고 몸으로 겪어왔습니다.
AI가 생성한 코드를 볼 때, 시니어 개발자는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이 나중에 유지보수에 독이 될지, 성능 이슈를 일으킬지, 아니면 정말 우아한 해결책인지를 말이죠. 우리는 AI에게 '어떻게(How)' 코딩할지를 묻는 게 아니라, 우리가 알고 있는 '무엇(What)'을 구현해달라고 지시하고 그 결과를 검증하는 감독관이 되는 겁니다. AI가 초안을 잡으면, 저는 제 경험을 바탕으로 구조를 다듬고 최적화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혼자 할 때보다 최소 10배 이상의 생산성을 내면서도, 품질은 제가 추구하는 높은 기준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시, 창조의 즐거움으로
가장 기쁜 변화는 제 머릿속에 '창의성을 위한 여유 공간'이 생겼다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개발을 시작하기도 전에 기술 스택 선정, 환경 설정, 테스트 코드 작성 같은 부수적인 고민들로 머리가 꽉 차 있었습니다. 정작 중요한 '무엇을 만들까'에 대한 고민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였죠.
하지만 이제는 그 지루하고 반복적인 작업들을 AI에게 맡겨두고, 저는 사용자 경험(UX)을 어떻게 개선할지, 어떤 기능을 추가하면 사람들이 더 좋아할지를 고민합니다. 여유가 생기니 예전엔 엄두도 못 냈던 작은 디테일들을 챙기게 되고, 과감하게 기능을 붙였다 떼었다 하며 실험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개발자가 된 진짜 이유는 복잡한 설정 파일과 씨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그 짜릿함 때문 아니었나요? 코드는 결국 도구일 뿐이고, AI는 그 도구를 더 날카롭고 가볍게 만들어주었습니다.
개발이 다시 재미있어졌습니다. 마치 처음 HTML 태그를 입력하고 브라우저에서 내 이름이 뜨는 걸 봤을 때처럼, 가슴이 뜁니다. 여러분도 이 변화의 파도를 두려워하지 말고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에겐 로켓 엔진이 달린 축구공이 생겼으니까요. 이제 골대로 달려가기만 하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