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녘, 갑작스럽게 울리는 PagerDuty 알람에 심장이 내려앉는 경험을 해본 적 있으신가요? 개발자로 살다 보면 가장 평온해야 할 시간이 가장 긴박한 순간으로 돌변하는 경험을 종종 하게 됩니다. 오늘 아침, CNN을 통해 전해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의 소식을 접하며 저는 문득 지난달 겪었던 대규모 서비스 장애 상황이 떠올랐습니다. 현지 시각으로 2026년 1월 3일 새벽 1시 50분경, 카라카스 시내에서 다발적인 폭발음이 들리고 도시 일부가 정전에 휩싸였다고 합니다. "창문이 흔들릴 정도로 강력했다"는 현지 특파원의 증언은, 마치 안정적으로 돌아가던 프로덕션 환경에 치명적인 버그가 터져 레거시 시스템 전체가 요동치는 순간의 공포와 묘하게 닮아 있었습니다. 우리는 코드를 다루지만, 그 코드가 돌아가는 세상은 이토록 예측 불가능한 물리적 위험 속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이번 사태를 엔지니어링 관점에서 뜯어보면, 이는 전형적인 'Cascading Failure(연쇄적 장애)'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카라카스 라 칼로타(La Carlota) 공항 인근에서 연기가 치솟은 직후 도시 여러 구역에 전력 공급이 중단되었습니다. 이는 마치 데이터베이스(DB) 클러스터의 마스터 노드 하나가 물리적 손상을 입자, 그 여파가 애플리케이션 서버를 넘어 네트워크 레이어까지 번지며 서비스 전체가 블랙아웃(Blackout) 되는 상황과 흡사합니다. 우리가 MSA(Microservices Architecture)를 설계할 때 가장 고민하는 지점도 바로 이것입니다. 한 곳의 폭발이 시스템 전체의 셧다운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Circuit Breaker(회로 차단기)'를 심는 것인데, 현실 세계의 인프라는 소프트웨어만큼 유연하게 격리되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전력이 끊긴 상태에서 저공 비행하는 항공기 소리만 들렸다는 묘사는, 모니터링 대시보드마저 먹통이 된 상황에서 서버실 팬 돌아가는 소리만 요란하게 들리는 막막한 상황을 연상케 했습니다.
이번 사건의 배경에는 복잡한 지정학적 'Dependency(의존성)'가 얽혀 있습니다. 기사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내 마약 밀매 네트워크에 대한 대응을 경고해왔고, CIA에 작전 권한을 부여했다는 점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를 우리 식으로 해석하자면, 외부 보안 위협(Security Threat)을 감지한 관리자가 시스템 보호를 위해 방화벽 정책을 공격적으로 변경하거나, 리스크가 큰 핫픽스(Hotfix) 배포를 감행한 것과 유사한 맥락일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군사 작전을 소프트웨어 배포에 비유하는 것이 조심스럽습니다만, 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불순물(마약 네트워크)'을 제거하기 위해 시스템 자체에 충격을 주는 '하드 리셋' 방식을 택했다는 점에서는 엔지니어링 윤리와 리스크 관리에 대해 깊은 고민을 던져줍니다. 과연 급진적인 리팩토링이 언제나 정답일까요? 때로는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이드 이펙트(Side Effect)가 더 큰 혼란을 초래하기도 하니까요.
이처럼 물리적 세계의 폭발이든 디지털 세계의 장애든, 위기는 언제나 '가시성(Observability)'이 확보되지 않은 어둠 속에서 가장 큰 공포를 줍니다. 카라카스의 시민들이 정전 속에서 항공기 소리에만 의존해 상황을 파악해야 했던 것처럼, 우리 개발자들도 로그(Log)가 유실되고 메트릭(Metric)이 끊긴 상황에서 원인을 찾아 헤매곤 합니다. 제가 주니어 시절, 트래픽 폭주로 서버가 다운되었을 때 원인을 찾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던 기억이 날 때가 있습니다. 그때 사수였던 분이 "현상을 보지 말고 흐름을 보라"고 조언해주셨죠. 지금 카라카스의 상황도 단편적인 폭발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이면에 흐르는 정치적, 군사적 맥락을 읽어야만 정확한 진단이 가능할 것입니다. 불확실성 속에서도 냉철하게 데이터를 수집하고 다음 액션을 준비하는 것, 그것이 엔지니어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 싶습니다. 부디 현지의 인명 피해가 없기를 바라며, 우리네 시스템도, 지구 반대편의 도시도 오늘 밤은 무사히 지나가기를 기도합니다.


